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언론, BTS 유엔 연설 대대적 보도...자민당 총재선거 보다 더 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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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언론, BTS 유엔 연설 대대적 보도...자민당 총재선거 보다 더 큰 관심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9.22 20:0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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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엔에서 BTS 연설과 공연 큰 화제
日 방송,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호평
BTS, 코로나 상황에서의 젊은이를 ‘웰컴 제너레이션’으로 불러야
친 자민당 성향의 출연자들, BTS의 성과를 폄훼하기에 급급
정작 일본은 한국처럼 못 한다며 자조하는 목소리도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 그룹 BTS가 지난 20일 유엔 총회의장에서 연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BTS가 전한 메시지와 유엔 본부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모든 공중파 방송이 지난 20일 밤부터 21일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며 호평하고 있다. 반면, 친 자민당 계열의 출연자들은 BTS의 성과를 깎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0일 오후 9시께, 유엔 총회의장에 BTS가 등장했고,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한 유엔의 유튜브 영상은 22일 현재, 조회 수가 646만 회에 이를 정도로 전 세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영국 BBC는 지난 21일, 유튜브에 ‘유엔 총회장 휩쓴 BTS’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지난 20일, TBS와 후지TV의 밤 메인 뉴스를 시작으로 다음 날에는 모든 공중파 방송의 메인 뉴스와 정보 방송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등, 이번 BTS의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내에서 BTS의 유엔 총회 연설 소식은 오는 29일 치뤄질 예절인 자민당 총재 선거 관련 보도를 앞서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BTS가 특사로서 유엔 연설, 신곡도 소개’라는 자막과 함께 21일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 정보 방송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한국, BTS가 특사로서 유엔 연설, 신곡도 소개’라는 자막과 함께 21일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 정보 방송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일본 언론들은 지난 2016년 유명 가수인 스피디 원더와 2014년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 및 엠마 왓슨이 유엔 총회의에서 연설한 전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듯 많은 유명인이 자신의 지명도를 살려 세계에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유엔을 위해 폭넓은 지원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BTS가 지난 20일 밤, 유엔 총회의장에서 연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BTS가 유엔에 등장한 것은 세 번째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어서, BTS가 2013년에 데뷔했으며, 2018년에는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그래미상에도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는 등, BTS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한편, 이번 유엔 연설에 임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BTS를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임명했으며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했다고 전했다.

이 후, BTS가 유엔에서 열린 SDGs(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미래 세대’를 주제로 연설했다며, 구체적으로는 신형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10대와 20대 젊은이에게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발언한 내용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BTS '10대, 20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 “웰컴 세대”라고 불려야 한다'라는 자막과 함께 20일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밤 메인 뉴스 ‘Live News α’. 사진=후지TV화면 캡처
‘BTS '10대, 20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 “웰컴 세대”라고 불려야 한다'라는 자막과 함께 20일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밤 메인 뉴스 ‘Live News α’. 사진=후지TV화면 캡처

또, 백신 접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며, 이와 관련해 BTS 멤버인 제이홉이 “많은 분이 백신 접종을 했는지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면 우리 7명 모두 백신을 맞았습니다.”라고 발언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연설 후에는 유엔 본부 안팎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사전에 촬영한 ‘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이 공개됐다며, 뮤직비디오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방송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BTS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 신형 코로나 상황에 위축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하는 한편, 젊은 세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훌륭하다고 호평했다. 

한편, 지난 21일, 니혼TV의 정보 방송인 ‘슷키리’에 출연한 와세다대학의 로버트 캠벨 특임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며, 유엔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영상에는 한때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것은 BTS가 등장한 순간이었고, 그들이 퇴장한 후에는 평소 시청자 수로 돌아왔다는 보도 내용을 소개했다.

로버트 캠벨 와세다대 특임교수(화면 오른쪽 위)가 니혼TV 정보방송 '슷키리'에 출연,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니혼TV화면 캡처.
로버트 캠벨 와세다대 특임교수(화면 오른쪽 위)가 니혼TV 정보방송 '슷키리'에 출연,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니혼TV화면 캡처.

반면, 친 자민당 성향의 출연자들은 BTS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지난 21일, 후지TV의 정보 방송인 ‘it!’에는 전 외교관에 일본 내각관방 자문역이기도 한 미야케 쿠니히코 씨가 출연했다.

미야케 씨는 BTS의 유엔 총회 등장은 한국이 홍보를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연설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BTS와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이 좀처럼 할 수 없는 것을 한국이 해냈다며, 화제 유발 측면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메인 MC가 BTS의 공연을 호평하자, 미야케 씨는 “그것이 좋은 건가요?”라며 반문하며, “유엔에 대한 관심이 잘 모이지 않으니까 BTS의 뮤직비디오를 사용해서 선전하려는, 즉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 아닐까요?”라며 평가 절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날, 후지TV의 정보 방송인 ‘메자마시8’에 출연한 국제정치학자인 미우라 루리 씨는 평소 K-POP 등을 듣느냐는 질문에 “그다지 듣지 않아요. 네...”라고 짧게 답하자 메인 MC가 멋쩍어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미우라 씨는 평소 방송에서 한류 관련 화제를 다루면 관심이 없다며 폄훼하는 반응을 보여왔다.

전직 외교관 및 안보 전문가인 미야케 씨가 BTS의 유엔 연설과 공연에 관해 논평하는 장면을 21일 전하고 있는 후지TV 정보 방송 ‘it!’. 사진=후지TV화면 캡처.
전직 외교관 및 안보 전문가인 미야케 씨가 BTS의 유엔 연설과 공연에 관해 논평하는 장면을 21일 전하고 있는 후지TV 정보 방송 ‘it!’. 사진=후지TV화면 캡처.

한편, 극우 혐한 인사로도 유명한 하시모토 도오루 전 오사카 지사는 같은 날, TBS의 정보 방송인 ‘고고스마’에 출연해 자기 아이들이 집에서 종일 BTS 곡을 틀어 놓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유엔 총회의장에서 공개된 뮤직비디오도 아침부터 너무 많이 봐서 “배가 부르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사카에 사는 아이들이 도쿄보다 서울에 더 가고 싶어 한다며, 신형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함께 서울에 가기로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자신이 과거 정치인 시절, 한국에서 자기 사진을 태우는 등의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민간인이므로 괜찮을 것 같다고 비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함께 출연한 한국 유학 경험이 있고 혐한 서적을 집필하기도 한 가네코 메구미 전 국회의원은 BTS가 이미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유엔에서까지 연설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임팩트가 더욱 크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결국 한국이 BTS를 동원해 전략적으로 잘하고 있고,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BTS를 최대한 사용해 갈 것 같다고 사족을 달았다.

이렇듯 친 자민당 성향 출연자들은 입을 모은 듯이 BTS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며 성과를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지난 21일 TV아사히의 정보 방송인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에서는 BTS 소식을 전한 뒤, 일본은 이후 유엔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비디오 연설이 예정되어 있지만, 이번에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기인 댄스 그룹을 기용해 국제 사회에 메시지를 전한 형태가 되었다며 자조 섞인 내레이션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친 자민당 성향의 인사들이 BTS의 성과를 깎아내리기에 바쁘지만, 정작 일본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모든 방송사가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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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2021-09-30 00:54:58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멋지십니다. 파이팅!!

염으뜸 2021-09-23 22:24:49
잘 읽었습니다

이정햬 2021-09-23 10:35:25
잘 봤습니다. 글이 맛깔스럽네요

보통 2021-09-23 10:30:40
BTS 공연 영상 정말 멋있었어요~~보면서도 신기한 느낌?ㅋㅋ
이런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분석하지는 말아야할테데 말이죠

Happydotori 2021-09-23 09:05:30
국내 수구언론 논조랑 별반 다르지않는 ㅜㅠ
BTS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있다고..
유엔에서 직접 초대한것을 어찌 이용했다고하는것인지...
우리나라 언론이 갈수록 한심하고 찔질하게 느껴지네요
누가 누구쪽을 받아서 기사쓰고있는건지 에효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