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이어 마그네슘 대란?...숨 죽인 완성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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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란 이어 마그네슘 대란?...숨 죽인 완성차 업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0.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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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난으로 가동 멈추면서 마그네슘 공급부족 
완성차 업계, 심각한 생산차질 불가피할 듯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일부 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자동차의 핵심 원료인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일부 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자동차의 핵심 원료인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일부 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자동차의 핵심 원료인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 빠졌다.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마그네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완성차 업계 역시 심각한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그네슘 부족,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위기"

1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완성차 업계가 직면한 주요 이슈는 반도체칩 부족이었지만, 이제는 마그네슘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주요 원료 공급이 위협받으면서 잠재적으로 심각한 생산 차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FT에 따르면, 전세계 마그네슘의 약 90%가 중국에서 제련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산시성의 위린시에서 생산된다.

약 한 달 전 산시성은 지역 내 50개 마그네슘 제련소 중 35곳에 대해 연말까지 폐쇄 명령을 내렸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에너지 소비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량을 50% 줄이도록 지시했다.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인해 일부 지방 정부들이 전력 사용량이 높은 산업군에 대해 전력 공급을 제한했고, 마그네슘 제련소 역시 이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마그네슘 1톤을 생산하는데 시간당 35~40M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조건의 알루미늄 생산에 16MW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마그네슘의 전력 사용량이 상당히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마그네슘은 자동차 생산에 있어 필수 원료라는 점이다. 자동차 변속장치는 물론 시트프레임, 연료탱크 커버 등 사실상 모든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에 있어 마그네슘은 빠질 수 없는 필수 원료다. 

바클레이스의 아모스 플레처 애널리스트는 "알루미늄 시트 생산시 마그네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만일 마그네슘 공급이 멈추면 전세계 자동차 산업은 잠재적인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마그네슘 부족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캐나다의 메탈 회사인 마탈코(Matalco)는 지난주 고객들에게 마그네슘이 고갈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FT는 "마탈코의 경고는 중국의 전력 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주요 산업재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가격 분석 회사인 아거스미디어는 유럽이 수입한 마그네슘 가격이 지난 한달간 75% 급등해 톤당 9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생산 재개가 관건

일각에서는 알루미늄의 재고가 연말 이전에 바닥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금속은 3개월 후 산화되기 시작하며 저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국이 생산을 늘리지 않는다면 연말전에 재고가 심각하게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마그네슘 부족은 사용 가능한 알루미늄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동차 생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이제 막 등장한 문제로, 우리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시나리오를 우리의 추정치에 포함시키지 않았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유럽지역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중국 마그네슘의 약 45%가 유럽으로 향하고 있으며, 유럽 마그네슘의 95%가 중국산이다.

유럽지역은 마그네슘과 관련해 사실상 중국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의 비철금속 무역협회인 WV메탈은 이달 초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현재 독일 및 유럽 전역의 마그네슘 재고는 길어도 올해 11월 말에는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정도 규모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면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생산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이외의 다른 산업계도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피안알루미늄협회(EA)는 성명을 통해 "현재 마그네슘 부족 사태는 EU가 자국 경제를 중국산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감수하고 있는 위험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며 "EU의 산업 금속 전략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이 마그네슘 공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관건은 중국 내 마그네슘 생산 재개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루미늄이 각종 산업 제조 분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필수 원료인 마그네슘의 생산 재개가 임박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플래처 애널리스트는 "이 전망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위험"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외에는 해법 없어"

비단 마그네슘에서 문제가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많은 상품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으로,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구리다. 

구리는 지난 19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만400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5월의 1만747달러에 육박한 수준이다. 

최근 몇달간 구리 재고가 15만톤에서 2만1000톤으로 급감한 것이 가격 급등세의 원인이 됐다. 

FT는 "LME는 실물인수도 거래를 운영하기 때문에 창고에 있는 구리의 재고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위드머 BoA 상품 전략가는 "일부 금속이 창고에 더 유입된다 하더라고 글로벌 경기침체 이외의 즉각적인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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