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도시바 기업분할...日언론 "사실상 해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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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도시바 기업분할...日언론 "사실상 해체" 보도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11.13 17: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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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3개 회사로 분할 결정 발표
日 언론, 사실상 해체라고 보도
분할 소식, 일본 사회에 큰 파장
일본 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
日 메인 뉴스들, 찬란했던 도시바역사 돌아보기도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창사 140년이 넘는 일본의 대표 기업 ‘도시바’가 12일 사업 재편을 위해 일본 대기업 중 처음으로, 회사를 3개로 분할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일본 모든 공중파 방송의 메인 뉴스에서 비중 있게 보도했고, 일본 유력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다뤄, 그 파장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도시바 경영진은 최근 수년동안 잇따른 사업 실패와 이른바 ‘할 말 하는’ 주주와의 대립으로 우왕좌왕 해왔다. 고육책으로 내놓은 이번 분할안에 관해 일본 내에서는 알맹이가 없다거나 경제안전보장상의 문제는 물론, 사실상 그룹 해체 선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시바의 쓰나가와 사토시 회장은 12일 기자 회견을 열고 회사 분할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 소식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바의 회사 분할 가능성은 지난 8일 심야, 교도통신이 ‘도시바, 3개 회사로 분할 검토, 경영 효율화, 각각 상장을 목표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타전하면서 알려졌다.

한편 쓰나가와 회장은 지난 8일 분할 가능성 소식이 전해진 후, 사실상 그룹 해체라는 반응을 의식해서인지 “해체가 아닌 미래를 위한 진화"라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하고 싶다”라고 역설했다.

또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한 선택사항을 검토했다. 이사회는 이번 선택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었다”라며 분할의 장점을 강조했다.

'도시바 3분할로 재편, 경제안전보장상의 우려 없는지가 주목’이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도시바 3분할로 재편, 경제안전보장상의 우려 없는지가 주목’이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구체적으로는 발전소나 철도·산업용 시스템 등의 ▲인프라 서비스 기업, 반도체와 대용량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아날로그 집적회로 등의 ▲디바이스 기업, 도시바테크 등의 주식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바로 분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분할 후, 3사가 서로 주식을 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도시바가 이번에 발표한 사업 개편안이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예컨대, 13일 아침, 지지통신은 ‘갈팡질팡한 끝에 3사 분할, 명문 도시바, 가시밭길로, 관리 체계 확립이 급선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보도에서는 이른바 ‘할 말 하는 주주’와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던 도시바가 3사로 분할·재편할 계획을 공표했다고 전했다.

도시바가 ‘인프라 서비스’ ・ ‘디바이스’ ・ ‘도시바테크’로 분할될 것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의 밤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도시바가 ‘인프라 서비스’ ・ ‘디바이스’ ・ ‘도시바테크’로 분할될 것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의 밤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지난해 정기 주주 총회를 앞두고 경제산업성과 함께 주주에게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았던 문제와 영국 투자 펀드에 의한 매수 소동 등을 벌이며 갈팡질팡한 끝에 내놓은 것이 이번 사업 개편안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강화와 경제안전보장에 직결되는 사업 보호 및 12만 명에 이르는 사내 직원의 반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일본 산업사에 남을 명문 기업의 분할에는 가시밭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인 ‘WBS’는 “회계 자료의 제목은 사실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도시바의 변혁’이었는데, ‘할 말 하는 주주’를 의식한 간부가 ‘기업 가치 향상’이 아닌 ‘주주 가치 향상’으로 바꾸라고 해서 제목을 바꿨다”라며 “주주에게 머리를 들지 못하는 것이 도시바 문제의 본질이다”라는 도시바 간부의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도시바의 최대 주주인 싱가포르 투자 펀드인 ‘Effissimo’가 ‘할 말 하는 주주’로서 도시바 측과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분할 결정에 ‘Effissimo’ 관계자는 전략성이 없어 찬성하지 않고, 3개로 분할해서 모두 이익을 낼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그동안 도시바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경제산업성의 경우, 사전에 이번 결정을 보고했지만, 특별히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본다며 쓰가나와 회장이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경산성의 한 간부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지만, 회사를 3개로 나눠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성장 전략’, ‘자본 전략’과 ‘경영 체제’를 보지 않으면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와세다대학 경영대학원의 이리야마 아키에 교수는 솔직히 내용이 빈약해서 놀랐다며 3개로 나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와세다대학의 이리야마 교수가 ‘(도시바를) 3개로 나누는 것 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발언한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와세다대학의 이리야마 교수가 ‘(도시바를) 3개로 나누는 것 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발언한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도시바의 이번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며, 주주들이 허술한 출발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분할 결정 발표 이후, TV아사히와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에서는 찬란했던 도시바의 역사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이들 보도에서는 도시바가 1875년 일본 최초의 전신 설비 제조업체로 창업했고 도시바의 역사에는 '일본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고 설명했다.

백열전구로부터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컬러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체험을 일본 사람들에게 전해 온 것에 그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발전소나 철도 차량, 엘리베이터 등 사회 구석구석에 인프라를 갖추어 왔다고도 전했다.

게다가 노트북의 개발 거점이 되고 있던 도쿄 오메시의 공장에는 일왕이 시찰한 적도 있었지만, 도시바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이 공장은 지난 2017년에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공장 폐쇄의 계기가 된 것이 2015년에 발각된 회계 부정으로 당시의 사장들이 사임하게 된 것은 물론, 미국의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이 밝혀지는 등,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며, 결국, 이번에 재건을 도모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 회사 분할이라는 길이였다고 보도했다.

도시바의 회사 분할 소식에 일본 네티즌들은 “동기 중에 가장 우수했던 사람이 도시바에 입사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도시바의 잠재력에 기대하지만, 중요 기술을 빼앗겨서는 안 되니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엄중한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은 도시바뿐만이 아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NHK의 밤 메인 뉴스인 ‘뉴스워치 9’의 메인 진행자는 “이번 개편안은 도시바라는 한 기업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이 발전시켜 온 기술을 어떻게 지킬지도 중요하다”며, “일본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라고 발언해 도시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도시바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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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 2021-11-15 11:03:20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