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총리후보 고노, '개혁공약 물리고 극우파 달래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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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총리후보 고노, '개혁공약 물리고 극우파 달래기' 통할까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9.12 11: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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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장관, 10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선언
보수표를 의식 후퇴하는 개혁 공약들
日 네티즌, 고노 씨에 대한 부정적 기류 확산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일주일 남긴 지난 10일 고노 다로 백신 담당 장관이 출마 선언을 했다. 고노 장관은 현재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일본 언론과 모든 공중파 방송의 밤 메인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다뤘다.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불출마와 총리직 연임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자민당 총재는 총리에 오르게 된다.  즉 고노 장관의 자민당 총재 출마선언은 차기 총리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고노 장관의 출마 선언 당일, TV도쿄와 TBS의 밤 메인 뉴스에는 고노 장관이 생방송으로 출연해 장시간에 걸쳐 중요 사안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보수표를 의식한 고노 장관이 자신이 내걸었던 개혁적 공약에 반하는 언행을 잇달아 보여,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의 총리 당선에 부정적인 기류마저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성 장관, 고노 백신 담당 장관, 이렇게 3명이 입후보를 표명한 것으로 선거 구도가 거의 굳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노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불안한 마음에 귀 기울이며 함께 코로나 위기를 넘어 일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라며,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서는 따뜻함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라고 출마의 변을 내놨다. 

그동안 고노 장관은 줄곧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왔고 이는 국민들의 인기를 얻는 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총재 선거 입후보 가능성을 밝힌 후로는 기존의 태도를 뒤엎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탈원전” 주장 변경?’이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10일 보도하고 있는 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탈원전” 주장 변경?’이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10일 보도하고 있는 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예컨대, 10일 기자회견에서는 “원자력 발전은 당분간 재가동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노 장관은 자민당 내에서 ‘원자력 발전 제로’를 주장한 선두주자였다. 

게다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학 비리 문제의 재조사 여부에 대한 보도진의 질문에는 재조사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현재 일왕에게는 자식이 딸 한 명뿐이므로 차기 왕위 계승 문제가 일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노 장관은 일찍이 여성 일왕을 용인할 생각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10일에는 “남성 일왕으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라며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한 발언을 했다.

고노 장관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북자 구출 의지를 보여주는 블루리본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모습이 SNS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배지는 아베 전 총리가 납북자 구출을 최우선 과제 중에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이 배지를 착용한 정치인은 자신이 보수 인사,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지지자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본 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일본의 언론 매체인 ‘JCAST 뉴스’는 10일,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 재팬’에서는 고노 씨가 블루리본 배지를 착용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지 못했는데, 놀란 네티즌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10일 밤 8시경에는 '블루 리본'이 인기 검색어 1위에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고노 장관의 일련의 언행은 ‘자신은 보수 인사’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것이 자민당 총재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인물인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의 존재라고 전하고 있다.

특히, 고노 장관이 속한 파벌인 ‘아소파’의 중진들이 고노 장관의 총재 선거 출마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고 파벌의 회장인 아소 부총리조차 시기상조라는 모습을 보이며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아바타로 불리는 극우 인사인 다카이치 전 총무성 장관을 지지할 뜻을 일찌감치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애당초 고노 장관이 내세웠던 개혁적인 공약은 대부분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노선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의원과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고노 장관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마저 전해지자 고노 장관이 곤혹스러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고노 장관이 총재 선거를 둘러싸고 아소파 내의 역학 관계에 대해 지난 10일 TBS 메인 뉴스 ‘news23’에 출연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 사진=TBS화면 캡처.
고노 장관이 총재 선거를 둘러싸고 아소파 내의 역학 관계에 대해 지난 10일 TBS 메인 뉴스 ‘news23’에 출연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 사진=TBS화면 캡처.

이에 관해 10일, TV아사히의 메인 뉴스인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한 여당 정치부 반장은 이런 니카이 씨와 이시바 씨의 움직임에 고노 씨는 ‘감사한 민폐’라고 생각하는 것이 본심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서 고노 장관은 아소 부총리를 여러 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겨우 출마 승낙을 받을 수 있었고, 아베 전 총리와도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고노 장관의 이러한 행보에 대부분의 일본 네티즌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극우 성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 재팬’의 네티즌들마저 “고노 씨가 보수파의 지지가 필요해 지금까지 말해 왔던 것을 갑자기 방향 전환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실망이다”, “총리가 된다면 이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등과 같은 내용의 댓글들이 베스트에 오르며 고노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적잖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유력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는 지난 9일, ‘고노 다로 인기에 암운, 넷 공간에서 (고노의) 업적을 묻는 목소리 속출 “한 게 뭐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고노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에 자민당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전했다.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이 고노 장관의 국민적 인기와 개혁적인 면을 높이 사, 파벌을 넘어선 지지를 보내는 가운데, 고노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여론 조사에서 고노 장관의 뒤를 잇고 있는 이시바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언론들은 그가 최근 침묵하고 있는 니카이 간사장과 손을 잡고 출마한다면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의원은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500건 이상 들어온 시청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을 가지는 등, 네티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성 장관은 연일 TV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보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한편, 10일 니혼TV의 정보 방송인 ‘슷키리’에서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정치가상으로는 영국의 첫 여성 총리로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가렛 대처를 들기도 했다.

고노 장관은 지난 10일 TV도쿄 메인뉴스'WBS'에 출연, 진행자의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를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X)’라고 답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고노 장관은 지난 10일 TV도쿄 메인뉴스'WBS'에 출연, 진행자의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를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X)’라고 답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이 코로나 대책은 뒷전에 총재 선거에만 전념하고 있어, 이런 상황이 9월 말까지 이어질 것을 비판하며 ‘코로나 대책 긴급 제안’을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총재 선거의 판세와 관련해, 승패의 열쇠를 쥔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경우, 고노 씨로는 정권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우려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결국, 다카이치 씨가 얻은 보수표를 사용해 기시다 씨를 차기 총리로 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10일,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인 ‘WBS’에 출연한 고노 장관은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아베, 아소 전 총리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대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일본 국민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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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2021-09-14 13:18:35
빠르고 정확한 정보, 감사합니다.

Iiyeg 2021-09-12 22:31:38
,좋은글 감사합니다 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