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탐구] 연이어 터진 '열차내 묻지마 범죄'...'사회적 고립감' 범죄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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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탐구] 연이어 터진 '열차내 묻지마 범죄'...'사회적 고립감' 범죄로 이어져
  • 치바김 도쿄 통신원
  • 승인 2021.11.1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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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 김 일본 통신원
치바 김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치바 김 일본 통신원] 일본에선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신칸센(新幹線) 고속전철에서 무차별 살인을 노리는 방화, 살인 미수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본 사람들의 메인 출퇴근 수단이며 여행 수단이기도 한 전철과 신칸센에서 연이어 발생한 무차별 살상 사건이어서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특정인이 아니고 자기 자신도 언제든지 자신이 탄 전철에서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과 방법도 신문과 여러 방송에서 연일 다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치안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일본 국민이기에 이번 사건의 충격은 크다.

지난 8일 오전 구마모토현을 달리고 있던 큐슈 신칸센 열차내에서 69세의 승객이 바닥에 기름과 같은 액체를 뿌리고 종이 영수증에 불을 붙여 방화용의자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진술에서 지난달 도쿄 케이오선의 방화 살상 사건을 모방했다고 진술했다. 우연인지 똑같이 모방한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사건은 지난달 31일 도쿄 케이오선과 같은 3호차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8일 신칸센 열차안에서 불을 지르려다 붙잡힌 60대 범인이 사건직후 체포되는 모습. 사진=닛폰TV영상 캡처.
지난 8일 신칸센 열차안에서 불을 지르려다 붙잡힌 60대 범인이 사건직후 체포되는 모습. 사진=닛폰TV영상 캡처.

방화용의자는 사건직전 지인에게 멀리 가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고 지인에 의하면 아무도 의지할 상대가 없었다고 한다. 불은 10분만에 진화되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또 하나의 대형 인명피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묻지마 범죄 배경은 ‘고립된 삶’

이런 무차별 살상 사건의 배경에는 범인들의 고독, 고립, 삶에 대한 절망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번 신칸센 사건의 범인이 모방했다는 케이오선 살상 사건은 할로윈데이인 지난달 31일  도쿄 케이오선에서 영화 조커 복장을 한 남성이 다량의 라이터용 기름과 스프레이로  방화를 하고 칼을 휘둘러 17명이 중경상을 입힌 끔찍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영화 주인공 조커를 동경하고, 여러 사람을 죽여, 사형을 받고 싶어 사건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렇지만 그의 배경에는 홀어머니와의 불우한 환경과 직장생활에서의 부적응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도쿄 케이오선 열차내에서 지난달 31일 묻지마 범죄현장 당시모습. 현장에서 빠져나오려는 승객들이 창문을 넘어 도망치고 있다. 사진=NHK뉴스화면 캡처.
도쿄 케이오선 열차내에서 지난달 31일 묻지마 범죄현장 당시모습. 현장에서 빠져나오려는 승객들이 창문을 넘어 도망치고 있다. 사진=NHK뉴스화면 캡처.

이 용의자는 일이 잘되지 않았고 친구관계도 좋지 않아 죽고 싶어도 혼자서는 죽지 못해 많은 사람을 죽여 사형을 받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이 범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노인 돌봄 도움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 2018년도부터 한 대기업 통신회사 콜센터의 계약 사원으로 일을 했지만 올 7월 고객대응에 문제가 있어 퇴직했다고 한다. 

이 범인은 8월에 있었던 도쿄 오다큐센의 무차별 살상 사건을 모방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도쿄와 카나가와를 연결하는 오다큐선 전철에서 흉기를 휘둘러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으로, 이 사건 역시 사귀던 여자나 온라인을 통해 만난 여자에게 무시를 당해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행복한 사람을 보면 죽이고 싶어 범행을 했다고 한다. 이 범인은 대학 중퇴 후 20개의 직장을 전전했으며, 범행직전에는 생활 보호 수급자로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무차별 살상 사건이 최대 희생자를 낸 것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아키하바라에서 트럭을 몰고 무차별 적으로 통행인들을 치고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사망 시키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인 사건이다. 

이 범인도 범행동기에 대해서 일이 잘 안되고 열이 받아 이세상이 싫어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마찬가지로 이 범인도 범행전 정규직 직원이 아닌 파견직 직원으로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파견 사원감소로 문제를 일으켜 직장을 그만 뒀다고 한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에 의하면 직장을 잃고 인간관계가 고립되면 점점 망상에 빠지고, 그것이 부풀러 올라 결국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무차별 살상에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소외감과 폐쇄성...묻지마 범죄로 확산

전철과 신칸센에서 지금까지 벌어진 무차별 살상 범죄의 공통점은 사회에서 무시 받거나 직장을 잃어 자기가 있을 곳을 잃은 사람들이 범인이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갈 곳을 잃어 고독해진 사람들이 벌인 범죄다.

일본의 법무성이 조사한 무차별 살상 사건의 공통점을 보면, 범행당시 친구와 교류관계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희박한 경우가 많았으며, 취업 관계를 보면 범행당시 직업이 전혀 없는 경우가 75% 달했다. 직장이 있어도 아르바이트나 안정되지 않은 직장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입면에서 봐도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가 60%로 수입면에서도 불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자기자신이 아무 에게도 필요로되지 않는다는 소외감과 폐쇄성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무차별 살상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의 대부분은 무직, 가정불화, 인간관계가 희박한 상태여서 잃을 것도 있을 곳도 없어, 극도의 고독과 허무감에 빠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고립된 삶 증가 원인

일본은 고립율이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15.3%에 이른다고 하며 이를 인구 비율로 환산하면 약 1914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고립문제는 이번과 같은 무차별 살상 사건이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로도 연결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고독사, 히키코모리(직장이나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는 사람), 등교거부, 자살의 증가, 가정학대, 약물의존 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고립되는 배경과 원인으로 단신세대의 증가를 볼 수 있다.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인들이 포화 상태로 된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사별에 의하던지 화혼이혼에 의하던지 혼자사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그리고 만년 디플레이션과 저임금으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사는 독신 남녀의 증가도 나중에는 고독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요인은 커뮤니케이션의 진화이다. 지금은 스마트 폰의 보급에 의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SNS 등 연락 방법이 많아지며, 직접 만날 필요가 없어진 것도 고독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고 보고있다..

그리고 정규직 감소와 직업의 다양화에 의한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의 증가도 간접적으로 고독에 영향을 끼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정규직이 아니면 수입도 적고, 수입이 적으면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떨어져, 대인관계 기피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일본과 같이 남의 눈치를 항상 보고 살아야 하는 곳이면 그런 현상은 더 심하다.

가족형태의 핵 가족화로의 변화와 사람과 연결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증가도 고독을 키우고있다.

일본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은 인간관계의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 조직이나 제도에 의한 인간관계의 묶임이 풀리면서 고독이 진행되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독신, 결혼, 이혼의 자유화, 가부장제의 몰락, 종신 고용 기업의 감소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와 같은 인간관계의 격차의 발생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의해 자유롭게 인간관계를 만드는 사람은 원만한 인간관계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며 사회생활도 잘 해 나가지만 인간관계구축이 어려운 사람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직장을 잃게 되어 생활 곤궁해지고 결국에는 고립과 고독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에서 무차별 살상을 목적으로 방화를 하거나 흉기를 휘둘은 사람은 야쿠자나 범법자들이 아니었다. 전과도 없는 우리가 일상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을 잃고 고독과 절망에 빠진 흔히 있는 인생의 낙오자들이었다. 물론 인생의 낙오자나 패배자가 범법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본에선 최근 일어난 묻지마 범죄에 대해 사회적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고 최소한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치바 김 도쿄통신원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20년간 무역업을 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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