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CJ, 제3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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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CJ, 제3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조건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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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과거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 등 수많은 CEO들은 언론과 SNS를 활용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젊은이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CJ그룹은 소비자에게 가장 밀접한 문화생활 영역 전반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최고 책임자인 이재현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의 CEO가 된 이후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이 없기에 언론에서는 ‘은둔의 경영자’로 그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는 조직 내부에선 수많은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강조하며 내실을 다진 경영자였다. 2023년까지 CJ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재현 회장의 등장이 언론의 표현처럼 은둔에서 나온 건 아니라는 뜻이다.

제3의 방향: 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늘 소프트 파워의 힘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가 10년 전 제시한 전망은 현 시점에서 모두 현실이 되었다. 2010년 이재현 회장은 CJ의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국내 드라마 및 영화, 음악이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인정받고 K-콘텐츠의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BTS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빌보드 1위에 자주 오르고 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하며 영화계 금자탑을 쌓았다. 급기야 올해는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콘텐츠 역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오르며 드라마 분야에서도 K-콘텐츠의 힘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2010년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국내 음악,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한 이재현 회장의 메시지는 그래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8년 초, 콘텐츠 기업 CJ E&M과 홈쇼핑 분야의 선두기업 CJ오쇼핑이 합병하며 융복합미디어커머스 기업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때도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은 아마존,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모든 기업들에게 더 이상 참신한 얘기가 아닌 글로벌 상식이 되고 있다. 분명 미래를 내다보며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CJ는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 움직임을 경쟁사에게 빼앗기며 성장 정체를 겪었다. 이 점이 이재현 회장이 이번에 제3의 도약을 직접 선언한 이유다.

CJ는 제3의 도약을 위해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치유: 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동력(C.P.W.S.)을 선언했다. 해당 키워드는 CJ가 영위하는 사업 전반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당 키워드는 ESG를 포괄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CJ의 음식, 콘텐츠, 플랫폼, 유통 인프라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극대화하겠다는 다짐이다.

문화 혁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CJ그룹이 표방한 각각의 성장엔진을 살펴보면 이미 업계를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술과 콘텐츠가 융합하며 플랫폼 리더십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적 치유, 건강과 관련된 다국적 기업의 바이오 분야 경쟁은 레드오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루고자 하는 CJ의 비전과 다짐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과거 CJ의 도약 및 방향성이 사업 영역의 관점에서 설명되었다면 이번에는 4대 핵심 성장엔진 키워드의 관점에서 방향성이 해석되었다는 점이다. 향후 10년 내 핵심사업 부문 중 1~2개 부문이 세계 1위에 올라야 한다는 경쟁 지표가 아닌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성장엔진에서 만든다는 보다 포괄적인 관점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CJ는 소비자와 고객에게 가장 밀접한 문화생활 영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기업보다 조직 내부의 문화에 대해서도 항상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 지금은 보편화된 ‘님’호칭, 유연문화, 자율근무제는 CJ가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2000년대 초중반 CJ는 삼성전자와 입사하고 싶은 1위를 다투었다. 

그러나 CJ가 강조한 유연문화, 수평적 소통과 자율적 분위기는 이미 카카오 등 IT기업에게 프레임을 선점 당한 상황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업이 CJ보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 우선순위에 올라 있고 다양한 공공기관, 공기업이 20대 취업준비생에겐 사기업보다 매력적인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업 이외 문화 혁신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 

CJ그룹 중기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하는 이재현 회장. 사진제공=CJ그룹

제3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조건

이재현 회장은 직접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과감한 인재발탁과 거점 오피스, 요일별 근무시간 설계 등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금기된 사내기업가정신을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크포스(TF) 운영, 리더 공모제 도입을 약속했다. 조직문화 개선과 함께 인사제도 전반을 뒤바꿔놓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방향성 제시와 문화에 대한 철학은 늘 다른 경영자들을 앞서 갔지만 그룹 현장에선 문화 제도 개선과 혁신에 대한 내재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재 성장과 문화 경쟁에서 제3의 도약의 실현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방향성은 이번에도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얼마나 건설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제3의 도약이 판가름 날것이다. 

지난 10년간 CJ는 분명 기대에 못 미치며 성장 정체에 머물렀다. 매출, 이익 등을 떠나 ‘오징어 게임’ 등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을 놓쳤고 유연한 기업, 소프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카카오 등 IT기업에게 밀렸다. 매출, 이익 등 양적 성장보다 소프트 파워 기반 질적 성장을 강조한 CJ의 지난 10년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또 다른 도약과 성장은 문화에 달려 있다. 절대 다수의 학자도 기업의 성장은 전략이 아닌 문화에서 성패가 갈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CJ가 향후 문화적 그리고 제도적 혁신을 어떻게 이루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모든 성장과 혁신은 건설적인 문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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