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기후 변화가 투자에 주는 의미
상태바
[최석원 칼럼] 기후 변화가 투자에 주는 의미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09.15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여름만 해도 유럽 일부 국가들은 유례 없는 홍수로 어려움을 겪었고, 북미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낮 기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다가 바로 다시 126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으로 떨어지는 등 세계 여기저기에서 이상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에 이어 올해도 폭염이 나타났다. 

사실 기후 변화가 지구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분석과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첫번째 평가 보고서를 낸 것은 벌써 30여년 전인 1990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홍수, 화재 등 재난이 잇따르고 엄청난 숫자의 관련 정보가 쏟아지면서 지구 온난화, 바다 온도의 상승과 해수면 상승,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결과인 ‘킬링 곡선’,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 등의 상황이나 용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넷 제로' 추구하는 각국 정부

당연히 각국 정부는 1997년 도쿄의정서 채택 이후 2015년에는 파리협정을 채택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보다 5년 더 빨리 2045년을 목표로 잡은 독일 정부를 비롯해, 서구 주요국은 대부분 경쟁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뒤늦게 성장하고 있는 이머징 국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지만, 중국 역시도 선진국의 목표보다 10년 후인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도 기후 문제와 그 결과로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미 2000년대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녹색금융 또는 기후금융이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탄소배출권 거래 역시 활발해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도 녹색금융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ESG, 즉 환경뿐 아니라 사회, 지배구조를 포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ESG 경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전망과 함께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ESG를 자산 투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올 여름 유럽은 1천년만의 대홍수를 겪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중에서도 역시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부문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급한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와 지배구조에 비해 더 계량화해 평가하기 용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환경은 결국 기후 변화 문제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민간 금융기관뿐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이 기후 문제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은행들의 위험을 평가함에 있어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고, 심지어 일반적 통화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회사채 매입프로그램 등에서도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환경 문제를 감안해 매입에 나설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에서도 연준 이사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으로 실물, 금융자산의 가치가 변할 수 있음을 지적해 새로운 방식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나 통화당국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투자 기회의 상당부분은 기후나 환경이슈

따라서 앞으로는 일반투자자들로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하면, 앞으로의 투자 기회 중 상당 부분이 기후나 환경 관련 이슈를 대응해 나가는 데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경시할 경우에 투자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기후 변화와 환경 관련 부분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까?

일단, 기후 변화에 대한 주장이 과장되어 있고, 멸종과 같은 심각한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인류 또는 산업화가 기후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생각은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사실 여부에 관계 없이 이미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진행과 그 원인으로서 산업화를 기정 사실화했고, 각국 정부와 민간의 자금은 설사 지금의 행동이 큰 기후 변화를 막지 못한다고 해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이상, 이를 무시하는 의사결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세세한 기술적, 과학적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은 무엇보다 큰 얼개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기후 관련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크게 몇 가지의 단계로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과거 어느 때보다 기후 변화는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아닐 수도 있으나 파괴적일 가능성도 높다. 둘째, 과거 수억년간 데이터를 보면 최근의 급진적 기후 변화는 인구 증가와 산업화가 초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탄소의 역할이 중요한데, 식량 생산 증대와 산업화를 위한 화학 비료 및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늘어난 탄소 배출이 지구의 대기와 토지, 해양에 쌓이면서 누적되어 지구 온난화를 급속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탄소배출량 및 누적된 탄소량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는 선형적 관계가 있다.

셋째, 따라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더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탄소보다 수증기가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나 축산업 문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탄소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밖에 없다.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바뀌어야 하고,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시스템은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존 자산의 파괴가,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산의 구축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물론 기존 자산이 무차별적으로 전면 파괴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 방식을 개선하면서 상당 기간 기존 자산의 활용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시간에 걸쳐 해당 자산의 가치는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다량으로 보유한 기업의 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화석연료 '퇴출'과 신재생에너지의 '부상'은 불가피

조금 더 풀어서 보자. 바뀌어야 할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화석 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시스템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인 석탄화력 발전이나 석유화력 발전은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과 이를 상쇄하는 기술 개발은 지속되겠지만,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결국은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히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화석연료의 퇴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하는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신재생 에너지일 것이다. 이미 태양광, 풍력, 지력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 구축, 활용되고 있고, 수소 경제 역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연기관이 전기 모터로 바뀌는 변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가 됐던 전기의 충전이 속도나 용량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토요타 자동자는 최근 기존의 배터리 개념을 한단계 끌어 올린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한편,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각광받을 자산들은 기존의 자산을 친환경 측면에서 개선하는 기술이 반영된 자산일 것이다. 재활용, 폐기물의 재처리가 가장 직접적인 사례겠지만 그 이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는 모든 기술이 포함된다. 독일의 바스프 등 선도 기업들은 이미 효율 증대를 통해 제품 자체를 친환경화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넷제로를 달성하려는 목표를 앞당기고 있다.

물론 이러한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비용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과 다르게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지역적인 특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로 에너지를 얻는 비용의 차이가 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화석 연료와 내연기관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기술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각종 신재생 에너지는 이제 기술의 초기·중기 단계다. 현재 대부분 신재생 에너지 생산비는 석탄 화력 발전의 비용을 훨씬 뛰어 넘고, 보조금이 없는 경우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 차량 가격보다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자산의 폐기와 새로운 자산의 축적이 빠른 시간에 이뤄질 순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비용들은 점차 수렴해 갈 것이다. 지역적 문제는 계속 남아 있겠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자산의 폐기와 새로운 자산의 축적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이러한 경쟁에서 기술과 수익성이 증명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차별화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업이 이러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지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커지는 정부 역할과 기업간 차별화

비용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정부의 역할이다. 각국 정부가 기후 문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국가 경영에 있어 시계가 훨씬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기후 변화는 장기적인 흐름이며, 결국 대응도 장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각국 정부가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데 적어도 30년간의 긴 호흡으로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또는 소득 및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이미 정부의 힘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성은 더 강해질 것이다. 한쪽의 이익을 필요한 쪽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더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정부의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미국 정부의 대형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 가능성, 우리나라 정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등은 모두 이를 반영한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정부의 성격도 문제겠지만, 그러한 정부를 선택하게 한 여론과 여론을 형성하게 만든 상황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기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역할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방향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커진 정부가 특정한 방향, 즉,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경우 정부가 과연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따른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할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비용의 조달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등의 문제는 계속 살펴야 한다. 정부가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 순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국가 부채로 인해 자체적인 자금 조달 여력은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민간의 자원이 요청될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새로운 기회를 잡는 기업들이 발생하는 한편으로 빠른 속도로 기존 자산이 파괴되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