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장배추發 애그플레이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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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김장배추發 애그플레이션 비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2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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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추위·일손부족 여파, 배추 생산량 급감
요소수 사태 여파 비료 품귀, 농가 부담 가중
국제 곡물 가격 급등, 국내 밥상 물가 '휘청'
김장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밥상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김장철을 맞아 배추 가격이 심상치 않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 행사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올해 배춧값 상승은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금추'라는 말 그대로 배추 가격은 많이 올랐다.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10kg 도매 가격이 1만1880원이다. 평상시 6887원과 비교해 70% 이상 상승했다. 차라리 사 먹는 게 싸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추무름병이 농가를 덮치면서 배추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춧값, 왜 오르나

김장용 배추가격이 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작황이 좋지 않다. 배추 전체가 썩는 질병인 '배추무름병'이 농가를 덮쳤다. 이 병에 걸리면 겉잎만 상하는 게 아니라 배추 전체가 뭉그러진다. 

또 다른 이유는 때 이른 추위다. 최근 몇 주 사이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로 수확기 공급량이 줄었다. 수요는 큰 변화가 없는데 공급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일손 부족으로 인한 수확 물량 감소도 원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농가에 수확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일손 부족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배추 가격도 밀어 올렸다. 지난해 7만~10만 원이던 농촌 일당은 최근 17만~20만 원으로 약 2배 수준까지 올랐다는 게 현업 종사자들의 말이다.  

요소수 사태 후폭풍, 비료 품귀

최근 불거진 중국발 요소수 대란도 한 몫했다. 국제적인 요소수 수급 불안으로 내년 초까지 활용할 요소비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다. 

요소부족은 요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계 재배용 요소 특별공급 물량으로 1810톤을 배정했다. 남해화학 등 국내 대표적인 비료 업체들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요소수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요소 가격 상승에 따른 비료 가격 인상이다. 남해화학은 8월 무기질비료 판매 가격을 1만681원에서 1만1681원으로 9.4% 끌어 올렸다. 요소, 칼륨, 인산 등 3대 비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농협 역시 원자재 인상 가격 반영 주기를 종전 연간에서 분기로 단축해 앞으로 비료 가격 인상에 따른 농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1월 둘째주 기준 요소의 톤당 가격은 832달러로 한 달 전 719달러보다 15.7%, 1년 전 358달러보다 무려 232% 급등했다. 요소와 함께 비료의 3대 요소인 인산과 칼륨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칼륨의 톤 당 가격은 762달러로 한 달 전 719달러 대비 7.3%, 1년 전 333달러 대비 229%나 비싸다. 인산암모늄(DAP) 또한 821달러로 1년 전 보다 80% 이상 가격이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이 요동치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식탁 물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ㅣ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애그플레이션 우려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을 뜻하는 애그리걸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2포인트로 전달 대비 3.0%, 전년 대비 31.3% 상승했다. 2011년 7월의 133.2 이후 최고치다. 특히 137.1인 국제곡물가격지수가 심상치 않다. 한 달 새 3.2포인트나 올랐다. 여기에 유지류가격지수도 9.6%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184.8을 기록했다. 

국제식량 가격 상승은 국내 수입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수입 곡물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39%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식품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취약 계층의 피해가 우려된다. 9월 국내 축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19.4%나 오른 13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외 곡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요동치는 곡물 가격, 밥상 물가 '흔들'

애그플레이션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섹터는 단연 소비자 물가다. 요동치는 국제 곡물 가격으로 밥상 물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빵과 곡물 가격은 6.2%, 식용유지는 8.4% 급등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의 긴축 압박도 커진다. 기준 금리 인상, 채권 매입 축소 등 긴축 정책은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소비자 심리가 얼어 붙으면 상품 구매력이 낮아져 경제 전반이 침체 사이클에 빠질 수 있다. 애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을 넘어 경제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한국의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내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1.0%로 1990년 43.1%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해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 역시 70.3%로 45.8% 급락했다. 글로벌 평균인 102%를 크게 밑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밀과 콩, 옥수수의 자급률은 0.5~9.4%로 92~105%인 쌀 자급률과 대조된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곡물 중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외국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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