[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미 온두라스가 오는 28일(현지시간) 치르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 타이완(臺灣) 수교국인 온두라스의 외교 관계가 변화할 가능성 때문에 중국과 타이완은 물론 미국도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에 이어 4년간 온두라스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이번 선거는 여야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후보는 좌파 야당 자유당의 시오마라 카스트로(62)다.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스트로는 2006∼2009년 집권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중도우파 후보로 당선됐던 셀라야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왼쪽으로 선회했고 201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후 쿠데타 저항 운동을 이끌기도 했던 카스트로는 2013년과 2017년 대선에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10여 년간 국민당 정권에서 정권의 부패와 마약 범죄, 빈곤이 계속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마약 범죄 연루 의혹을 받는 점도 정권교체 요구를 키우고 있다.

이에 맞선 여당 국민당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63)는 2014년부터 수도 테구시갈파의 시장을 맡아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 등을 약속했다.

여론조사에서 카스트로가 아스푸라에 앞서고 있는데 접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결과가 박빙일 경우 2017년 대선 직후처럼 거센 시위가 펼쳐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두 후보의 대결에 온두라스 국민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타이완과 중국이다.

온두라스는 이제 15개밖에 남지 않은 타이완의 수교국 중 하나다.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이후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중미 엘살바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7개국이 타이완과 단교했다.

현 에르난데스 정권은 이 과정에서도 굳건하게 타이완과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카스트로 후보는 당선될 경우 중국과 수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이완은 중국이 온두라스 대선을 이용해 타이완과 온두라스의 오랜 관계를 흔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타이완 외교부는 23일 온두라스 대선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도 온두라스를 향해 중국의 '거짓 약속'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카스트로 캠프 관계자는 중국과 수교 가능성에 대해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뒀다고 로이터통신은 24일 보도했다.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도 중미에 중국 수교국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온두라스를 방문한 미 정부 관계자는 후보들에게 온두라스와 타이완과 외교관계가 유지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온두라스 주요 인사들에게 미국이 온두라스·타이완 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을 분명히 전했다"며 "그 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 두 선두 후보에게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온두라스 대선은 결선 없이 한 번의 투표로 당선 여부가 결정되며 당선자는 내년 1월 취임한다.
 

이상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