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쑥' 고용 '뚝'...전세계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상태바
인플레 '쑥' 고용 '뚝'...전세계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06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유럽 등에서 물가 치솟지만 고용지표는 여전히 부진
저명한 경제학자들 "스태그플레이션 큰 위협" 경고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높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특히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50년 전인 1970년대 전세계 금융시장을 휘청이게끔 한 바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물가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경기 정점에 대한 전망이 강해지고,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50년전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고용 쇼크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 후반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23만5000명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72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크게 부진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가장 낮은 예상치를 내놓은 TD아메리트레이드(40만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며 큰 무게를 두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줄곧 우려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5.4% 올라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폭의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이 무섭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크게 부진하자 일부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이는 비단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8월 유로존 회원국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목표치 2%도 넘어섰다. 

특히 유럽지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9%에 달해 지난 1993년 12월(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오는 9일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테이퍼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유로존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뮤'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경기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활동을 보여주는 IHS마킷 유로존 플래시 복합 구매지수는 7월 60.2에서 8월 59.5로 두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NBC는 "50을 넘는 수치는 여전히 경제 활동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세계적 경제학자들 "스태그플레이션 큰 위협"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는 높아지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유지하자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이탈리아 총리이자 현 이탈리아 보코니 대학 총장인 마리오 몬티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은 유럽의 경제회복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수용과 정부의 재정부양은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며 "EU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여러 나라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 요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 또한 같은 지적을 내놨다. 

그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최고 정책 입안자들의 가정은 잘못된 것일 수 있으며,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 완화정책과 완만한 재정정책이 뒤섞이면서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공급망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생산원가를 높이고, 잠재 성장률을 낮춘다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결국 심각한 부채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과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증가하고 있고, 대규모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학자 니얼 퍼거슨 역시 "연준이 통제력을 잃으면 1960년대 초인플레이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유로존 회원국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했다. 자료=FT
8월 유로존 회원국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했다. 자료=FT

"금 투자 늘었으나...인플레 헤지 수단일까"

투자자들은 이같은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것이 금 가격이다. 충격적인 수준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1.2% 상승한 온스당 1833.7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6월16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등장하자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금이 반드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은 아니라며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마크 헐버트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금은 1971년 온스당 35달러에서 1980년 온스당 8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듀크대학의 캠벨 하비 교수와 TCW 그룹의 상품 펀드 매니저였던 클라우드 에브는 현재 금 값이 상당히 과대평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대비 금의 공정가치가 온스당 1000달러 이하지만, 현재는 1829달러 수준"이라며 "만일 우리가 또다른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돌입했을 때 금 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