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부상하는 '왕홍경제' 12시간만에 2조 원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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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부상하는 '왕홍경제' 12시간만에 2조 원 '완판'
  • 박신희 베이징통신원
  • 승인 2021.10.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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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홍경제’, ‘아시아 보아 포럼’에서 18개 주요 키워드에 뽑혀
2021년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2조3500억 위안에 이를 전망
한국 기업들의 왕홍 활용 마케팅도 활발
중소기업 왕홍 마케팅을 위한 전문가 발굴 및 실무자 육성 필요
박신희 베이징통신원
박신희 베이징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통신원] 중국 왕홍 한 명이 한화 약 2조 원 이상의 물건을 하루에 판매하면서 중국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20일 ‘립스틱 오빠’로 유명한 중국 왕홍 리자치(李佳琪)가 인터넷 라이브방송으로 약 2조2천억 원의 상품을 팔아 치웠다. 리자치는 12시간 동안 라이브방송으로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부터 애플의 에어팟에 이르기까지 수 십여 가지 상품을 판매했다. 리자치가 달성한 예약 판매액은 상품 취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판매액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리자치가 세운 판매액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진행된 라이브방송 중에서 당분간 최고 판매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리자치 이외에도 타오바오에서 진행된 라이브방송에서는 그동안 유명 왕홍인 웨이야가 14시간 동안 한화 약 1조4700억원, 체리가 한화 약 22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라이브커머스 왕홍들의 엄청난 판매고는 중국 시장의 높은 소비 잠재력과 중국 전자 상거래 영역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왕홍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유명 왕홍 웨이야의 방송 모습 (사진출처=왕이망)
중국 왕홍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유명 왕홍 웨이야의 방송 모습 (사진출처=왕이망)

2021년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2조3500억 위안에 이를 전망

왕홍은 왕뤄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인터넷을 뜻하는 ‘왕(网)’과 유명하다는 뜻의 ‘홍(红)’을 결합시킨 말이다.

중국에서는 2010년 초반에 SNS인 웨이보, 위챗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왕홍 개념이 등장했다. 이후 인터넷 속도의 발달, 모바일 이용자 수 증가, SNS 및 동영상 플랫폼의 증가에 따라 왕홍들을 팔로우 하는 네티즌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십만명에서 수천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왕홍들이 생겨났고 왕홍의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
 
왕홍 개념이 등장한 초기에는 귀엽고 예쁜 외모나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인기를 끄는 왕홍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기업들이 영향력 높은 왕홍들을 브랜드나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커머스에 눈뜬 왕홍들이 직접적으로 제품 제작이나 판매에 참여하면서 ‘왕홍경제’가 활성화됐다. 

'2021년(상)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왕홍들이 이끌어가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17년 196억4000만 위안(약 3조6200억 원)에서 2018년 1354억1000만 위안(약 24조9800억 원), 2019년 4437억5000만 위안(약 81조8000억 원), 2020년 1조 2850만 위안(약 184조5000억 원)이다. 올해는 2조3500억 위안(약 369조98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해남도에서 열린 ‘아시아 보아 포럼’에 참석한 리자치가 왕홍경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소후망)
중국 해남도에서 열린 ‘아시아 보아 포럼’에 참석한 리자치가 왕홍경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소후망)

‘왕홍경제’, ‘아시아 보아 포럼’에서 18개 주요 키워드에 뽑혀 

지난 4월 21일 중국 해남도에서 열린 ‘아시아 보아 포럼’에는 중국의 유명 왕홍인 리자치와 웨이야가 참석했다.

중국 대표 왕홍 자격으로 포럼에 참석한 리자치와 웨이야는 라이브커머스 왕홍으로 살아가는 삶과 수많은 왕홍들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정치, 사회, 경제분야의 저명인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보아 포럼’에 왕홍들이 직접 참석해 토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경제에서 ‘왕홍경제’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보아 포럼’에서는 '왕홍경제'가 탄소중립, 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과 함께 18개 키워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홍은 이미 2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타오바오와 징동 등 기존 라이브커머스 방송 플랫폼 이외에 웨이보, 타오바오, 샤오홍슈, 콰이쇼우 등의 플랫폼들이 새롭게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뛰어들면서 향후 라이브커머스 왕홍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에서 매년 11월 11일에 열리는 광군제 행사에는 십만여명의 왕홍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왕홍경제’가 내수 시장 진작 및 심각한 중국 취업난의 돌파구 역할도 톡톡히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왕홍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중국으로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의 왕홍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면세점에서 왕홍들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it610)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중국으로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의 왕홍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면세점에서 왕홍들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it610)

한국 기업들의 왕홍 활용 마케팅도 활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중국으로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의 왕홍 마케팅도 활발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왕홍들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수천 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은 한화 약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신규 휴대폰을 왕홍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완판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및 경제 유관 단체들의 왕홍 활용 마케팅 지원도 진행중이다. KOTRA는 중국 남부 대표적 상업도시인 광저우를 시작으로 칭다오, 충칭, 난징, 상하이, 청두 등 6개 도시에서 ‘왕홍 활용 온라인마케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로 해외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기업을 위해 '인플루언서 활용, 중국 채널 온라인 마케팅 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왕홍 판매를 통한 한국 제품의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의 왕홍을 활용한 판매 효과는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왕홍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이지 못한 일회성 마케팅으로 왕홍 마케팅 효과가 미흡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왕홍과 중국 SNS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은 좀 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왕홍경제’의 성장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도 물론 존재한다. 왕홍들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는 짝퉁, 과장 광고, 허위판매, 질 낮은 상품 유통, 환불 및 교환 불가 등 다양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중국 소비 회복세는 가파르르고 억눌렸던 소비가 일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왕홍을 통한 소비도 폭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중경제교류 관련 유관 단체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왕홍경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더불어 전문가 발굴 및 실무자 육성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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