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특강 <초불확실성의 시대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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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특강 <초불확실성의 시대와 한국경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3.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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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2일 오후 7시…강원대학교 삼척 캠퍼스 강의동 319호실

***    특강 강의 원고 ***

 

일시: 2017년 3월 22일 오후 7시 (두시간)
장소: 강원대학교 삼척 캠퍼스 강의동 319호실

제목:
<< 초불확실성의 시대와 한국경제 >>

 

<순서>

I. 초불확실성의 시대
- 영·미에서 글로벌리즘 무너지고
- 국내는 미증유의 정국 혼미 


II. 트럼프 등장과 세계 경제

1. 트럼프 첫조치, 美 TPP 탈퇴
2. 트럼프의 환율 압박
3. 美 금리 인상, 골디락스 반영
4. 뉴욕증시 활황…다우존스 2만 돌파


III. 한국경제 전망

1. 세계경제 회복은 저성장 기조 추세속 반등일 뿐
2.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에 대한 대책
3. 한국만 저성장…장기불황 가능성은
4. 가계부채 우려
5. 구조조정의 문제점

구조조정 사례
① 한진해운 파산…글로벌 치킨게임에서 패배
② 대선판에 끼인 군산조선소 


김인영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현 지역경제진흥원 이사장


I. 초불확실성의 시대
- 영·미에서 글로벌리즘 무너지고
- 국내는 미증유의 정국 혼미 


지금 50대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베스트 셀러가 영국의 석학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가 쓴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tainty)라는 명저였다. 그가 그 책을 쓴 시기가 1977년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갈브레이스는 그 책에서 현대(당시)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현대는 과거처럼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고, 우리가 진리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과 합리성과 이성에 근거한 담론체계도 의심스러우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혼란스러운 시대라고 주장했다.

갈브레이스가 책을 쓸 때, OPEC의 원유 감산으로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고, 미국은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즉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 있었고, 베트남전 패전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후 세계금융질서였던 브레튼우즈 체제도 무너지고 있었다.
당시 국내는 유신독재 시절이다. 긴급조치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옥고를 치르는 암담한 시절이었다. 10%대의 고속성장을 하던 경제도 오일쇼크에 중화학 공업정책 실패로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불확실성’보다 한단계 ‘높은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를 살아가고 있다는 국내외 논평이 나오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 현대 사회는 다시 주도적 지도원리가 무너지고, 과거보다 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국경을 허물고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글로벌리즘을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미국에선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오히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질서는 신냉정 구조로 치닫고 있다. 과거의 냉전 시대엔 미국과 소련이 두 축이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으로 축이 바뀌고, 중심지가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최근 신냉전 구도는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미군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정세를 돌아보면 지난해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 탄핵결정라는 대격변이 있었고, 오는 5월 10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런 정치 변동 과정에서 사회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또 과거 60년 두세대 동안에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재벌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재벌 개혁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론’,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사회 계층의 고착화에 대한 문제도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초불확실성은 당분간,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갈 것 같다.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invisible) 상황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장 잘 느낀다. 앞이 보일때까지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제를 운용하거나, 기업을 경영할 때, 작게는 집안 살림을 살때에도 보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한정 어두운 뉴스만 있는게 아니다. 우리 주력산업의 하나인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말 이후 급등하고,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해외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여건도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다.
불확실성은 경제질서의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하다. 여건 변화에 맞춰 우리 사회도 국제적 흐름 변화에 적응하고, 지난해 사태를 계기로 사회의 구조적 개혁과 비효율성 제거에 힘쓴다면 새로운 세계를 맞는 기회가 될 것이다.

 


II. 트럼프 등장과 세계 경제

1. 트럼프 첫조치, 美 TPP 탈퇴
- 한미 FTA 재협상 "기회로 삼아야"

햇수로 치면 2년전이다. 2015년 10월 5일로 돌아가 보자. 미국·일본등 12개국 무역·통상장관들이 미국 조지자주 애틀랜타에 모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타결지었다.
TPP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선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에서 한국이 소외되었고, 한국 정부는 그 협상에 왜 들어가지 못했느냐는 질타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쏟아졌다.
TPP는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국가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2005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에 체결돼 이듬해 발효된 협정에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 등 8개국이 추가돼 모두 12개국이 TPP 확대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 성명을 내고 "TPP는 21세기에 필수적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주는 것"이라면서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써야 한다"면서 중국 포위전략임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미래에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던 TPP가 협상타결 1년여가 지나면서 주도국인 미국이 공식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3일째인 1월 23일 TPP 탈퇴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TPP마저 탈퇴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에 대해 "미국 근로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직후 정권인수팀이 마련한 문건에는 “NAFTA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취임 200일 이내에 폐기하고, TPP에서는 즉각 탈퇴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공약 실천에 들어간 것이다.

TPP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손해볼 게 없다. 2015년말의 협상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면 끼워주지 않았다) 협정이 무산되더라도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피해볼 것도 없다. 태평양의 두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재주를 부릴 때 우리는 뒷전이었던 게 오히려 잘 된일처럼 보인다.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윤상직 의원은 “TPP는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이고, 양자간 FTA를 모두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고 애써 변명했다. 즉 양자협상인 한미 FTA가 체결돼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를 개정하자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NAFTA, TPP에 이어 다음 타깃은 한미 FTA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 NAFTA와 한미 FTA를 묶어 "민주당 정부에서 체결한 실패한 협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는 특히 "2012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며 "그 여파로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을 너무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하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수정을 요구해 올 경우, 우리가 고치고 싶은 것도 제시하면서 높은 단계의 협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2. 트럼프의 환율 압박
- 제조업 활성화 위해 아시아 국가에 ‘환율조작국’ 지정 움직임

미국의 대통령이 환율과 금리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대신에 재무 장관이 그 역할을 해왔다.
이 전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깨졌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제약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를 보라.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꼭두각시처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비난하기는 이례적이다.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당선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 강한 달러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을 할수 없다. 강한 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이 저간의 불문율을 무시하고 직접 달러 강세의 문제점을 지적한데다 그의 측근마저 동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20여년 간의 ‘강한 달러’(strong dollar) 정책 기조를 변경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조업 부활을 외치면서 중부 공업지대 근로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취임후 그는 미국 제조업 강화를 위해 환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통화는 크게 두가지 통화로 구분된다. 달러와 비(非)달러다. 유로, 파운드, 엔, 위안등 다양한 통화는 모두 비달러 통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달러 이외의 통화는 달러를 축으로 변경되는 종속변수다.

미국의 달러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 업종간 이해를 달리한다.
강한 달러 정책은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계의 선호 논리다.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면 전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 주식시장이 호황을 구가한다. 최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2만 포인트를 돌파한 것도 달러 강세 기조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국제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에 비해 약한 달러는 제조업들에겐 유리하지만 금융인들은 싫어한다. 따라서 트럼프가 강한 달러를 비판한 것은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뉴욕 월가의 금융인보다는 미시건·오하이오주의 기업인들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선택하는지, 약한 달러 정책으로 기우는지는 경제정책의 축이 어디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은 1985년 플라자 합의가 그 표본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공화당 정권 때다. 당시 달러는 고공행진했고, 미국의 제조업은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디트로이트의 노동자들은 망치를 들고 일제차를 때려 부수었다. 의회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강권을 발동했다. 9월 22일 미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뉴욕 맨해튼에 있는 플라자호텔로 불러들였다. “앞으로 달러 약세정책을 취할 터이니 들어주시오.” 네 나라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 재무방관의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 들였다.
미국의 무기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달러 절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회에서 추진하는 보호무역 법안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소련을 위시한 공산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미국 군사보호조치에 지원하라는 암묵적 요구였다. 일본과 독일은 2차대전 패전국이었고, 프랑스와 영국은 미군의 지원이 없었으면 패할 나라였다. 그들은 미국의 우격다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3는 살아났다.

하지만 10년후 1995년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으로 전환했다. 어느 정도 미국 제조업이 살아난 덕분도 있지만, 뉴욕 월가의 금융인들이 행정부를 지배하면서 금융의 이해가 환율정책에 스며들었다.
아칸소주의 시골촌뜨기 정치인에 불과했던 빌 클린턴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밀어준 세력은 뉴욕 월가였고, 그 중심에 골드만삭스의 로버트 루빈 회장이 있었다. 1995년 루빈은 클린턴 행정부에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강한 달러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는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해다”(A strong dollar is in our interest)라고 선언했다.
이어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정부가 들어섰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부시 정부 시절에 재무장관이었던 폴 오닐은 알루미늄 제조회사인 알코아의 회장을 역임했었다. 그는 강한 달러 정책이 미국 제조업에 불리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인물이다. 2001년 오닐 재무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며칠후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뒤집었다. 그만큼 뉴욕 월가의 영향력이 제조업의 힘보다 강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도 클린턴 행정부의 강한 달러 기조를 유지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티모시 가이스너 재무장관은 월가 출신이었고, 그는 달러의 가치를 기준으로 위기 극복의 신호로 가늠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약한 달러(weak dollar) 정책 기조로 갈 것임을 시사하자 유럽이나 일본, 중국에서 난리법석이다. 미국은 스스로 달러를 약세기조로 전환할 힘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그들에겐 그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행정부는 달러 이외의 통화를 사고 팔거나, 중앙은행인 Fed를 통해 국채(Treasury bond) 물량을 조절함으로써 달러 가치를 변경시킬 역량이 있다. 하지만 유럽, 일본,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TB)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해야 하는데, 이마저 미국이 환율 조작이라며 통상의 무기를 들고 나온다면 방어의 수단을 잃게 된다.
미국은 외환시장, 즉 달러의 가치를 변화시킬 무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세계 외환시장이 춤을 춘 것이다.

하지만 통화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도 피를 흘려야 한다. 트럼프는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을 예고했는데, 그렇게 되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달러는 강세로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취임 이후 보여준 시장의 논리다. 따라서 트럼프가 행정부의 보이는 손을 동원해 달러 약세를 유지하려면 시장의 왜곡이 생기게 된다.
이 대목이 바로 협상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달러 약세 정책이냐, 인프라 확대냐. 중국, 일본, 유럽의 국가들의 입장에선 달러 약세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역 역조 개선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수도 있다. 즉, 유럽, 일본,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 물건을 많이 사줄 터이니, 달러 약세를 취히자 말아 달라는 절충안을 들고 나오도록 트럼프가 유도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금에 고정시키는 태환정책을 포기할 때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존 코널리는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달러는 우리의 통화다. 그런데 당신들이 걱정하는가”라고 퉁명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도 자기네 통화 가치를 조절하겠다는데, 왜 다른 나라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느냐고 하고 있다.
달러는 분명 미국의 통화다. 하지만 세계의 통화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두 개의 카드를 들고 상대방 국가를 협박하고 있다. 무역역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환율 카드를 쓰겠다는 것이다.

 


3. 美 금리 인상, 골디락스 반영
- 한국에도 긍정적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3월 14~15일 열린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렸다.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에 탄력이 붙었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읽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금리 정책을 펼 때 시장과의 교감을 중시하는데, 발언의 강도로 볼 때 금융시장의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을 전제로 금리를 올린다. 전문가들은 연내에 3~4차례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다우존스 지수가 2만1,000 포인트를 넘어서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15년에 2.6%의 성장을 한데 이어 지난해엔 1.6%의 성장을 기록, 전년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2010년 이후 7년째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미국의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1월 미국의 실업률은 4.8%로 건강한 편이고,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1.9%로 연준의 목표 범위 내에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의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56.5에서 57.6으로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56.6을 웃돈 것이다.

한국의 많은 시장참여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우려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잘못된 인식의 결과다.
첫 번째 우려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해외의 달러가 미국으로 이동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자금이 빠져나가므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해말 금리를 인상한 이후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두 번째는 국내 실질금리 상승이다. 지난해말 트럼프 당선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국내 채권금리와 실질금리가 1% 포인트 가까이 동반 상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은 아니다. 트럼프가 공항·철도·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국내 채권시장도 이에 연동한 탓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의 영향도 있을 것이지만, 여의도 금융가의 애널리스트들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환율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와의 차이가 좁아졌기 때문에 원화 절하가 기대된다. 이미 전 거래일(3일)에 원화는 달러에 대해 14.5원이나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직국 지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 금리인상에 의해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환율이 상승한다면 조작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고, 더불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여건이 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걱정부터 한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도 많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경제가 탄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힘을 받으면 주변국가의 경제도 개선된다. 올들어 유럽 각국의 성장력이 회복되고, 일본의 물가가 상승하는 세계 경제에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우리의 수출 단가도 개선되고, 주문량도 넉넉히 확보할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마냥 걱정할 것이 아니다. 다만 국내 실질금리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부채 관리에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4. 뉴욕증시 활황…다우존스 2만 돌파
- 트럼프의 제조업 활성화, 인프라 확대 정책에 투자심리 호조
 
미국의 대기업 30개의 주가를 지수화한 다우존스 지수가 2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999년 3월 10,000을 찍고 18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22일 19,000선을 넘은 이후 42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우존스 지수는 ‘다우존스 공업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의 준말로, 미국의 대기업 30개의 주가 평균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다우존스 지수 2만 포인트 돌파는 미국 제조업이 힘차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한다.
다우존스 지수 2만 포인트 돌파에 대해 해외언론들은 ‘트럼프 랠리’라고 부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그가 보여준 제조업 활성화, 인프라 확대 정책, 규제완화 등의 약속들이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896년 월스트리트저널지와 그 모회사인 다우존스사의 편집인이었던 찰스 다우가 개발했고, 그의 동료이자 통계학자인 에드워드 존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미국 제조업 12개로 출발했다. 1916년 20개로 늘어났고 1928년에 지금 같은 30개 종목을 갖췄다.
1896년 5월 26일의 첫날 지수는 62.76이었다. 지수는 1896년 금융 패닉으로 한때 28.48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1차 세계대전 기간엔 뉴욕증시가 폐쇄되는 바람에 지수가 몇 년간 멈추기도 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에 이 지수는 148~206 사이를 오르내렸다. 지수는 전후 복구에 힘입어 1972년 11월 14일 1,000 포인트를 넘었다.
다우존스 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은 1990년대다. 동서냉전 체제가 붕괴되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가 형성되면서 미국 경제는 10년 장기호황을 구가했다. 1995년 다우존스 지수는 5,000 포인트를 돌파했고, 이듬해인 1996년 6,000 포인트, 1997년 7,000 포인트, 1998년 9,000 포인트, 1999년 5월 3일 마침내 1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다우존스 지수가 급팽창한 것은 「401k」라는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이 제도는 1974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도입했으며, 기업과 개인이 봉급의 일정 비율을 정년까지 각출해 투자상품을 골라 노후를 대비하도록 했다. 401k로 조성된 자금은 주식, 채권, 보험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 상품에 투자됐다. 뉴욕 월가에 무수한 뮤추얼펀드가 이때 생겨났다. 봉급쟁이들의 자금이 거대한 뭉치돈으로 변하면서 증시에 들어왔고, 그 힘이 지수를 급팽창시켰다.
1996년말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Fed) 의장은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며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달아오르는 주식시장을 식히지 못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그후 추세적인 상승세를 지속했고, 마침내 18년만에 다시 2만 포인트를 돌파한 것이다.

 

 
III. 한국경제 전망

1. 세계경제 회복은 저성장 기조 추세속 반등일 뿐 

- IMF 전망에 따르면 미국과 일부 신흥국들, 인도 등의 성장세가 회복이 되면서 세계경제 성장 무역 면에서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좋아지나?

▲ 개선되는 분위기는 맞다. IMF도 성장률을 전망하기를 3.2%에서 3.6%로 전망했습니다. 수치를 보면 개선인데,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가 보기엔, 10등하는 친구가 30등으로 떨어졌다가 여전히 회복 못하느냐, 아니면 20등으로 올라가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실상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나눌 수 있다. 그 이전엔 성장, 소비, 투자도 잘 되고 실업율도 낮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에, 투자는 안하고 소비도 줄고 실업율이 점점 올라가기만 합니다. 과거 경제에 비해 세계각국의 양상이 틀리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저성장 추세다.
현재, 회복으로 보이지만 그 또한 굉장히 오래 걸린 회복이다. 굉장히 저성장의 장기화 추세 속에서 반등일 뿐이다. 어려운 상태에 주어져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인도가 세계경제의 ‘성장축’이라 불리지만, IMF 경제전망에서 인도의 경제전망도 하향으로 조정했다.
과거에는 세계경제가 2% 성장하면 부가가치를 만드는 모습이었는데 2008년 이후 무역 탄성치라 불리는 지수는 낮아지고 있다. 즉 성장에 비해 교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확실히 교역량이 줄어들고, 세계적 수요가 없다. 대출도 더 어려워졌다. 실질적인 성장률 체감도의 개선이 지지부진할 것은 올해도 작년 못지않다. 올해는 한국에 대선이 있을 뿐더러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나타날 여러 문제가 있어서 좋아질 경향보다는 리스크가 많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2.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에 대한 대책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논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관련 행정부의 경제, 무역정책의 변화가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까?

▲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무조건적으로 국익을 앞세워 보호무역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리 앤 페어’(free & fair), 즉 자주적이고 공정할 것이다. 사실, 저와 이야기를 나눈 많은 미국 외교담당자들이 “미국은 보호무역을 결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페어(fair)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다. 자기들이 보는 페어는 서로가 합의하는 룰을 지키는 것이다. 한미 FTA 등 확고한 룰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전달했다.
우선 앞으로 세계교역이 전반적으로 정체 내지는 조금 저성장 기조로 갈 것이다.  이제 한미 FTA도 5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로인해 한국만 좋아졌느냐? 그렇지는 않다. 4년 전하고 비교해서 미국 수출점유율이 8.5%에서 11%로 늘었습니다. 미국의 몫이다. 반대로 미국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률도 3% 늘었다.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도, 미국도, 윈-윈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FTA를 통해 양쪽이 똑같이 성장한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유래가 없다고 한다.  미국이 손해보거나, 상대국가가 손해를 봐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주의라는 보호주의가 생기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제도가 나온다고 한다. 지난 40년 동안의 진행된 소득의 격차, 사회적인 격차의 확대, 이에 대한 정치적 반감, 미국의 중·하층 국민들의 인식으로 인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토대가 있기 때문에 그가 당선된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든 것은 트럼프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 때문에 보호무역 주의가 된다고 보진 않는다. 이미 미국 국민들의 토대가 깔려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들고 나와 당선이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간 학자가 쓴 책에 의하면, 중국이 만드는 모든 음식, 상품이 악에 가깝다는 주장이 펼쳐져 있었다. 중국의 환율조작도 막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하고 있다. 이로 비추어 볼 때, 미국과 중국은 날 선 대립과 긴장국면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멕시코 문제. 중국 다음으로 큰 무역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트럼프라는 당선자가 자유무역이라고 적자를 쌓아가는 것에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단의 조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책적인 제안을 충분히 할 것이다.  FTA라는 중요한 장치도 있지만 무역수지의 적자라는 짐을 지고, 중국과 멕시코, 독일, 일본에 조치는 할 것으로 본다. 보호무역을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특별히 손해를 보거나, 또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요 타깃이 대한민국이 아니다.
사실 한미 FTA 이후 미국은 15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는 편이다. 미국사람들에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한미FTA 이후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의 IT부문 수입이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 그 수입률은 30%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4차 혁명의 시대 속에서 디지털, 모바일과 연결한다면 우리는 4~5년 안에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IT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멕시코를 다루는 방식으로 한미관계에 적용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한미관계 통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가야한다. 우리가 조금 아쉽다고 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봐야 한다. (김종훈 전의원)

3. 한국만 저성장…장기불황 가능성은

-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6%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각 연구기관들이 올해 전망치 내놓은 것을 보면 3%를 넘는 것이 없다. 정부가 2.6%을 냈지만 이는 희망치다.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걱정이다.

▲한국경제 전망은 세계경제 전망보다 훨씬 낮고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수출과 내수 양 축으로 우리 경제를 이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높지 않은데 교역량도 떨어진다. 그런 와중에 우리 수출제품은 가격 경쟁력, 제품 경쟁력이 높은 편이 아니다.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나, 중국수출에 중간재 부분의 수출이 점점 떨어지는 현실을 볼 때는 수출이 내년 우리 경제를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를 소비와 투자라고 본다면 기본적으로 소비는 지금 우리가 임금, 즉 돈을 많이 벌어야 소비한다. 또 그 와중에 가계부채도 빨리 늘기 때문에 채무원리상환금이 굉장히 싼 상태에서 고령자가 늘어 난다. 평균소비자산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번 금액에 비해 얼마나 쓰느냐하는 수치인데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옛날에 우리가 60,70대까지 살 때 소비하는 것과 100세 시대에 사는데 소비하는 것이 당연히 다르다. 당연히 더 적게 쓰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가 벌어들인 민간소득증가액이 큰 적이 없다.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 건설투자로 나뉜다. 2016년은 건설투자가 한국경제를 끌고 왔다. 그런데 작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작았다.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올해 주택의 공급물량이 늘어나 61만 가구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평균 주택수요는 39만이다. 가격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그 와중에 사회간접자본인 SOC 관련된 정부예산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경제 교역량 낮으니 우리경제의 수출이 안될 게 눈에 보인다. 건설투자도 없는 내수, 안 돌아갈 것이다. 이런 불안한 상황속에서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할까요.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공장가동률도 떨어져서 있는 공장도 못 돌리는 상황에서 공장을 더 지으려고 투자하는 기업, 사람이 없다는 거죠. 긍정적인 전망이 하나도 없는데, 당연히 공장을 멈출 것이고, 안 지을 것이다.
사실 2011년부터 세계성장률보다 높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예전처럼 성장을 잘하는 나라가 아니다. 교역량이 줄고, 수출의 한 축이 작동이 잘 안 되는 와중에 내수도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 본다. 생산성, 경쟁력에 변화가 없다면 일본의 장기불황이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4. 가계부채 우려

- 작년 3분기말 1,250조에 달했다. 연말까지 계산을 한다면 1,300조에 육박할텐데 이 가계부채가 이제는 가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 

▲ 담보대출이 가계대출에 가장 큰 부분이다. 각자가 여러 가지 사정이 많을 것이다.
자산가치를 줄여가면서 부채를 줄여가는 과정을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라고 하는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이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부채를 증가시키는 반대 방향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주택구입과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이 많지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나온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은 처분 가능한 소득 중에서 안고 있는 가계대출 비율이 170%나 된다고 한다. 1년 전체소득으로도 빚을 못 갚고 70%가 남는 다는 것이다. 실제 저축가능 금액은 소득의 50%이고, 그 나머지를 소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소비위축으로 즉결된다.
어마어마한 부채규모보다는 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전체가계대출의 60% 관련이 주택관련입니다. 대출금리가 5%에서 2%후반까지다. 평균적으로 1%의 금리가 오르면 이자 및 원리금이 1,300만원 늘어난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분야인데, 영세자영업자가 특히 어렵다. 대부분 이자율보다 높은 부채를 지고 있고, 사채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비붐세대 부채 증가율도 최근 몇 년 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정책적 방안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세계경제 안정, 정치적 정리와 동시에 제자리 찾아 해결되기만을 바란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소 박사)

5. 구조조정의 문제점

- 현재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인 해운·조선이 어렵다, 정리해고 구조조정의 문제가 있다. 전망은 무엇인가.

▲세계 교역량은 내려가고 있다. 또 해운업만의 특징이 있다. 해운은 통상 3년 벌어서 10년을 까먹는다. 우리 해운산업은 2009년부터 버티기 작전으로 갔다. 그때 한진해운의 이슈는 해운업황의 회복시점이었다. 한진해운은 비싼 값을 주고 용선을 했다. 배를 빌렸다. 그런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적자가 났다. 물동량이 많지도 않고 전망도 좋지 않은데 어려움이 있는 해운자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세계최초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도 처음에는 왕실경비로 무역을 했다. 하지만 결국 재정 때문에 주식회사를 만든 것이다. 경쟁력과 일정규모를 유지하는 것에 국가적 차원에서 버티냐, 개별기업에 나누냐를 경정해야 했다. 기업을 통해 돈을 벌어야하는데, 해운업의 배 자체가 인프라다.
조선업도 참 어려운 이슈다. 조선소 지금 거의 놀고 있다. 우리나라 고부가가치 기술력도 아닌데, 결정적으로 우리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한진중공업이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해외로 조선소를 해외로 옮긴 예다. 우리 조선소 평균연봉이 참 높다. 한진의 1인당 임금은 연간 6,000만원부터 대우조선 7,500만원까지 높다. 그런데 계속 적자가 나는 것이다. 특히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1인의 평균연봉이 500만원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영도조선소 적자를 수빅조선소 흑자가 계속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 비싸다고 30%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 방법으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지지부진한 경영은 계속될 것이고 이들의 불행은 고스란히 전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정지원을 낳게 된다.
이제 곧 또 대통령선거입니다. 조선업 해운업 구조조정 힘들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해운업 조선업 살려서 경제 견인하겠다며 구조조정하지 않겠다고 그들의 손을 잡으며 표를 갈구할 것이다. 그럼 또 해결방안을 찾을 시간은 늦어지고, 현 상태가 지속되면서 적자는 또 국민들이 책임져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재래시장을 예를 들어 보자. 냉장고 사러 재래시장에 가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재래시장은 살려야 한다는 것에 정서적인 동의는 한다. 그런데 또 마트 생기면 편리하다. 주변 주거민들의 집값도 올라간다. 하지만 재래시장이 타격 입으면 안 되고, 재래시장 지원도 해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르게 된다. 사실 쉽게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재래시장 상인들이 조합해서 큰 마트를 지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곳곳의 현명한 많은 해결책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해관계를 따져 정책을 결정한다. 누군가의 고통이 생기는 방법을 얘기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구조조정 사례 ①
- 한진해운 파산…글로벌 치킨게임에서 패배 

지난해 9월 1일 김정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를 방문해 "지금은 회사의 회생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회생과 관련해서는 인수합병(M&A) 등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며 "법정관리는 회사의 생각과 의지가 중요한데, 회사가 청산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저희도 가능한 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웅영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도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고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하는 게 아니냐는 보도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지금으로써는 회생을 위해 회사 측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 직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절차를 밟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대주주와 채권은행이 포기한 국내 최대의 해운회사를 파산 법원 판사들이 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법원에 의해 부채를 대폭 감면하고 자산을 정리하면 살아날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하지만 법원도 6개월만에 두 손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17일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응급수술대에 오른지 6개월만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법원은 김진한 변호사를 파산 관재인으로 선임해 조만간 본격적인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로 자리매김했던 한진해운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러면 법원마저 손을 들게 한 한진해운 파산은 누구의 책임인가. 경영진의 판단 착오였다.
해운산업의 성패는 10년 이상의 긴 경기사이클을 어떻게 판단하고 경영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해운업계엔 “3년을 벌어 10년을 까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21세기의 문이 열리면서 중국경제가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하면서 세계교역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해상물동량이 팽창하고 운임이 오르면서 해운업계는 전세계에 바다에서 돈을 쓸어담았다. 해운회사들은 이 호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우리나라의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도 마찬가지였다.
이 무렵 세계 유수의 머스크라인이 선대를 대형화하고 선복량을 증대했다. 선복량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한다는 우려가 업계를 지배했다. 세계적으로 선복량 경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해운 전문가가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도 많은 해운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그들은 매일 각국의 해운정보를 챙겼다. 하지만 그들은 네덜란드의 머스크를 따라하기에 바빴다.
2005~2007년 해운경기 호황기으로 낙관론에 빠져 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외국 선사들과 비싼 용선료로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그 무렵 두 해운회사의 경영권은 공교롭게도 남편이 사망한후 경영 경험이 부족한 부인들이 이어받았다. 이들은 해운전문가라는 부하직원들이 선복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따랐다. 면밀하게 세계시장을 보눈 눈이 없었다.
두 회사는 2000년대 중반 해운업 호황기를 맞자 용선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해외 선주들과 비싼 가격에 장기 용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세계시장의 상황이 달라졌다. 그해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운임이 급락세로 돌아서자 비싸게 계약한 장기 용선료는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008년 이후 불황의 사이클에 들어간 세계 해운업계엔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국내 해운회사들은 자신들이 죽는줄도 모르면서 머스크를 따라하다가 이젠 생존의 게임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도 두 해운회사의 대주주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 현대상선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2012년 1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을 앞세워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했다. 그 무렵 한진해운을 경영하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었지만 투자나 자금차입 안건에 도장만 찍었다. 2011년 한진해운은 8,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그해에도 신조 컨테이너 확보 자금 차입, 컨테이너선 사선 확보 계획안, 벌크선 2척 신조 발주안이 결재됐다. 또 2011년 5월 캄사르막스급 4척, 3만5,000t급 1척, 5만9,000t급 1척 건조를 위한 차입 건, 6월 1만3,000 TEU급 컨테이너선 투자 건, 8월 4,600 TEU 컨테이너선 3척과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3척 건조자금 조달 건 등 다소 무리하게 여겨지는 투자 안건이 잇따라 결제를 받았다.

국내 두 선사는 치킨게임에서 졌다. 경영의 실패일수도 있고, 정부의 지원이 모자라서일수도 있다. 또는 채권단의 무리한 독촉 때문이라고 핑계댈수도 있다. 하지만 진 것만은 사실이다. 세계 시장을 보며 판단하는 눈이 부족했던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해 “수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외국 선사들과의 치킨게임에서 졌다”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한진해운은 세계 제1위 선사인 머스크의 치킨게임에서 패배한 상황에 정부에 선을 벌렸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발언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가 부채비율을 일괄 적용하는 바람에 한진해운의 위기를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IMF 외환 위기 시절인 1998년 3월 은행감독원은 구조조정의 하나로 국내 대기업에 4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을 1999년 말까지 2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당시 해운사들은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선박 신규 구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보유하고 있던 110여척의 배를 팔아야 했다. 워낙 급하게 팔다 보니 헐값 매각 논란까지 나왔다.
이후 2000년대 초반이 되자 중국발 물동량 급증으로 갑작스럽게 시장 호황기가 찾아왔다. 선박을 대거 팔아버린 해운사들은 영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결국 고가의 비용을 들여 배를 빌려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호황기가 돌아왔어도 국내 해운사는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는 바람에 큰돈을 벌어들이지 못했고, 이어서 불황이 닥치자 호황기에 맺은 장기 용선 계약에 묶인 선박이 많아 거액의 용선료를 무는 처지가 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도 일부 일리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시절에 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해운회사들은 보유선박을 팔지 않을수 없었고, 호황기가 돌아왔을 때 선박을 보유하는 것보다 용선을 하는게 더 유리했을 수도 있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이미 5년 전에 해운사 구조조정을 마친 외국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 침체 국면을 맞은 2008∼2009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자국 해운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전개됐다. 이 시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해운업의 구조조정에 나선 나라들은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의 해운 강국들이다.
프랑스의 CMA CGM는 2009년 상반기에만 5억1,50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9월 유동성 경색을 맞아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국부펀드를 동원해 CMA CGM에 1억5천만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했고, 15억 달러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해줌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도록 도왔다.
독일의 대표 해운사인 하팍로이드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맞았던 2009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다. 당시 하팍로이드는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 외에도 128척 가운데 절반에 달하던 용선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등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을 보유한 덴마크에서도 정부기관을 통한 지원이 이뤄졌다. 덴마크 수출신용기관인 EKF는 2009년 11월 은행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머스크라인에 26억 덴마크 크로네(약 4억6천만달러)의 융자를 제공했다.
중국은 정부가 컨트롤하는 상업은행들의 지원과 함께 해운선사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진행했다.

각국 해운업계에서 구조조정을 벌이던 시기를 한국은 놓치고 5년이 지난 뒤에야 양대 선사가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에서 뒷북을 쳤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채권은행이 뒤늦게라도 지원을 했으면 한진해운이 살아니지 않을까 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업계는 60년 만에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고 향후 1~2년도 암울한 상황이다. 결국 법원은 한진해운의 파산을 선택한 것이다.
 
구조조정 사례②
대선판에 끼인 군산조선소 

대선주자들이 번갈아가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존치를 주장하면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 산으로 가고 있다. 사공이 너무 많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일감부족을 이유로 2008~2009년 사이 조성한 군산조선소를 오는 6월 이후 가동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군산조선소 존치를 주장한데 이어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12일 군산조선소와 관련 국가 차원의 약속을 지원했다.
전북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전주 전북도청에서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도와 공동으로 정책협의회를 열고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이 크다고 판단, 정부 부처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박지원 대표는 "당장 조선 경기가 나쁘다고 (군산조선소를) 폐쇄해버리면 호황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현대 측에 전달했는데 꿈적도 않고 있다"면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공공선(어업지도선)이라도 발주해서 살려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폐쇄하면 4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지만, 이걸 폐쇄함으로써 부담해야 하는 실업급여는 670억원에 달하고 작년 영업 이익도 1조6천억원"이라며 "이런 계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비용절감 때문에 군산조선소를 폐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군산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존치 범도민궐기대회에 참석해 군산조선소 존치를 주장했다. 그는 “군산 조선소는 그동안 남동권에만 집중되었던 조선업의 서해안 시대를 열었던 환서해안시대의 상징이자 군산의 자부심”이라며 :군산조선소 폐쇄는기업경영 논리로만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산 조선소 존치를 위해 총력을 집결할 것이며, 저 또한 군산 조선소 폐쇄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 전대표는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정몽준 전 의원을 직접 만나는 '트럼프식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군산을 방문해 “현대중공업은 고통분담과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최소한의 건조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하고 도크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현대중공업이 1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풀고 일감을 나눔으로써 위기를 함께 넘어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급감에 대처해 오는 6월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최근 군산시청을 방문해 6월 이후 도크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는 1년에 6~7척의 선박이 수주되어야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수주 잔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난해 7월 울산조선소애서 도크 1개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 3~4개의 도크를 추가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줄여야 할 도크의 대상에 군산조선소가 포함된 것이다.
군산조선소의 일감 감소로 현재까지 82개 협력사 중 20개가 문을 닫고 1,400여명이 실직했는데 앞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더 많은 협력사가 문을 닫고 실직자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이후 1조4,600억원을 군산조선소에 투자했다. 181만㎡ 부지에 130만 톤 짜리 도크 1개와 1,650톤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이 있는 군산조선소는 2012년 선박 11척 건조를 시작으로 2013년 10척, 2014년 13척, 2015년 16척, 2016년에는 13척 건조에 1조 2,972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군산조선소는 매년 선박 12척 건조와 매출 1조2,000억원의 이상을 기록하며 군산 경제의 20% 이상을, 전북 수출의 8.9%를 각각 차지하고 있고 근로자 5,000여명으로 군산과 전북 경제의 상징 그 자체였다.

한편 정부는 올해 국내 조선 빅 3사의 자구계획 이행률을 80%까지 높이는 강도 높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방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황에는 장사가 없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 부문에서 올해 매출이 2조2,000여억원으로 전년대비 4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업의 가장 큰 원인은 수주 절벽 자체보다는 높은 인건비다.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의 저가 수주에 밀리는 것이다.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우리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예를 들어 한진중공업의 경우 평균 연봉은 연간 6,000만원이고, 대우조선 7,500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1인의 평균연봉이 500만원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영도조선소 적자를 수빅조선소 흑자가 계속 메워 주고 있는 것이다.
조선소의 인력을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되어 수주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영 부실은 계속되고, 결국엔 전국민의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한 한국 조선업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철이다. 조선업 해운업 구조조정 힘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시장과 같은 대선 후보들은 당연히 조선업 살려서 경제 견인하겠다고 할 것이다. 구조조정하지 않고, 그들의 표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산업은 해결방안을 찾을 시간을 늦추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결국 조선업 적자를 국민들이 책임져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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