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어 폴렉시트? 폴란드 시민들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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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어 폴렉시트? 폴란드 시민들 "절대 안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0.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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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헌법이 EU 법률보다 상위 판결에 시민들 우려 확산
주요 해외언론 "폴렉시트를 향해 가고 있다" 우려
EU위원회 "팬데믹 기금 늦춰질수도" 경고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시민들이 폴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시민들이 폴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연합(EU) 안에 남아야 한다!" "EU를 절대 떠나서는 안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시민들이 거리에 뛰쳐나와 이같이 외쳤다. 폴란드 정부가 EU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자 폴란드가 EU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이에 불안에 떨던 폴란드 시민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폴란드 헌재 "폴란드 헌법이 EU 법률에 앞선다"

폴란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것은 지난 7일(현지시간)이다. 이날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폴란드 헌법이 EU의 법률에 앞선다고 판결했다. 

바르톨로메오 소한스키 재판관은 이날 "유럽연합의 조약은 폴란드 법 체계에서 헌법에 종속되고, 폴란드 법체계의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헌법과 합치해야 한다"며 "유럽연합의 일부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주요 해외 언론들은 유럽연합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서는 폴란드가 유럽연합을 떠나는 폴렉시트(Polexit, 폴란드와 Exit를 합친 말)의 발판을 만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BBC는 "폴란드가 제기한 전례없는 도전은 유럽연합과의 갈등을 심각하게 고조시켰다"며 "이것은 폴란드가 폴렉시트로 불리는 문을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EU 법의 일부가 폴란드 헌법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에 이어 폴렉시트 또한 언젠가는 정치적 허구소설의 아이디어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말했다. 

현재 폴란드의 집권당은 극우 정당인 법과정의당(PiS)이다.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이후 폴란드 정부는 사법권 독립, 성소수자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을 포함한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유럽연합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2018년 법관 인선의 권한을 가진 국가사법평의회 위원을 의회가 지명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당시 유럽사법재판소는 폴란드 정부가 EU법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상위법을 가리기 위해 헌재에 소송을 제기했고, 폴란드 헌재가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AP통신은 "폴란드가 EU의 법과 가치에 대해 명백히 거부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폴란드는 합법적으로 EU를 떠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과정의당의 최고 위원들은 폴란드가 EU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분명히 말하겠다. 폴란드는 EU 안에 속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독일, EU 집행위원회는 '사실상의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하며 폴란드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들은 "EU 회원국들은 공동의 가치와 규칙을 완전하고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한다"며 폴란드를 질책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교·유럽부 장관 역시 "이것은 위험한 장난"이라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폴란드 시민의 권리가 보호되고, 폴란드 국민들이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에게 부여한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폴란드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폴란드 코로나19 복구기금 늦춰질수도"

폴란드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폴리티코는 "폴란드 헌법 재판소의 판결은 폴란드가 EU의 코로나19 팬데믹 복구 기금과 관련,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위원회 역시 240억유로 규모의 보조금과 120억유로의 저금리 대출 등 폴란드의 코로나19 복구 기금이 아직 승인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폴란드 일간지 SW리서치가 실시한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의 64.5%가 EU에 남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EU에 남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은 16.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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