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잭팟수주…뒤늦게 결실맺은 朴대통령 순방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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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잭팟수주…뒤늦게 결실맺은 朴대통령 순방 성과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3.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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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K스포츠의 기여도는 인정해야

지난해 5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을 방문했다. 이때 이른바 제2 중동붐이라고 일컫는 「이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이란이 핵 폐기를 선언함으로써 미국등 서방 세계로부터 경제제재가 풀린 직후였다. 우리 기업들은 무려 52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건설 수주를 이란으로부터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주요 이슈였던 K스포츠재단이 대통령 순방 일정의 하나로 이란 현지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K스포츠는 태권도 시범단 'K 스피릿'을 꾸려 동행했고, 어린이 태권도 교실 운영,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개최 등 사업을 시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에서 돌아오면서 "제2의 중동 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수출도 회복하고 경제 재도약도 이룰 수 있는 모멘텀이 되도록 챙겨 나가겠다“고 순방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후 이란에서의 수주 소식은 없었다. 성급한 언론은 이란 프로젝트가 실패했고,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K스포츠와 미르재단 모금과정이 언론과 국회에 의해 폭로되었다. 청와대는 태권도에 대한 인식을 전세계에 확산시키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속가능한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K스포츠와 미르 재단과 같은 신생재단의 순방 참여는 특혜라고 목청을 높였다. 결국 검찰 또는 특검, 헌법재판소에 의해 두 재단의 모금 과정은 뇌물 또는 권력남용으로 규정되고,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됐다.

▲ 현대엔지니어링 성상록 사장과 이란 AHDAF의 아쉬가르 아레피 사장이 ‘사우스파 2단계 획장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말부터 이란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9일 현대중공업은 이란으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 4척과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 특수선 2척 등 총 12척의 선박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으로는 1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5천원에 해당한다. 우리 조선업계에 수주가 바닥난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29일 대림산업이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따냈다. 수주 금액은 2조3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12월에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추정 사업비 5억달러(약 6천억원) 규모다.

그제서야 언론들은 ‘제2의 중동붐 분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의 성과라는 얘기는 쏙 뺐다.

올들어 이란에서 낭보가 쏟아지고 있다. 규모도 지난해의 것보다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지난 1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국영정유회사(NIOC)의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를 3조8천억원에 수주하고, 현지에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밀착 영업 등 민관합동 협력을 통해 10개월 만에 수주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대림산업이 지난해말 이스파한 공사를 따냈을 때 국내건설업계로는 최대규모라고 설명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의 것은 그보다 규모가 크다. 같은날, 대림산업도 지난해 말 따낸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를 확정했다.

최근의 이란에서의 대형 수주는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 건설업계에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우리 기업이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별다른 성과가 없어 한때 실망했지만, 작년말부터 서서히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란에서의 외화결제와 자본조달 등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몇 개의 잭팟이 터지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GS건설 주가가 14일 이란 수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52주 신고가를 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이란에서의 대형수주는 기업들의 노력이 컸다.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발주처, 협력사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해외담당 임직원들은 수시로 발주처를 방문하는 등 밀착영업을 했다고 한다. 대림산업도 1975년부터 이란에 진출, 40년간 현지에서 45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수행한 이력이 감안됐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란은 이제 막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제재가 풀렸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외교관계를 풀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주를 따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런 역할을 정부가 했고,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이란에서 터진 수주는 박 대통령 이란 방문시 체결한 60여건의 양해각서(MOU)의 일부만 성사됐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 당초 체결한 양해각서를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란은 회교, 그중에서도 시아파의 종주국이다. 회교 율법이 엄격하다. 지금은 전직이 된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히잡의 일종인 ‘루싸리’를 착용하고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란에서는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 2005년 「대장금」, 2007년 「주몽」 등이 현지 방송에서 방영되면서 최대 80~9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우리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이후에도 한류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하다. 그런 한류 확산의 일환으로 K스포츠 재단의 공연이 있었다.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남의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란에서 수주가 나오지 않았을 때엔 이란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터무니 없이 비난했다. 지난해말 최순실 사태 이후 K스포츠 행사와 한·이란 협력사업인 K타워가 정치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둥,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둥, 나아가 정경유착이라는둥 별의별 소리가 나왔다.

헌법재판소와 특검은 두 재단에 대해 권력남용 또는 뇌물로 모은 재단이라고 보았다. 그 판단은 나중에 법원이 하겠지만, 그 재단의 행사가 대형 수주 잭팟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미르에는 16개 그룹에서 486억원을, K스포츠에는 19개 그룹에서 288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합치면 774억원이다. 이중 750억원이 남아있다고 하니, 사용된 돈은 20여억원. 이중 일부가 이란에서의 행사비용으로 사용됐다. 그 덕분인지, 아닌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의 결과로 10조원에 가까운 수주를 따 냈으니, 국익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열 가지를 잘해도 하나를 못하면 전체를 부정하는 논리의 구조 속에 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과 이란프로젝트, 그리고 K스포츠 행사는 완전하게 부정당하고 있다.

문화행사는 바로 수익을 창출해 돌아오지 않는다. 당시 K스포츠 행사에 참가한 많은 이란인들이 한국의 태권도 무술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란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품게 하고, 한국 건설업체, 조선업체에 수주를 주는 것임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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