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미국의 높은 물가와 실적 호조...앞으로의 기대는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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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미국의 높은 물가와 실적 호조...앞으로의 기대는 줄여야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10.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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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10월 중순까지 흔들렸던 글로벌 증시가 다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주요 지수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 증시 역시 아직 지난 7~8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거의 고점에 근접해 가는 상황이다.

9월과 10월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때는 이제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이고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주장들도 조금은 잦아든 것처럼 보인다.

증시가 되오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미국의 경우 3분기 기업 실적으로 보인다. 10월말 현재 미국 S&P500 기업의 약 40%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집계에 따르면 약 83%에 달하는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상회하고 있다. 3분기 중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적 전망치가 소폭 낮아진 점도 있지만,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례적인 美 기업의 3분기 실적호조, 왜?

주식의 가치, 또는 기업의 가치는 결국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나 이익의 가치를 반영하고, 컨센서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정보라는 점에서 실적 발표 전의 주식 가치를 정당화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넘어 좋게 발표되고 있는 기업의 실적이 실적 발표 이전보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올해 2분기 이후 내내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큰 폭으로 올랐고,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자물가상승률은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병목 현상으로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이나 물류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용 역시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특히, 앞서 지적한 대로 3분기에는 변이 바이러스로 각종 경제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의 3분기 GDP성장률은 2%로 시장의 예상을 하회했을 뿐 아니라, 절대 수치로도 높지 않았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이렇듯 녹록하지 않았는데, 왜 실적은 이처럼 예상보다 좋았던 것일까?

기업별로 보면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결국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고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가지고 있었고, 물가가 올라도 구매를 늦추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전가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은 미국 정부가 실시한 대규모의 재정정책, 특히 소득 보전 정책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놓았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관찰된 정부 지출과 높아진 저축률이 소비에 사용되며 경기 확장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현실화된 셈이다.

둘째는 기업들이 높아진 생산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의 급격한 증가를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실적이 좋았다는 것은, 기업별로는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전체적으로는 생산에 있어서 더욱 효율적인 방법들이 적용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많은 기술주들의 실적 호조세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생산에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들 기업의 생산 구조가 원자재 의존적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높은 시장 장악력이 생산비 증가의 소비자 가격 전가 능력으로 이어지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호조에 뉴욕 증시는 최근 견조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호조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

문제는 이 다음이다. 실적을 기반으로 한 주가 상승이 다음 분기나 그 이후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미래의 일은 누구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좋은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에는 몇 가지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부족한 가계의 소득을 보전해 온 재정정책의 크기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물가 상승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러한 점들은 시간에 걸쳐 앞서 지적한 두 가지 실적 호조 이유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재정정책 문제다. 미국은 작년과 올해 6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가계와 기업을 직접 지원해 왔다. 작년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15%에 육박했고, 올해도 1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이었는데, 코로나19 위험이 줄어든 내년에는 이러한 지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투자 법안과 사회보장예산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규모는 각각 1조5000억달러, 1조8000억달러 수준이며, 이 조차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져 집행된다. 특히 사회보장예산은 당초 3조5000억달러를 계획했지만,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며 최근 원래 규모의 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미국은 이미 국가채무 한도를 넘어 돈을 쓴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도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하고 있다. 어느 순간에는 한도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 의회의 입장을 감안할 때 상향 조정 폭은 타이트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처럼 재정정책이 줄면 가계의 소득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그 동안 지원으로 버텨왔던 기업 중 일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득의 위축은 당연히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되면 현재 일자리를 찾는데 소극적이던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고, 이러한 변화가 소득을 보충할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게 되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임금 상승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 주도의 성장에서 민간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될 경우의 전체 성장이 지금보다 더 나은 소득, 소비 상황을 유지시킬 것인 것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물가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물가는 내년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하락하겠지만, 예상보다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에너지 가격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

최근 물가 상승에 병목 현상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외에도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규제가 빠르게 높아지고 강화되며 나타난 생산 방식의 변경 필요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화석연료 채굴 비용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 제조 기업들의 생산설비 변경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기업의 전반적 부담을 높인다.

게다가 부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 확대로 기업들 역시 이제는 이러한 변화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어찌 보면 환경과 기후 변화 대응을 늦춰 오면서 그 비용이 빠르게 반영되기 시작된 셈이다.

높은 물가에 따른 두가지 불확실성

이렇듯 물가가 높은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 두 가지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일단 기대물가의 상승이다. 중앙은행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한 기대물가의 상승은 그 자체가 현재의 물가를 올리는 이유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또 한가지 불확실성은 앞서 언급한 가계 소득의 위축과 생산 비용 증가가 만나게 될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소비자 가격 전가를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가격을 높이면 판매가 줄고, 가격을 유지하면 생산비 증가로 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 등 증시가 두려워하는 상황 전개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3분기 실적에서 보듯 많은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긍정적인 형태의 반작용이다. 또한 그린플레이션 압박이 높아지면, 각국 정부와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에서도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전에 대한 재논의, 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 셰일업체들의 생산 재개 가능성 등은 이러한 변화를 암시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정책 크기가 줄어들면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병목 현상의 해소에 따른 물가 하락 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현재의 병목 현상이 몇몇 산업 제품 수요의 급증과, 일시적인 물류 처리 부담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각 기업은 생산이나 물류에 필요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극복으로 수요의 방향이 바뀌게 되면, 늘어난 생산 능력과 물류 처리 능력에 비해서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가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다.

이 경우 수요의 감소가 경제 성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품 수요 감소가 야외 활동의 증가에 따른 수요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경기의 둔화에 준하는 서비스업의 호황이 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를 막을 것이란 애기인데, 이렇게 되면 서비스업 부문의 임금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소득이 늘어 소비 여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제품에서 서비스로의 수요 변화에 따라 나타날 새로운 균형이 지금보다 반드시 나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경제와 자산시장 입장에서 긍정적인 점 중 하나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긴 호흡의 안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먼저 나서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와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고, 궁극적으로 물가와 경제의 관리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자산가격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고 자율적 시장 기능과 그 결과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경제 주체들에게는 안정감을 주고 있다.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안정적인 기대 형성은 미국 시장금리의 안정적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가 결국 인플레이션,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도 존재하지만, 많은 경제주체와 시장참가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게 볼 이유도 없다. 이번 코로나19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낮은 부도율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도한 정책을 암시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책 되돌림이 누적된 부도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이번 극복 과정에서 부채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간이 아닌 정부의 부채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부채 문제가 일시적으로 신용등급의 강등과 시장 충격을 준 경험이 있지만, 오히려 그 경험은 기축통화국의 부채 문제가 정말로 큰 일로 번지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호조세가 3분기에 이어 4분기, 내년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조금씩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성장률과 안정된 물가, 낮은 금리 기대에서 형성됐던 기업 실적의 증가 속도와 균형 자산가격은 낮아진 성장률과 높아진 물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기대에서의 기업 실적 증가 속도와 균형 자산 가격으로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나타난 30% 이상의 주가 상승이 향후 1년간 또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여전히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금리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빚을 내 투자를 하거나 여유 자금 이외의 돈을 모두 쏟아 붇기에는 증시의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으로 보인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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