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진격의 카카오' 앞에 놓인 사회적 책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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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진격의 카카오' 앞에 놓인 사회적 책임의 무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9.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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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국내에서 가장 화제를 받고 있는 기업을 한 곳 선정한다면 단연 카카오를 꼽을 수 있다.

카카오의 급속한 사업 영역 확장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재계에서 화제였다. 지난 6월 30일, 카카오는 네이버를 따돌리고 72조원에 해당하는 시가총액까지 기록, 시총 3위 기업에 오르며 김범수 창업자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진격의 카카오라는 표현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적극적인 혁신 의지와 함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카카오에게 특정 업계라는 고정관념 역시 무의미했다. 커머스, 핀테크,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전 영역에 걸쳐 직접 플레이어로 뛰겠다고 선언한 카카오가 향후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진격할 것인지가 재계 화두로 떠올랐다. 

혁신에 몰두한 카카오, 네이버의 교훈을 잊다

2000~2010년 IT업계를 네이버가 지배했다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카카오는 IT업계를 시작으로 모든 사업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158개는 지난 10년 간, 기업의 고속 성장을 반영하는 지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은 카카오가 158개의 계열사를 탄생시키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혁신 창출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네이버가 겪었던 사회적 책임과 규제에 관한 교훈은 잊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국내 IT업계의 리더로 불렸지만 동시에 국회 및 정치권, 시민단체로부터 포털의 언론권력화, 골목상권 침해 등의 비난을 받았다.

국정감사 시즌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불러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가 언론 권력을 꿈꾸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자 이해진 의장은 2010년 이후 계열사를 줄이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줄곧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 온 이유다. 

이해진 의장이 계열사를 조금씩 줄이고 주요 영역에서 직접 플레이어가 되길 망설이던 시점이 카카오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2014년 만년 2위 포털 다음을 인수한 이후 다음의 개발 인력을 확보한 카카오는 네이버가 주저하는 틈을 이용, 콘텐츠와 커머스를 시작으로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 등에서 진격의 행보를 거침없이 보여왔다.

문제는 김범수 의장 역시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규제와 사회적 비판에 시달렸던 점을 잊고 지나친 영역 확장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사회 문제가 다방면에서 심화되기에 이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김범수 의장은 선언했지만 정작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와 김범수 의장은 그동안 추구해 온 끊임없는 혁신의 미래가 무엇인지를 제시할 때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톡 프로필에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카카오가 택시, 주차, 대리운전, 스크린 골프, 미용실 등 골목상권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사회 문제 해결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제 사회는 묻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2021년 경영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ESG’이다. 모든 기업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해야 하는 트렌드에 직면해 있기에 카카오는 앞으로 더 많은 규제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 받게 될 것이다.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 시대의 교훈이다. 

아울러, 카카오의 방향성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관한 명확한 비전도 필요하다. 카카오의 진격에 다수의 언론은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 걸쳐 사업을 추구하는 것이 어떤 미래 방향성을 뜻하는지 여전히 모호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지 카카오는 고민해야 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혁신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차별화된 성장에 있다. 무차별 확장은 과거 1980년대 국내 대기업이 보여왔던 올드한 방식이다. 카카오가 영역을 급격히 확장하던 올해부터 김범수 의장이 기업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더 많이 제기되었다. 성장 방향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이제 카카오도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반증이다. 카카오가 국민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골목상권이 아닌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아직까지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진 못했다. 

카카오의 성장성은 지금도 무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리고 카카오에겐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재의 과감한 도전이 넘쳐난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명확한 미래 비전과 미션을 통해 카카오가 혁신과 함께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고 어떤 방향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지 구성원에게 제시해야 한다. 

정말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카카오가 개척해야 할 영역은 골목이 아닌 해외에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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