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 美 텍사스...'진보적' 테크기업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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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 美 텍사스...'진보적' 테크기업 떠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14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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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텍사스로 이전한 테크기업 늘어
보수화된 텍사스에 테크기업들 "인력 유치 어려워졌다" 토로
세일즈포스 "직원들의 이주 지원할 것" 
미국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두고 기술기업들 사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두고 기술기업들 사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두고 기술기업들 사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최근 들어 텍사스에 새 둥지를 틀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에서 낙태금지법과 투표제한권 등 정치적 보수화가 두드러지자, 진보적 성향의 기술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화된 텍사스...기업들 "기술인력 유치 매우 어렵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서는 여성의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낙태금지법이 발효됐다. 낙태 금지 시기는 기존의 임신 '20주 이후'에서 태아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6주 이후'로 앞당겼다.

임신 6주는 임산부가 임신 사실을 자각하기조차 쉽지 않은 시기여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만일 성폭행 등으로 인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에도 낙태가 불가능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낙태는 여성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낙태를 허용하는 흐름이 강했으나, 텍사스가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텍사스의 이같은 지침이 진보적인 성향이 짙은 기술기업들에게는 우려할 만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 대부분 둥지를 트고 있던 기술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텍사스로 거처를 옮기는 추세였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세금이 상당히 높은 데다, 규제의 문턱도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텍사스의 경우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며, 부과되는 개인소득세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 친화적'인 주(州)로 꼽혔다. 실제로 터전을 옮기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컴퓨터 기술산업 협회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8월 기준 텍사스의 기술직 일자리가 3만3843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특히 텍사스의 경우 기술직의 일자리 수가 전년대비 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클과 휴렛팩커드(WP)가 텍사스로 본사를 옮긴 것을 비롯해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등의 빅테크들 역시 새로운 창고나 데이터센터, 생산시설을 텍사스에 설립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소지를 텍사스로 옮기기도 했다. 

WP는 이를 전하며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과 다른 보수적 조치들이 기술 근로자들의 움직임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온라인 조사 소프트웨어 회사 퀘스천프로의 최고경영자(CEO) 비벡 바스카란은 "우리는 이미 기술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음을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텍사스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텍사스 경제를 연구하는 서던 메소디스트 콕스 경영대학의 리처드 알름 교수는 "텍사스의 경기회복이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만일 근로자들이 텍사스로 이주할 의사가 줄어든다면 이것은 노동력 공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이 다른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텍사스주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텍사스 출신이자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투자자 딥 파롯은 "이번에는 낙태 금지법이지만, 다음에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날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알름 교수는 "고용주들이 텍사스의 새로운 제한법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술 인재를 유지하고 유치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세일즈포스 "이주 돕겠다"...우버 "운전기사 법률 비용 전액 지원"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근로자들이 원한다면 이주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10일 "여러분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출산 관련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우려된다면 세일즈포스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이 이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태금지법은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인 문제"라며 "기업으로서 우리는 세일즈포스와 모든 곳에 있는 여성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마크 베니오프 CEO 역시 트위터를 통해 "당신이 이사하길 원한다면 우리가 텍사스를 벗어나도록 돕겠다"며 "당신의 선택이다"고 언급했다.

CNBC는 이를 언급하며 "이같은 움직임은 기술기업들의 많은 직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무실 출근이 필수적이지 않은 쪽으로 생활방식이 재평가되고 새로운 기회를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직원들이 텍사스 이외의 지역에서도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이미 조성됐기 때문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지원 방안을 내놓거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델의 마이클 델 CEO는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토대"라며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리프트도 나섰다. 낙태 금지법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위해 우버 등의 차량을 이용했을 경우 운전기사도 고발할 수 있다. 우버와 리프트는 이 경우 운전기사들의 법률 비용을 전액 지원할 방침임을 박혔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인 범블과 데이트앱 매치는 낙태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 펀드를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미 법무부는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이 텍사스주 여성들의 헌법적 권리 행사를 막고 있다며 텍사스주 오스틴의 연방지방법원에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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