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어디로] ②ECB, 인플레 압력에 테이퍼링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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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 어디로] ②ECB, 인플레 압력에 테이퍼링 나설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9.0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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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ECB 통화정책 회의 앞두고 가능성에 주목
ECB 위원들 매파적 발언 잇따라
"미 연준 지켜보며 신중한 행보 이어질 듯" 전망도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ECB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ECB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10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경제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ECB는 코로나19 이후 유지해온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중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물가지표가 발표되자 ECB의 테이퍼링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CB 위원들 "테이퍼링 시작해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려는 ECB의 등을 떠밀고 있다"며 "최근의 가격 상승은 보수적인 ECB 금리 결정자들에게 새로운 탄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도입한 바 있다. ECB는 PEPP에 따라 내년 3월까지 1조85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곳곳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을 요구하고 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연내 테이퍼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ECB 역시 테이퍼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로버트 홀츠먼 이사는 "ECB가 팬데믹 시대의 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 역시 ECB가 1조8500억유로 규모의 PEPP의 종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 역시 이같은 가능성을 투자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국채수익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일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0.369%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중순 -0.502% 수준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초 연 0.513% 수준에서 이날은 연 0.730%까지 올랐다. 

유로존의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을 예상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게 되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높아진다. 

물가지표가 높아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ECB의 테이퍼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ECB, 미 연준의 행보 따라 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ECB가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5일 "연준의 테이퍼링이 결정된 뒤 ECB도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면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ECB는 이를 확인한 후 좀 더 신중히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칼럼을 통해 같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며 "특히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 나온 한 가지 메시지는 그녀가 모방하는데 매우 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 시작은 적절하다"면서도 "금리인상은 갈 길이 멀다"며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의 선을 그은 바 있다.

프랑수아 빌로이 드 갈하우 프랑스 은행 총재는"파월 의장은 채권 매입 속도 조절과, 금리 결정의 시간적 단절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오는 9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라가르드 총재 역시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더 진전된 것과 EU 내 회복 속도가 더 느린 것에는 차이가 있지만, 정책적인 접근 방식에는 유사점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긴축 정책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그룹은 "미국과 영국은 대체로 경제활동이 정상으로 돌아갔지만, 유럽 경제는 이들의 82%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유럽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FT 역시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높은 인플레이션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통화정책 긴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료=FT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료=FT, 리피니티브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고려 요인"

유럽지역에서 여전히 확산 중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클라스 노트는 "ECB가 경기부양책을 완화하기 전에 코로나19가 재발할 위험성이 남아 있다"며 "다음주 예정된 회의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기 위해 선택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XA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길레스 목은 "내 추측으로는 12월에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9일 회의를 갖겠지만, 몇 개월 더 코로나19의 추이를 지켜본 후 새로운 전망을 내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로존의 경제 상황은 높은 예방접종률과 방역규제 완화에 대한 전반적인 신중함 덕에 혜택을 받았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악화된다 하더라도, 현 수준의 PEPP는 매우 큰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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