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요소수 부족 사태'...정부 "軍까지 총동원령"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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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요소수 부족 사태'...정부 "軍까지 총동원령" 효과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0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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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역량 총동원 공급대란 해결"
호주·베트남 수입 및 軍 비축물량 방출 검토
국내 요소 생산 2011년 이후 중단…전량 수입
요소수 대체 물질, 효율 및 성능 입증 안돼
요소수 공급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역량을 총동원해 수급 안정화를 이루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수급 안정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국외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한 곳은 공공부문 여유분을 우선 활용하고 긴급 수급 조정 조치 등으로 수급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수입 지체를 조기 해결하는 노력과 함께 수입 대체선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안건 상정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설 만큼 현재 요소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말 그대로 '요소수 대란'이 진행 중이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매연 속 질소산화물(NOx)을 배출가스저감장치(SCR 선택적촉매환원법)에서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차에는 SCR이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다. SRC 장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된다. 이런 이유로 화물차 운송이 멈춰 서는 등 물류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리터 한 박스에 1만원선이었던 요소수는 최근 7~8배의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中 요소 수출 제한

발단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다. 중국은 지난달 15일부터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등 29개 비료 품목을 대상으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국내 차량용 요소의 97%(1~9월까지)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요소 수입의 10%를 차지하는 차량용 이외에도 공업용(30%), 농업용(60%) 요소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한국은 전체 요소 수입의 60%를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역량을 집중해 요소수 공급대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호주·베트남 긴급 수혈…軍 전략물자까지 풀어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우선 호주와 베트남 같은 다른 요소 생산 국가를 통해 요소 및 요소수 수입을 타진하기로 했다. 다음 주 중 베트남으로부터 요소 200톤을 들여올 계획이며 여타 국가와 1만톤 가량의 요소 수입을 협의할 방침이다. 또한 호주로부터 700리터의 요소수를 추가로 수입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7일 요소수 2만 리터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수입 물량을 더 늘린 것이다. 아울러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8일부터 시행했다. 

특히 정부는 군이 비축한 요소수를 민간에 방출하는 방침에 대해 검토 중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요소수와 관련해 어느 정도 방출할지 지금 논의 중"이라면서 "군 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시적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군은 수 개월치를 쓰고도 남을 만큼의 차량용 요소수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여 방식은 민간에 일정 기간 빌려준 뒤 요소수 대란이 해소되면 상환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상환방식이 현물이 될지 현금이 될지는 아직 미정이며 민간 대여 물량 역시 확정된 건 없다. 대략 3개월 안팎의 물량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요소 구하기 작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민간 수입업체가 보유하던 요소 3000톤(차량용 2000톤·산업용 1000톤)을 찾아 이 중 700톤을 즉시 요소수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700톤은 전국의 경유 차량이 3일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정부는 발견한 물량을 신속하게 생산 공정에 투입해 요소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통산 요소를 요소수 완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대략 1일 저도 걸린다.

2011년 당시 국내 유일의 요소 생산 업체였던 삼성정밀화학은 중국 등 경쟁사와 원가경쟁에서 밀리며 요소 생산을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요소 생산 불가 이유

국내에서 요소를 직접 생산할 수는 없는걸까. 

2011년 국내 유일의 요소 생산 공장이 문을 닫기 전까지 국내에서 연간 15만 톤 규모로 요소를 직접 생산했었다. 이후 요소는 전량 국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요소 생산은 왜 멈췄을까. 

마지막까지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한 기업은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이다. 2010년까지 연간 15만 톤의 요소를 자체 생산했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55%였으며 나머지 45%는 수입업체를 통해 조달했다. 

회사는 2011년 반기보고서에서 요소 생산을 멈춘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는 "원가경쟁력 및 수요 상황을 고려해 요소, DMF 등 경쟁력이 저하된 제품은 합리화 일환으로 4월25일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비싼 나프타에서 요소를 생산했던 국내 업체와 달리 중국이나 중동, 동남는 석탄 및 천연가스에서 값싸게 요소를 만들어냈다. 원가 및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국내 요소 생산은 멈추게 됐다. 

다만 요소수 생산은 계속했다. 그 계보를 이어 받은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 업체다. 한달 평균 1만톤의 요소수를 생산한다. 이는 화물 트럭 1000대가 일주일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요소수 물량의 50%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차량용 요소수 10만8000톤을 생산·유통했다. 국내 전체 유통량은 21만7000톤이었다.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대체 물질 없나

현재 요소수를 대체할 다양한 물질을 환원제로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된 것은 없다. 요소수 대체 물질 후보로는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수소 등이 꼽힌다. 하지만 요소수보다 질소산화물 제거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소수는 순도에 따라 경유차용과 선박·산업용으로 나뉜다. 순도가 다른 이유는 경유차와 선박·산업용에 사용하는 촉매가 달라서다. 경유차에는 제올라이트계 촉매를, 선박·산업에는 바나디아계 촉매를 쓴다.

정부는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가능한지 기술 검토에 착수했다. 문제는 요소수 정제가 불완전할 경우 질소산화물 제거 장치가 고장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은 불순물이 많아 순도가 높은 요소를 사용해야 하는 차량용으로 부적합하다"면서 "전환이 가능했으면 왜 싼 산업용을 안쓰고 차량용을 쓰겠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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