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전기요금 1년새 7배 올라...에너지가격 급등에 '탄소중립'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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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요금 1년새 7배 올라...에너지가격 급등에 '탄소중립' 휘청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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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력가격 1년전 대비 7배 더 올라
치솟는 비용 부담에 일부 기업들 생산 중단하기도 
영국, 전력부족 사태에 석탄 발전소 재가동 나서기도 
영국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이 어려워졌다. 사진은 영국 해상 풍력발전소를 시찰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영국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이 어려워졌다. 사진은 영국 해상 풍력발전소를 시찰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 지역의 전력 가격이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부 기업들은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생산설비 가동을 멈췄고, 탄소배출 절감을 선언했던 영국은 석탄 발전소에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겨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전력가격 1년전 대비 7배 올라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의 전력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전력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475파운드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거래됐다.

영국의 전력 가격은 이달에만 2배 이상 높아졌고, 1년 전과 비교하면 7배 가량 더 올랐다.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의 전력 가격은 올해 2월 초 시간당 36유로 수준이었지만 지난 14일 기준 164유로를 기록했다. 불과 7개월만에 5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지역의 경우 각국의 전력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유럽지역 전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럽 지역의 전력가격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은 원인 중 하나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은 전체 전기 생산의 25%를 풍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바람이 거의 불지 않으면서 풍력을 통한 전기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ICIS에너지의 스테판 콘스탄티노프 수석 애널리스트는 "풍력이 충분하다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날에는 영국 전력 수요의 절반 또는 3분의 2 이상까지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실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점도 공급부족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4월 초 이후 유럽 가스가격의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는데, 당시 계절에 맞지 않게 추운 날씨로 인해 유럽지역의 천연가스 비축분이 코로나19 이전 5년 평균 이하로 떨어졌고, 이는 공급부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유럽 각국은 공급 수준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때부터 각 국가들이 코로나19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반등,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 공급부족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천연가스나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이 늘어난 점도 오히려 가스 및 전력가격을 급등하게끔 만들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EU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지난 8월말 사상 처음으로 톤당 60유로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들어 약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럽국가들은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비용을 징수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겨울철을 앞두고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석탄 발전소 운영을 위한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앞서 영국은 2024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전력 부족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난 6일 노팅엄셔 지역에 위치한 석탄발전소를 6개월만에 재가동했다. 

CNBC는 "영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정부의 환경 공약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콘스탄티노프 애널리스트는 "얼핏 보면 그것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영국 정부의 야망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적인 특성, 즉 바람과 태양열 모두에 따라 매우 많이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풍력이나 태양열을 통해 충분한 전력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에 대한 목표도 다소 흐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당분간 에너지 가격 급등 이어질 것"

일각에서는 러시아에서 유럽 지역으로 가스를 수송하는 노드스트림 가스관 2 건설이 완료되면서 공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규제 당국에 따르면, 노드스트림2에 대한 승인과 수송단계 점검 등을 거쳐 실질적인 공급이 시작되기 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 

우드맥킨지의 머레이 더글러스 연구 책임자는 "노드스트림2를 통한 공급 시작이 올해 겨울의 가스 및 전력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겨울 내내 꽤 높은 가격대에 갇혀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1월과 2월, 연초에 더 추운 날씨가 찾아온다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스탄티노프 애널리스트 역시 "에너지 가격을 이끈 높은 기름값과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등 근본적인 원인들은 앞으로 몇 달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력부족이 지속될 경우 유럽의 기업들의 생산성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비료회사인 CF인더스트리즈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영국에 위치한 2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리노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언제 생산이 재개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철강 생산업체들은 높은 전력 가격 때문에 하루 생산을 중단했다

메이크UK의 베리티 데빗지 이사는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기업들은 전례없이 치솟은 에너지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 자료=FT, 리피니티브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 자료=FT, 리피니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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