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점검]①번지는 헝다 위기...인플레·부채협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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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점검]①번지는 헝다 위기...인플레·부채협상 우려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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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위기 이어 판타지아·시닉홀딩스도 디폴트 가능성 높아
인플레 우려에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도 내포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얼어붙은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얼어붙은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었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6개월만에 3000선을 무너뜨렸고,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등도 일제히 변동성을 키웠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는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로 반등하긴 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게 된 대표적인 악재로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 헝다(恒大, 에버그란데) 그룹발 유동성 위기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바로 그것이다. 

주식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인데, 증시 주변을 뒤덮고 있는 악재 중 어느 하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우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무너뜨린 날 국제유가는 7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시장이 두려워하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에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사실상 오는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부터다.

당시 절반의 연준 위원들이 내년 금리인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가의 고공행진은 인플레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유가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높다. 

마켓워치는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최악의 공급망 붕괴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연결된다.  

인베스코 멀티애셋 매니저인 조지나 테일러는 "인플레이션은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조정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수년간 누려온 투자환경이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는 씨앗을 심은 것"이라며 "위험자산으로 유동성을 이끌어온 낮은 금리의 투자 조합이 변화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점점 더 어려운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 국채금리의 흐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글로벌증시의 약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기술주인데, 기술주는 저금리수혜가 큰 만큼 국채금리의 상승은 상당한 악재요인으로 작용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말 1.3% 수준에서 현재 1.5%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궁극적인 미 금리인상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라 하우스는 "인플레이션이 지금 언론의 헤드라인만큼 극심하지는 않다"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클레이즈의 미국 수석 경제학자인 블레리나 우루치 역시 "지금 물가 압력이 상승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진전되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 지나치게 낮았던 물가가 건강한 경제와 일치하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헝다에서 판타지오까지 번지는 유동성 위기

최근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은 중국의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다.

이 위기는 비단 헝다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헝다그룹은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파산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가운데, 또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인 판타지아 또한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판타지아(화양년홀딩스)는 지난 4일 상환해야 하는 2억570만달러(약 2444억원)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판타지아의 자회사인 부동산 관리업체 컨트리가든 서비스 역시 1억800만달러(약 1283억원)의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타지아의 총 부채는 지난 6월말 기준 829억위안(약 15조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판타지아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4단계 낮췄는데, 'CCC'는 실제로 디폴트 가능성이 있고, 상당한 신용리스크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또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인 시닉홀딩스 역시 디폴트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P글로벌은 시닉홀딩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CC'로 하향조정하며 "2억4600만 달러화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18일에 시닉홀딩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닉홀딩스의 총 부채는 142억달러(약 16조7500억원)에 달한다. 

CNBC는 연쇄적인 부동산 개발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전하며 "헝다그룹발 유동성 위기가 우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약 1조9700억위안(약 355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쇄적인 부동산 업체들의 위기로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한다. 

홍콩에 본사를 둔 킹스턴증권의 리서치 책임자인 디키 웡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불투명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상당한 악재로 자리잡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18일까지 부채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비극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미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가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에 재무부는 현금과 비상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것이 18일 경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경우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 상황에 몰리며 경기침체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 옐런 장관의 경고다.

문제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화당에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의견 일치에 이르기 이전까지는 시장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도 미 신용평가사 S&P는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당시 금융시장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는 "재정정책의 실패는 경제 전망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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