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재현 CJ회장, 10조 투자발표 3주만 1조 투자...'제3의 도약'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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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이재현 CJ회장, 10조 투자발표 3주만 1조 투자...'제3의 도약' 이뤄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24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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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3년간 10조 원 투자 "제3의 도약"
CJ ENM 할리우드 및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사업 재편 가속
CJ대한통운 '스마트 물류' 플랫폼 기업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자기반성과 함께 1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내며 제3의 도약에 나선다. 사진제공=CJ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겠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전 임직원 앞에 서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2010년 '제2의 도약 선언' 11년 만에 '제3의 도약'을 선언하며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4대 성장 동력으로 'C(문화)·P(플랫폼)·W(웰니스)·S(지속가능성)'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3년간 10조 원을 투자해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이 회장의 비전 선포 이후 CJ그룹은 일사불란한 모습이다. 주요 계열사들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CJ그룹은 내수기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유력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글로벌' 확장성을 뽐내고 있다. 이 회장의 비전 선포 후 3주가 지난 24일 현재, CJ그룹의 행보는 거침없다. 약속한 10조 원의 투자 중 벌써 1조2000억 원을 대규모 인수합병 성사에 베팅했다. 

CJ ENM이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사진=연합뉴스

할리우드로 간 CJ ENM

CJ ENM은 골든그로브와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 '라라랜드'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그룹홀딩스의 콘텐츠 제작 사업 부문 '엔데버 콘텐트' 지분 80%를 7억7500만 달러(한화 약 9400억 원)에 인수했다. 엔터사업 부문 역대 최대 규모로 CJ ENM은 이번 인수로 미국에 글로벌 콘텐츠 제작 기지를 마련하고 기획 및 제작, 유통 역량을 확보했다. 

CJ ENM의 이번 인수에는 이 회장의 과감하고 신속한 판단과 결정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도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엔데버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리엘 에마누엘은 "이미경 부회장과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덕분에 CJ ENM이 엔데버 콘텐트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한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CJ ENM과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새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엔데버 콘텐트는 글로벌 베이스캠프 역할을,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외 방송 및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K-드라마를 기획·제작, 공급하는 스튜디오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약 54%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CJ ENM은 토종 OTT '티빙'에 3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톱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타진 중이다. CJ ENM은 향후 5년 간 콘텐츠 제작에 5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CJ ENM의 투자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CJ ENM은 19일 공시를 통해 9000억 원의 단기차입금 소식을 전했다. 기존 850억 원의 단기차입금까지 더해 CJ ENM의 단기차입금은 9850억 원으로 늘었다. 대규모 차입에 나선 건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밑바탕에 깐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 기준 CJ ENM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041억 원으로 1년 전 3050억 원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한 덕분이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및 부채 상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이 2018년 철수한 이후 3년 만에 다시금 레드바이오 시장에 진입하며 바이오 기업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아픈 손가락' 바이오, 재도전장 낸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100억 원에 매각하며 사실상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한 지 3년 만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약 76%를 2677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백신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기업으로 바이러스 백신과 벡터(유전자 등을 체내 또는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 제조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CJ제일제당은 7월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을 982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천랩은 몸에 있는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연구하는 기업으로 CJ제일제당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에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바이오 3각 편대' 구성을 마치며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애초 CJ제일제당은 PHA(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 아미노산 등 식품소재 및 첨가물을 만드는 '그린 바이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제약(레드 바이오) 분야의 천랩과 바타비아까지 인수하며 3대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모두 갖췄다. 

CJ제일제당의 방향성도 식품에서 바이오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건강사업 CIC(company in company)'로 독립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식품사업부 내 건강기능식품 조직을 사업부로 승격한 지 반년 만이다.

CIC는 '회사 안의 회사'라는 의미로 상품 개발 등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최소화해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건강사업부는 이 회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축인 '웰니스(Wellness)' 강화를 위해 내년 물적 분할을 앞두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연초보다 소폭 줄었지만 CJ제일제당의 재무건전성도 양호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연결기준)은 1조2122억 원에서 올 3분기 1조1734억 원으로 감소했다. 천랩 인수 등 투자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의 매입가격이 2677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의 차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플랫폼으로 '스마트' 물류, CJ대한통운

국내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은 2023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한 플랫폼 혁신 기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는 14일 창립 91주년 기념사에서 "2년간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정보기술(IT) 기반 e커머스 물류 플랫폼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이 회장이 제시한 4대 투자 분야 중 하나다. 

CJ대한통운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추가 건설하고 로봇,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e커머스 사업의 기반이 되는 물류센터 규모를 2023년까지 현재의 여덟 배로 확대하고 최고급 기술인력 800명을 채용 및 육성하기 위해 보상체계와 조직문화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11년 만에 임직원 앞에서 서 CJ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CJ비전선포식 영상 캡처

이재현 회장의 제3의 도약 성공할까

CJ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최근 산업 지형이 크게 변화됐다"면서 "CJ도 변화의 필요성을 통감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일사천리로 진행 중인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CJ그룹은 최근 몇 년간 외형 확대보다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2018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약 2조 원에 인수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그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한동안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며 정체기에 들어섰다.

2010년 이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2조 원가량이다. 2011년 매출이 11조 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할 때 10년 새 3배 성장했지만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는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하는 역성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새 성장동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이 회장이 10조 원 투자 보따리를 꺼냈다.

CJ그룹의 현재는 이 회장의 '제2의 도약' 선언이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다시 '제3의 도약'을 공표했다. 이번에는 10년 전 100조 원이라는 목표 매출액이 빠졌다. 그 빈자리는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자기반성과 함께 투자의 방향성과 규모가 대신했다. '레벨 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온 이 회장의 결단이 CJ그룹을 제3의 도약으로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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