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잇달아 막는 은행들…실수요자 관리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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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잇달아 막는 은행들…실수요자 관리에 초점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0.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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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달 실수요자 관련 정책 발표
신한은행, 대출 모집인 통한 전세대출 한도 5000만원까지
고승범 금융위원장 "실수요자도 상환능력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져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조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증가세 관리 기조에 맞춰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아파트 입주 등을 앞둔 실수요자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경 실수요자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한도를 이달부터 연말까지 5000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다만 5000억원 한도가 1주일 만에 거의 다 찬 상태라 대출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모집인이 아닌 영업점을 통한 전세대출은 그대로 가능하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대출모집 위탁계약을 맺고 은행과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법인이나 개인 대출 상담사를 의미한다. 대출 모집인은 대출 취급금액에 따른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많은 금액을 취급한다. 따라서 은행권에서 모집인 대출을 중단한다는 것은 은행 전체 대출 중단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실수요자들에게 한도가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대출 모집인에게 한도를 제한하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에게 가야 할 남아있는 한도가 먼저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한 이후 이에 따른 풍선효과가 전 은행권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 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책정하고,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 한도를 정할 때도 분양가격과 KB 시세, 감정가액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액수를 결정한다. 

아울러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는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이달부터는 집단대출 등 일부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신규취급 한도도 영업점별로 관리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부터 비대면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대출 갈아타기(대환) 신청을 한시적으로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이 관리 중인 대출모집법인 6곳도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앞서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이 사전 협의된 한도를 초과하면서 이달까지 대출 취급이 일시 중단됐는데, 나머지 3곳도 추가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남은 대출 한도를 소진하지 않기 위해 지점당 5~10억 가량으로 월별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영업점이 한도를 소진해 추가 배정을 요구할 경우 이를 들어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대출이 끊기지 않게 관리할 예정"이라며 "대출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점별, 월별로 한도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조이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주문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5~6%에 맞추기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이 4%에 도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에 가까이 올라온 상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참모회의에서 국토교통부의 청년주택 전세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보고받고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게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진행된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6%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모두 막아야 하느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며 "가계대출 증가율 6%를 맞추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실수요자도 상환능력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진짜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최우선으로 대출을 내준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대출을 통해 전세집을 구하거나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를 실수요자라고 친다"며 "무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 구입은 지금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외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이미 일정이 잡힌 집단대출은 막지 못한다"며 "아파트를 분양하고 입주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기 때문에 별도로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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