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오른 이재용, 여전한 족쇄 '취업제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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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오른 이재용, 여전한 족쇄 '취업제한' 풀 수 있을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1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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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5년여 만의 미국 출장
취업 제한 중 출장 '특혜 vs 문제없다'
최태원 회장 선례 등 취업 제한 해석 엇갈려
법무부 "미등기 임원, 취업 제한 대상 아냐"
시민단체 "취업 제한 대상 위반, 고발 조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출소후 이어오던 '잠행모드'를 깨고 미국·캐나다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국외 출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출장 이후 1년1개월 만이며 미국행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글로벌 시장 위기 및 내부 리스크 등을 극복할 변곡점일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취업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현장 경영이 '재벌 특혜'라고 보는 부정적 견해가 맞서고 있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출소 후 3개월여 잠행

이 부회장은 8월13일 가석방 출소 후 외부일정을 자제했다. 공식일정이라고 하면 9월 김부겸 국무총리와 가진 청년 일자리 창출 간담회가 거의 유일하다. 이 부회장은 주로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과 수원 본사를 수시로 오가며 주요 사업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관련 재판에 출석한 것과 고(故) 고계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 빈소를 찾은 것이 공개된 동선의 전부다. 

애초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적극적인 현장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경제 회복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사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가석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도 출소 직후인 지난 8월24일, 240조원 규모의 대대적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해 정부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현장 경영 만큼은 신중했다. 가석방 신분이 발목을 잡았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14조에 따라 취업제한 대상이다.

해당 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지르면 5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인정된 횡령액은 86억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8월 출소 후 3개월여의 잠행을 끝내고 국외 출장길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의 길...걸을 수 있을까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등 관련 논란을 씻어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사면·복권'을 받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박근혜 정부시절이던 2014년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취업 제한 대상이었음에도 미등기 상태의 '무보수' 재직이라 취업이 아니라는 논리가 작용했다. 최 회장은 이듬해 사면·복권돼 취업 제한 논란은 일단락 됐다. 

이 부회장도 현재 비슷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등기 임원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바꿔 무보수 상태로 일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여기에 더해 비상근직으로 바꿨다. 미등기·비상근·최고운영책임(COO)가 이 부회장인 셈이다. 

취업 제한 대상이었다가 해제된 사례도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3월 퇴직했다. 그로부터 7개월여 만인 10월 경영에 복귀했다. '경영 공백으로 회사가 어렵다'는 삼양식품의 요청을 법무부가 수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 제한 자격 위반을 지적하는 시민단체가 엄중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괜찮다" 법무부 vs "위법행위" 시민단체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보고 있다. 근거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판결문이다. 

박 회장은 2018년 11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취업제한 5년을 어기고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지를 받았다. 이에 박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무부는 박 회장의 판결문을 근거로 "취업제한의 목적은 대상자가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서 영향력이나 집행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제재 대상은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등기 임원'으로, 이재용 부회장같이 명목상 직함을 받은 '미등기 임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직접 "이 부회장은 몇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이미 석방된 상황에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이 부회장의 복귀를 지지했다.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는 9월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을 엄중히 수사하라"면서 "사업체 전반적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현황과 과거 실적, 미래 계획을 평가해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행위는 한국표준직업분류표상 '기업 대표이사, 회장'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임·미등기 임원이어서 취업 상태가 아니다'라는 박범계 장관의 주장도 반박했다. 이들은 "재벌들은 회사에서 등기 임원 여부와 무관하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 매우 빈번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법률은 업무와 관련된 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할 때 '보수·임원 등기·상임 여부'와 같은 형식적 부분이 아니라 '기업체 영향력·집행력 행사;와 같은 실질적 부분을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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