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공모주 학습효과, '묻지 마 투자'를 끝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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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공모주 학습효과, '묻지 마 투자'를 끝내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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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공모주는 지난 2년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제로에 가까운 예금 금리와 나날이 높아진 아파트 가격은 전 국민의 투자자 시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국내 투자자는 200만명,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500만명이 넘었다. 저축만 한 성실한 사람들이 과거 높은 인정을 받았다면 지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 소리를 듣는다. 

주식 및 코인 투자에 나선 이들이 점점 많아졌지만 소위 대박을 냈다는 이들은 꼭 건너 누군가라는 이야기만 있지 막상 자신이 큰 돈을 벌었다는 이들은 어디에도 없다.

많은 이들이 주식과 코인 시장에 몰릴수록 큰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건 업계 상식이다. 투자 격언에서도 많은 이들이 몰리는 시기와 종목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이와 다르게 많은 이들이 몰려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공모주 투자다. 공모주는 쉽게 말하면 기업을 설립한 후 처음으로 외부 투자자들에게 자사의 주식을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일정 부분 자격 요건을 갖추거나 성장세를 보이면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기업의 미래 가치를 인정받는 게 일반적이다. 

소액 투자자들의 애정의 대상이 된 공모주

공모주 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공모주와 관련된 연구도 200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5편의 논문이 발표, 게재됐다. 그러나 소액 투자자에게까지 폭 넓게 관심을 받았던 건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작년 초부터였다. 공모주 투자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공모주 청약 과정 자체가 비교적 쉽고 돈을 잃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이상의 어르신들까지 공모주에 몰려드는 이유이다. 따상(신규 상장 후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며 상한가로 마무리), 따상상 등의 용어는 웬만한 투자자라면 한 번은 다 들었을 얘기다. 전 국민이 잠재적 또는 현실적 투자자로 나서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앞다퉈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 열풍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증권업계 속어인 따상상에 성공하자 공모주는 주식투자에서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테마로 투자자들에게 각인됐다. 공모주 배정에 극히 소수의 수량이 배정된다고 해도 상장 첫날 공모주 투자에 나서면 최소 10% 이상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다른 주식 대비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이후 수많은 매체에서 복수의 증권에 계좌를 개설해서 공모주 배정을 좀 더 많이 신청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며 열풍은 ‘묻지 마 투자’로 확대됐다. 다수의 투자자가 상장 첫날 한 번에 몰리며 기업 공개에 나선 다수 기업들의 주가가 상장 초기 높은 주가를 기록했기에 소액 투자자들의 안전한 투자처로 공모주는 널리 확산됐다. 

25~26일에 실시된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역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제공=삼성증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비례해서 빠지는 공모주 거품

올해 메타버스 트렌드를 타고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인 맥스트가 카카오게임즈 이후 1년만에 따상상을 기록하며 공모주 투자의 열풍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자 다수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기업 공개에 나섰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 1년간 공모주 투자를 경험한 소액 투자자들도 전문가 못지 않게 기업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크래프톤, 롯데렌탈, 케이카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은 공모시장 대어로 인정받았으나 청약 경쟁률부터 실제 주가 흐름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일진하이솔루스, 지아이텍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해당 분야의 기술력과 매출액, 영업이익 등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기업들은 청약 경쟁률부터 상장 초기 주가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기업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지표를 학습하며 기업과 업종의 현황 등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투자에 나선 이들중 상당수는 재무제표도 보지 않고 다른 이들의 의견, 조언을 맹신하고 투자에 나서 낭패를 봤다. 지금은 대학생부터 직장인 등 거의 모든 투자자가 투자 종목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 여러 기업이 기업공개에 나섰다가 본의 아니게 기대치를 밑돌았거나 기업공개를 아예 미루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브랜드나 다른 이들의 평판을 듣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면 지금의 투자자들은 기관의 수요예측 결과, 업종 흐름, 해당 기업의 3개년 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을 기본적으로 살펴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지금의 공모주 거품이 빠지는 흐름은 소액 투자자들의 눈높이 향상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시장에서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과 정상적으로 대결하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이 적어도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 대한 옥석만이라도 제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공모주 열풍은 조금씩 소멸하고 있다.

시장의 주가는 주로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조정을 받는다. 공모주 주가는 이들 못지 않게 소액 투자자들에 의해서 현재 조정을 받고 있다. 이제 다수의 투자자는 더 이상 현혹되지 않고 신중히 기업을 살펴보겠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돈을 쉽게 벌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기업들도 돈을 쉽게 벌기 어려운 시대다. 

투자자들이 묻지 않고 따지지도 않던 시대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역량을 묻고 검증하는 시대, 공모주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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