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코로나로 명절 분위기 사라져..."이런 '중추절'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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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코로나로 명절 분위기 사라져..."이런 '중추절'은 처음"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9.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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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인사회, 중추절 행사 거의 사라져...코로나 영향
화려한 연등 및 꽃등 행사, 중추절 대표 볼거리로 자리잡아
중추절 대표 선물 월병, 1천만원이 넘는 황금 월병 판매되기도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추석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에 경기 부진 그리고 짧은 연휴로 중국에서 추석은 점점 명절 분위기를 잃고 있다. 다만 가게마다 가득히 진열되어 있는 월병이 중국에도 추석이 다가왔음을 알게 해준다.

중국에서도 추석은 4대 명절 중에 하나로 한국처럼 중요한 명절이다. 중국의 4대 명절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절, 4월 5일을 전후한 청명절,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 그리고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꼽는다.

중국에서는 추석을 중추절, 추절, 단원절 등 다양하게 부른다. 그 중에서도 중추절이 가장 보편적인 명칭으로 중국 발음으로는 ‘중치오지에’라고 한다. 

추석이 중추절이라 불리는 이유는 예로부터 가을을 초추, 중추, 종추로 나누는데 음력 8월 15일이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로 중추절이라고 불린다.

중추절이 중국에서도 중요한 명절로 여겨 지지만 휴일이 길지 않다. 올해 중국의 공식 추석 연휴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이다. 휴일날짜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처럼 3일 연휴다. 그렇지만 중국의 휴일에는 일요일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이틀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추절 행사가 거의 사라진 한인사회

중추절 연휴가 짧다 보니 중국인들은 중추절에는 먼 고향집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가기 보다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은 먼 곳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는 일은 한국의 설날과 같은 춘절에, 성묘는 청명절 연휴에 주로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중추절 분위기와 비교해서 올해 중추절은 많이 차분해진 분위기다. 그나마 코로나19 이전에는 비록 짧은 연휴 기간이지만 국내외로 많이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추석 연휴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작년과 비교해도, 작년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춘절 기간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사람들이 추석 연휴를 이용해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춘절 기간에 고향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서 추석 연휴에는 고향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서 가급적 국내외 여행이나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린 만큼 올해 추석 연휴에는 민족 대이동과 같은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한인회가 올해 추석을 맞아 열기로 한 축제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10월 하순으로 연기됐다. 사진=상하이방

상하이 한인회가 올해 추석을 맞아 열기로 한 축제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10월 하순으로 연기됐다.
상하이 한인회가 올해 추석을 맞아 열기로 한 축제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10월 하순으로 연기됐다. 사진출처=상하이 한인회 

코로나19로 인해서 한인사회의 추석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코로나19 이전 까지만 해도 중국 각 지역의 한인회를 중심으로 추석에 송편 빚기, 민속놀이 등을 즐기는 행사들이 열렸다. 

그러나 사드 문제와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면서 최근에는 추석에 별다른 행사들이 진행되지 않고 있고 준비된 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어졌다.

상하이 한인회는 올해 추석을 맞아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한풍제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7, 8월에 갑작스럽게 상하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행사를 10월 하순으로 연기했다.

그래도 코로나19 상황속에서도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중국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문화체육인들이 교민들을 위해서 추석맞이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최초로 창단된 태권도 시범단이 창단식을 겸한 태권시범 공연을 열었고 중국에서 국악을 널리 알리고 있는 권태경 교수가 교민들과 추석의 풍성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20일, 베이징에서 국악한마당 공연을 열기로 했다.

중국의 중추절에는 연등 행사와 함께 꽃등 놀이가 열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중국의 중추절에는 연등 행사와 함께 꽃등 놀이가 열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화려한 연등 및 꽃등 행사, 중추절 대표 볼거리로 자리잡아

중국에서는 중추절에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중국에서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최초 중국의 고대 제왕들이 가을에 달에게 제사를 지내는 예법이 점차 민간에 전해져 민간에도 달을 향해 절하고 달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 

매년 중추절이 되면 정성 들여 만든 월병을 만들어서 달에게 제물로 바치고 제물을 바친 후에 온 가족이 그것을 나눠 먹는다. 이러한 풍습은 온 가족이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 안녕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추절에 달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들과 월병을 먹으면서 보름달을 감상하고 연등 행사, 꽃등 행사 등을 구경하는 풍습으로 바뀌었다.

중국인들의 대표적인 중추절 맞이 놀이는 역시 달맞이다. 중추절 달맞이는 8월 15일 중추절에 1년 중 가장 밝다는 보름달을 구경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중국 각지역에서 다양한 연등 행사가 열리는데, 중국 후베이와 후난 일대에는 중추절이 다가오면 기와 조각을 쌓은 탑에 연등을 달고 강에 연등배를 띄우는 풍습이 있다. 

연등 행사와 함께 꽃등 놀이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중국의 남방지역에서는 참깨등, 달걀껍질등, 볏짚등, 물고기비늘등, 짐승과 나무 그리고 꽃을 닮은 다양한 등을 밝힌다. 

투예(兔爺, 토끼할아버지)를 만들어 가지고 놀기도 하는데, 투예는 사람 모습에 토끼의 입과 귀 모양을 한 토끼인형이다. 

중추절 대표 선물 '월병', 1천만원이 넘는 황금 월병 판매되기도

중국인들은 중추절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식구들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중국인들이 중추절에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친구를 만날 때 주로 선물하는 것이 바로 월병이다. 

월병은 달처럼 동그란 모양을 갖고 있어서 생활이 원만하고 매사 순조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순조롭게 한 해를 보내기를 희망하는 의미를 담아 월병을 선물한다. 

월병이 중추절의 대표 선물이 되면서 월병이 단순한 선물이 아닌 청탁이나 뇌물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월병 세트 가격은 일반적으로 한국 돈으로 2만원 전후이지만 청탁이나 뇌물용으로 사용되는 황금으로 만든 월병 세트는 천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월병 세트 가격은 일반적으로 한국 돈으로 2만원 전후이지만 청탁이나 뇌물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황금으로 만든 월병 세트는 천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사진출처=바이두
월병 세트 가격은 일반적으로 한국 돈으로 2만원 전후이지만 청탁이나 뇌물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황금으로 만든 월병 세트는 천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사진출처=바이두

이외에도 가을이 수확의 계절인만큼 과일도 많이 선물한다. 특히 중국어로 평온하다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사과, 길하다는 발음과 유사한 발음을 가진 귤 그리고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의미의 단어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유자 등을 담은 과일 바구니를 선물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중추절에 모일 때는 우리나라에서 송편을 먹는 것처럼 월병을 먹고 우렁이와 토란을 즐겨 먹는다.

중국 청나라 때 편찬된 사료 ‘순덕현지’에는 8월 보름날 토란과 우렁이를 즐겨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렁이는 8월 중순 무렵에 육질이 쫄깃하고 맛있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 우렁이를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란은 8월에 토란을 수확하는 중국 광동성 일대에서 제사 음식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중국어로 토란은 위나이(芋艿)인데 이 단어는 운이 들어온다는 뜻의 윈라이(运来)와 발음이 비슷하다. 때문에 중국인은 토란을 먹으면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고 중추절에 토란을 많이 먹는다.

중추절 공식 연휴는 짧지만 중국에서 중추절 연휴가 긴 황금 연휴로 변하기도 한다. 중국 중추절은 중국의 최대 공유일인 국경절 연휴와 겹치거나 앞뒤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추절이 중국 국경절 연휴 앞뒤로 놓이는 경우에는 10일 이상의 긴 연휴가 생긴다. 올해는 중추절 연휴와 국경절 연휴가 바로 이어지지 않지만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공식 국경절 휴일이기 때문에 중추절 연휴를 보내고 일주일정도 근무하면 또 다시 일주일 정도의 연휴를 맞이한다. 

근로자가 추석과 국경절 사이의 기간을 휴가로 쓴다면 약 20일간의 황금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추석과 국경절로 이어지는 연휴를 내수 경제 활성화 기회로 활용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게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가 많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황금 기간이었다. 

비록 올해 추석과 국경절 연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중국 내수 경제 진작과 한국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겠지만 내년 추석과 국경절 연휴에는 한중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양국의 협력이 진행된다면 지난 2년 동안 발이 묶였던 보복성 여행이 늘어나면서 중국 경제의 내수 진작과 중국 관광객 대량 유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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