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골프, 주말엔 호캉스”…유통가, ‘핵인싸’ 로지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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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골프, 주말엔 호캉스”…유통가, ‘핵인싸’ 로지 잡아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0.14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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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모델 로지, 광고비로만 10억 벌어...팔로워 10만명
롯데홈쇼핑이 만든 루시도 SNS 팔로워 4만명 넘어
“구설수에 휘말릴 일 없어…변하지 않는 외모도 장점”
메타버스 열풍 타고 시장 급성장…10~20대는 익숙해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 '로지' 인스타그램.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름은 오로지. 나이는 22세. 세계여행과 요가, 러닝이 취미인 요즘 가장 핫한 인플루언서. 에코라이프 등 친환경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MBTI는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을 가졌다는 ENFP. 요즘 제일 바쁘다는 그는 바로 '가상 인간'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로지의 인스타그램은 최근 팔로워 수 1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SNS 활동 초반에는 가상 인간임을 밝히지 않았으나, 신한라이프 TV 광고 출연 이후 해당 사실을 알리자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디자인연구원 겸 패션모델 ‘루시’도 인기몰이中

로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지난해 8월 선보인 가상 인간이다. 쌍커풀 없는 큰 눈에 동양적인 마스크,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졌으며 171cm의 큰 키를 가진 로지는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외모를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켰다. 

질바이질스튜어트 모델로 발탁된 로지. 사진제공=LF

SNS 속 로지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모습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올해 전속 계약을 맺은 광고만 8건, 협찬도 100건 이상으로 수입이 10억 원을 넘는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헤라’는 로지를 가상 인플루언서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데 이어 로지와 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로지는 협찬 받은 서울 5성급 호텔 ‘레스케이프’와 ‘반얀트리’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기도 했다.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는 로지를 가방라인 전속 모델로 선정했다. 로지 특유의 발랄한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색깔, 타깃 고객의 특성에도 부합해 모델로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첫 골프 라운딩 룩도 공개했다. 골프의류 브랜드 마틴골프의 모델로 발탁된 것. 로지는 “라운딩은 처음인데 너무 재밌네! 시간 순삭”라는 글과 함께 골프장 인증샷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이 만든 가상 인간 '루시' 인스타그램. 사진=루시 인스타그램 캡처

로지에 이어 롯데홈쇼핑은 최근 가상인간 루시를 공개했다. 루시는 29세로 ‘본캐’는 디자인연구원, ‘부캐’는 패션모델이다. 올해 2월부터 인스타그램 활동을 개시했으며 현재 약 4만1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긴 생머리에 흰 피부, 큰 눈 등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한 미인형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루시를 국내 최고의 메타버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고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루시의 움직임과 음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광클절’의 세 번째 홍보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앞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메타버스 트렌드를 반영해 루시의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크는 없고 화제성은 높아 연예인보다 낫다”

가상 인간은 실제 연예인에 비해 리스크가 거의 없다. 이들은 늙거나 살찔 일이 없기 때문에 관리가 애초에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컨디션 관리에서도 자유롭다.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사생활이나 품행 등 각종 구설수에서도 자유롭다. 화장품, 패션, 식품 등 유통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 대 개인 간 거래) 업종이기 때문에, 자사 모델의 구설수는 곧 기업의 리스크가 된다. 

브랜드 페레가모의 모델로 활동한 가상 인간 '슈두'. 사진=슈두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 해외에서는 가상 인간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세계 최초 가상 모델인 슈두(Shudu)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22만 명에 달한다. 명품 브랜드 디올, 발망, 페레가모의 모델로 활동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 Z플립'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열풍과 맞물려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의 소비층인 10대는 이미 아바타로 대변되는 가상인간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상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관 미디어킥스(MediaKix)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6년 44억 달러에서 지난해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32.5%로 늘어나 2025년 그 비중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상 인간 모델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기업 브랜드 가치에 맞게 콘셉트화 하기 쉽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진짜 모델보다 효율적이다”며 “메타버스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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