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축소, 10대·20대에도 영향…"금융교육 필요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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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축소, 10대·20대에도 영향…"금융교육 필요성 시급"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0.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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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에서 면대면으로 금융서비스 체험할 기회 사라져
시중은행에 가볼 생각 못한 채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확산으로 은행점포와 ATM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층의 어려움마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10대와 20대가 면대면으로 각종 금융 절차를 경험할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405곳에서 올해 6월 말 6326곳으로 반년간 79곳 줄었다. 2018년 말 6766곳이던 은행 점포 수는 2019년 말 6709곳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간 감소한 점포 수는 ▲2018년 23개 ▲2019년 57개 ▲2020년 304개 ▲2021년 상반기 79개 순이다. 올해 상반기 농협과 국민·기업은행 등을 중심으로 신설점포가 11개 생겨났으나 폐쇄점포수가 90개로 신설점포 수를 훨씬 웃돈다.

은행 임직원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11만7834명에서 올해 6월 말 11만5804명으로 1.7% 감소했다.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자동화기기(ATM)도 마찬가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확인한 '광역시도별 ATM 설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감소한 ATM 수는 1769개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 사라진 ATM만 896개다. 

은행 점포와 ATM이 감소할수록 청소년층이 은행을 겪어 볼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농어촌 지역에 사는 청소년층의 경우 은행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다만 최근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부상으로 은행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자체는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출 등의 서비스에선 얘기가 다르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금융 관련 앱에서 제공하는 대출 안내는 시중은행이 아닌 2금융권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은행 문턱이 높아질수록 10대와 20대가 은행을 친숙하게 여길 가능성은 낮아진다. 은행 점포가 아닌 스마트폰의 금융 앱만 겪어본 청소년이나 청년층은 시중은행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권은 MZ세대 등을 대상으로 자체 앱이나 메타버스 등을 통해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아이부자'앱을 출시해 경제 교육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MZ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KB와 에스파의 만남'을 담은 티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는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금융뮤지컬 ▲금융빅게임 ▲금융교육 멘토단 ▲지방학교 초청 금융교육 ▲웹드라마 등을 제공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금융교육 콘텐츠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경제에 관심있는 일부 청소년층에게만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공교육에서는 실질적인 금융교육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경제 과목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은 학교가 많다"며 "사회 과목에서 경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의 역할이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금융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는 공교육에서 해결할 문제"라면서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해 금융기관이 부차적으로 금융교육을 제공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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