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일런스’…“고난의 순간에 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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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일런스’…“고난의 순간에 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4.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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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원작 ‘침묵’…신앙과 배교를 주제로 한 실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제작한 <사일런스>는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17세기 천주교 박해가 심하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종교영화다.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 2명의 선교사를 주인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종교계는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 영화 포스터 /영화 홍보 사이트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래된 주제가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 앤드류 가필드(로드리게스 신부), 아담 드라이버(가루쯔 신부), 리암 니슨(페레이라 신부)을 비롯해 아사노 다타노부(이노우에), 고마츠 나나(모니카) 등 일본 최고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원작의 깊이, 거장 감독의 묵직한 연출력,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이 더해져 관객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

엔도 슈사쿠의 걸작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소설 「침묵」으로 작가 엔도 슈사쿠는 일본에서 명성 높은 다나자키 상을 수상했다.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토대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 문화의 차이나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를 밀도 깊게 다뤘다.

스콜세지 감독은 1988년 뉴욕 대주교 신부를 통해 소설 「침묵」을 접했고, 2007년 영문판 소설에 직접 서문을 쓸 정도로 원작에 대해 강한 애정을 느꼈다. 스콜세지 감독은 책을 읽은 직후부터 영화화를 꿈꿔왔고, 각색만 15년, 근 30여 년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영화를 탄생시켰다.

영화에 등장하는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 신부는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로 에도 막부 시대에 선교 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실제 인물이다. 배교후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1636년엔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역설하며 가톨릭 교회를 비판해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페레이라 신부의 실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영화 <사일런스>는 한때 명망 높았던 페레이라 신부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영화속 장면 /영화 홍보 사이트

 

<스토리>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에서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찾아온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은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대사① “저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을 향한 제 사랑은 굳건합니다”

일본에서 실종된 페레이라 신부를 찾아 떠난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현지에서 만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이어나가는 일본 신자들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 “저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을 향한 제 사랑은 굳건합니다”라며 오로지 신앙심으로 박해의 순간을 견뎌내는 이들의 모습을 본다. 두 사제는 고난 속에서 흔들리고 의심하는 자신들의 믿음은 온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 영화속 장면 /영화 홍보 사이트

 

그리고 신부들 역시 박해의 현장 속에서 고통 받는 신자들과 함께 배교를 강요당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은 신을 찾지만, 신은 침묵한다.

 

대사② “주님께서 그들의 비명도 들으셨을까요? 신음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침묵을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

모진 고초와 어려운 환경보다 더욱 로드리게스 신부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어가는 일본 신자들을 목격하는 고통이다. 이 고난의 순간에도 신은 침묵한다. 배교를 강요 당하는 탄압 속에서 무고한 희생이 이어지자 로드리게스는 “주님께서 그들의 비명도 들으셨을까요? 신음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침묵을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라며 신을 원망한다.

 

▲ 영화속 장면들 /영화 홍보 사이트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스콜세지 감독은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이 진실한, 불변의 믿음과 공존한다면 우리는 의심을 통해 가장 기쁜 영적 교감을 얻을 수 있다”고 의견을 말한 바 있다. 굳건한 의지로 신앙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로드리게스 신부와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배교하는 기치지로의 관계를 각각 예수와 유다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사③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나?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 끝낼 수 있네”

마침내 만난 스승 페레이라는 로드리게스에게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나?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 끝낼 수 있네”라며 배교할 것을 권한다. 눈 앞에서 죽어가는 신도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임을 알게 된 로드리게스는 종교적인 신념과 인간적인 도의 사이에서의 근원적인 갈등에 놓이게 된다. 로드리게스의 이러한 고뇌에 과연 신은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신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신을 부르짖고, 신은 가장 비통하고 절실한 순간에 침묵한다. 배교를 강요당한 신부들은 자신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절대적인 믿음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믿음과 의심, 나약함, 인간이 처한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찾고 싶었다는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가진 믿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신의 대답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에 녹여내 묵직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 영화속 장면 /영화 홍보 사이트

 

<시대적 배경>

일본의 천주교 역사는 스페인 선교사 '하비에르(Saint Francis Xavier: 1506~1552)'가 1549년 가고시마에 상륙해 전파한 것이 시초다. 1570~1580년이 일본 천주교의 전성기로, 1570년에 약 3만 명, 1579년에 10만 명, 1582년에 15만 명, 1587년에 20만 명의 천주교 신자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탄압이 시작됐다. 일본 천주교가 중앙 정부의 박해를 받은 시기는 대개 1587년부터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집권 초기에는 천주교도 보호 정책을 썼지만 1587년 6월 천주교를 사교로 판정하고 금교령을 내렸다. 천주교 세력에 의한 정치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사일런스>의 시대적 배경은 17세기 에도 막부 시대로, 당시 일본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막부 초기만 해도 환영 받던 선교사들에게 점차 탄압이 자행되었고, 결국 쇄국 정책의 일환으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의 시대가 시작됐다. 음지에 숨어 믿음을 이어가다 발각된 신자들은 배교를 강요당했고, 거절할 시 고문을 당하며 고통 속에 죽어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정확하게 그려내기 위해 스콜세지 감독과 제작진은 당시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했다. 실제와 모든 것을 똑같이 그려내기 위해 특별 고문단을 구성해 영화 촬영 내내 조언을 얻었으며, 작은 석유 등잔 하나부터 천주교 전례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스콜세지 감독과 학자 메리앤 바우어는 박물관과 도서관에 전시된 17세기 일본을 묘사하는 그림들을 찾았고, 전 세계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의견을 구했다.

특히 바위가 많은 해변에 십자가 형틀을 세우고, 그 위에 배교하지 않는 신자들을 매달아 밀려오는 거친 파도에 천천히, 무자비하게 익사시키는 일명 ‘십자가 처형’은 가장 끔찍하고 처절했던 박해의 현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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