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빨라질 美 통화정책 변화, 글로벌 경제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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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빨라질 美 통화정책 변화, 글로벌 경제엔 좋은 일이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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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9월에 열렸던 미국 FOMC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미 통화당국의 정책 변경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다.

많은 위원들은 올해 11월부터 연준의 자산매입 속도를 늦추는 데 합의하는 모습이었고, 내년 말부터 정책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보는 위원의 수가 18명 중 9명까지 늘었다.

지난 회의 때 이 수치가 7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는 위원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9월 초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글로벌 증시는 최근 오히려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 증시는 고점 이후 지수별로 5~7% 떨어지고 우리 증시는 12%나 떨어졌었는데, 요 며칠간 2~3%씩 반등하는 모습이다.

그뿐 아니라 채권 가격과 이머징 국가 통화가치도 반등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이 한참 커진 시점에 1.6% 이상으로 올랐었지만 이제 1.5% 수준으로 내려왔고, 원달러환율은 작년 7월 이후 처음 1200원을 넘어선 이후 며칠 만에 다시 1180원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은 긴축보다는 정책실패에 대한 우려

미국 통화정책 변경이 분명해졌음에도 나타난 글로벌 자산시장의 안정과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흐름 재개는 이미 시장이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영향을 소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판단된다.

즉,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당국이 더 늦지 않은 시기에 정책적 대응에 나섬으로써 이른바 ‘정책 실패’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늘어난 것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이 물가 상승에 따른 긴축 여부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여부로 바뀐 셈이다.

사실 그러한 우려가 나타날 만큼 최근 물가 상승은 가팔랐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전년동월비 5.4%로 5개월 연속 5%를 넘어섰고, 생산자물가상승률은 8.6%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10.7%로 올라서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보다는 좀 낮지만, 우리나라 역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5%, 8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7.3%에 달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기저 효과에 의한 물가 상승 시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길고 강하게 상승하진 않았다.

9월 미국 FOMC의 의사록 공개 이후 미국 통화당국의 정책 변경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생각해 보면 이번 물가 상승이 과거 금융위기나 일반적인 침체 이후 회복기의 그것보다 더 크게 나타날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병목 현상을 들 수 있는데, 전염병이 초래한 정책적, 자발적 활동 제한은 급격한 고용 위축과 함께 생산, 물류 측면에서의 차질로 이어졌다.

이 같은 요인만 있었다면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 활동의 제한은 소득의 감소를 통해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소득의 위축에 대응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재정을 소득 보전의 형태로 풀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은 바로 소비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소비의 편중 현상을 심화시켰는데, 이는 병목 현상을 심화시켰다. 야외 활동이 제한된 대신 사람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했고, 재택근무나 원격수업에 따라 필요한 내구재도 늘었다.

보전된 소득으로 소비는 유지됐는데, 생산과 물류 차질과 일부 제품 수요가 급증했고, 실업 상태에서도 소득이 보전되는 바람에 노동시장 참여가 늦어지는 가운데 생산과 물류 측면의 차질이 장기화된 모습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임금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의 증가 속도는 높지 않은데 시간당 임금은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보전된 소득 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일부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저조했던 데다, 반복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구직 활동을 늦추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재정정책 때문이었다고 해도 이러한 물가 상승 압력은 통제 가능하고, 얼마가지 않아 서서히약해졌을 수 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쓰는 규모를 줄이는 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중반을 넘어서며 급격하게 증가했던 제품 수요는 한층 수그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적 지원이 조금 약화되자 일반적인 내구재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이를 반영해 꾸준하게 오르던 비에너지 상품가격은 5월을 전후해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물가불안을 장기화하는 두 요인

하지만, 다른 두 가지 요인이 물가 상승의 길이와 높이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 안정 시점이 뒤로 늦춰지고 있다. 미국 통화당국이 전향적으로 나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자산가격의 급등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공급 측면에서의 병목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극도로 낮은 금리와 유동성에 의한 것으로 이제는 가격뿐 아니라 임대료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소비자물가 측정에서 30% 내외를 차지하는 임대료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에서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는, 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만한 부분인데, 바로 급속한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에 있어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 증가는 해당 산업에 투입되는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가격도 높였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이다.

사실 신재생 에너지의 공급이나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등의 수요는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시설 투자는 일정 기간 기존 화석 연료의 수요를 오히려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 등의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새로운 시설을 위해 기존의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더 길게는 기존 시설이 폐기되는 데 따른 비용이 제품 가격에 전이되는 모습까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유럽에서는 폐기 수순을 밟고 있던 원전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에 따른 연료 수급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중국 역시 석탄 발전을 조금 더 환경 친화적인 발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전력난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장의 전력난은 당연히 제품의 수급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주요국들이 탄소 중립을 달성 시점을 앞당기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러한 현상들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제 다시 통화정책 논의로 돌아오자. 지금까지 미국 연준은 많은 시장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물가 부담이 일시적이라는 생각을 가져 왔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이유들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은 연준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높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자산시장 역시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료나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美 연준의 바람직한 스탠스는 무엇

이 경우 연준이 어떤 스탠스를 가져가는 것이 경제와 자산시장에 더 긍정적일까?

당연히 통화정책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의 상승을 적절히 통제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고 물가 급등이 초래하는 빈부 격차의 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물가 상승을 통제하지 못한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실질구매력의 손상, 그리고 실물자산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격차가 확대되며 나타날 소비 저하로 경기 침체가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물가 상승 압력이 전후 인플레이션 압력과 70년대 오일 쇼크 기간과 같은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판단되진 않는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신호로 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준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제 자산시장은 유동성 흡수나 금리 인상과 같은 정책의 변화가 줄 충격보다 정책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방치됐을 때 나타날 장기적인 충격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할 것이다. 

반면 이를 적절하게 통제해 안정된 범위에서 물가와 경제 성장이 유지되는 것을 반길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이에 기반한 자산가격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FOMC 결과에 대한 자산시장의 반응은 이러한 점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경우 위험자산의 가격 상승 속도가 이전과 같은 모멘텀을 가길 기대하긴 어렵다. 낮은 물가와 낮은 금리, 높은 성장이 만들어낸 위험자산 투자의 황금기는 지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가 초래하는 조금 더 높아진 금리와 조금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성장률은, 주식 가치의 두 가지 축인 기업 실적과 금리(또는 유동성)가 가격에 안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또한 이미 높아진 생산 비용으로 인해, 시장 지배력이 약한 기업들은 이 부담이 줄어들 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가 상승 자체가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환경에서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변경은 장기적으로 볼 때 증시에 긍정적이다.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앙은행의 대응이 너무 늦었고 이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적인 환경이 예상보다 빨리, 강하게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 통제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과 전염병으로부터의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글로벌 경제의 실패를 예단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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