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에 '금리인상' 까지...점점 높아지는 '은행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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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강화'에 '금리인상' 까지...점점 높아지는 '은행 문턱'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9.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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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시 기준금리 상승하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재무지표 개선·수익성 상승·비은행 실적 강화로 은행 업종 강세 나타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축소하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변화를 맞으면서 은행 수익구조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부채 억제와 가계대출 한도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상승 국면이 맞물리면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축소된 가산금리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수익성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진 않다. 

대출증가폭 둔화에 의한 이익 감소도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 상승에 의한 이득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서 금융권은 이번 3분기 은행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2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의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고 집단대출 중 입주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KB시세나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함에 따라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5000만원씩 줄어든다.

이에 더해서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2일부터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제공하는 무궁화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200%에서 100%로 축소한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인다. 이같은 조건은 신규 대출에 한해 적용되며 기존 대출을 연장할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도축소와 금리인상은 대출증가율 하락을 이끌 수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출증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출 가산금리는 확대됐다"며 "대출증가율 하락이 경기부진이건 정책에 의한 제도적 변화이건 은행이 대출증가에 신중해지거나 대출증가 자체를 꺼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산금리 확대가 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방향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의한 급격한 신용축소는 가산금리 확대폭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재무지표 개선·수익성 상승·비은행 실적 강화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음에도 은행의 실적 자체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 연구원은 "은행주가 올해 가파른 실적개선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증가세"라며 "이익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이 개선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수익구조가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 항목의 수익성 개선 ▲은행주 수익성 상승 ▲비은행 자회사 실적개선 등을 근거로 은행권 수익구조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은행권이 보여주는 실적개선은 과거 10여년간 여타 재무 항목의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라며 "수수료이익률, 일반관리비률, 충당금비용률 등 모든 항목의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이자이익의 수익성은 과거 대비 크게 악화됐는데, 이는 금리변수의 변화에 민감도가 감소했다는 의미로 향후에도 실적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 시 누릴 수 있는 수혜강도가 작아질 수는 있지만 다른 재무항목에 의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는 "수년 간 은행주 수익성 상승은 레버리지 상승 없이 이뤄졌는데, 이는 자본 대비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개선은 현재는 자본비율의 상승으로 연결된 셈이라 할 수 있고, 이는 향후 대출여력이나 배당여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 간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이익비중이 꾸준히 상승 중인데,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35.6%에 달한다"며 "비은행 이익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전체 수익성 제고로 연결되고, 이익원천의 다양화로 이익안정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는 결국 마진 개선과 이자이익 성장으로 이어져"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은행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은행의 영업 자체는 상관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은행 이자이익은 대출과 순이자마진(NIM)의 함수이고 실상 이자이익의 방향성은 대출보다는 NIM이 결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상이고, 이 때 이미 판매한 변동금리 대출에서 이자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대출 규제는 마진 개선으로, 그리고 이자이익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이는 은행의 영업과는 별개"라며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 등 은행권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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