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퀵커머스’ 규제 나서나…"신사업 성장 둔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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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퀵커머스’ 규제 나서나…"신사업 성장 둔화" 비판도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0.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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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퀵커머스-골목상권 영향 분석 및 정책 수립 예정
쿠팡 비대위, 퀵커머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요구
업계 관계자 “신규 사업 규제 시 소비자 불편함 늘어날 것”
전문가 “상생 방안 찾아야…혁신 서비스는 계속 생겨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하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정부의 퀵커머스 규제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유통업계가 정부의 퀵커머스 규제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이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법안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고 퀵커머스 규제로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업체를 포함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진출한 퀵커머스 서비스의 현황과 골목상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중소유통업과 상생 방안 등의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의 이번 용역은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배달플랫폼과 이커머스 업체들이 배송시간 단축 경쟁을 벌이며 골목으로 침투하고 있다”며 “퀵커머스는 전자상거래 형태지만 ‘특정권역에서의 근거리 배송’이란 점에서 일반 소매업종과 경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권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제도적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해 내년 3월 최종 보고서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 여당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퀵커머스 성장=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시각

여기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한국마트협회·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11곳으로 구성된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쿠팡 비대위)는 조만간 퀵커머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해당 사업을 인수하거나 진입·확장할 수 없다. 쿠팡 비대위는 ‘배달의민족’ B마트, ‘쿠팡이츠’ 쿠팡이츠마트의 매출이 늘수록 중소상인·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퀵커머스는 도심 곳곳에 작은 물류센터(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두고 식품·생필품 등을 15분~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배달플랫폼 업체들이 주로 펼치고 있는 즉시 배달 서비스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편의점,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판매하는 제품과 대부분 겹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배달플랫폼 업체들 외에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들도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퀵커머스 시장이 2025년까지 최소 5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당 시장의 수요가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매출’ 부문은 전년 대비 약 328% 급증한 2187억 원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 전체 매출(1조995억 원)이 전년 대비 94% 늘고, 서비스매출(8674억 원)이 전년 대비 7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렇듯 주요 유통·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퀵커머스를 낙점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부담이 커졌다. 도심에 위치한 MFC를 물류창고업이 아니라 유통소매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마찬가지로 출점 시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편함 가중·혁신 서비스 성장 저하' 반론도 

유통업계는 퀵커머스 사업 규제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퀵커머스 사업의 확장과 골목 상권 침해를 단순히 연결 짓기 어려울 뿐더러, 사업 규제에 따른 소비자 불편함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 규제를 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신규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피해보는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인데, 그 부분은 고려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이후 발생했던 부작용도 언급한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월 2회 문을 닫고 24시간 영업도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 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배송 경쟁력을 잃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 도입으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결국 피해를 본 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이었다”며 “골목상권이 살아나지도 않았으며,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향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인 규제 보다는 기업과 골목상권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섣부른 규제 도입이 퀵커머스라는 신사업 성장을 막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퀵커머스 대상 제품들이 동네 슈퍼와 겹치는 것은 사실이나 과한 규제는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죽이는 일”이라며 “가장 타격이 큰 10개 품목을 못 팔게 하는 등 핀셋규제를 통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적자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막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민해봐야 한다”며 “퀵커머스를 규제해도 로봇, 드론 배달 등 또 다른 혁신 서비스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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