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글 갑질'규제법 통과...네이버·카카오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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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 갑질'규제법 통과...네이버·카카오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09.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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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 산업부 팀장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회에서 세계 처음으로 구글의 강제적 인앱 결제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세계 포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독선적 조치에 대항하는 법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글로벌 포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해 7월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 정책을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고 여기에 수수료 30%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카드론 보다 비싼 수수료를 받으면서 결제는 구글에서만 가능하도록 강제했다.  

즉 구글이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구글의 이런 결정이 아무런 허들없이 시행됐다면 한국에서만 2조 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국내에선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천문학적인 수수료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국회가 나섰다. 지난달 31일 국회는 '인앱 결제' 강제화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구글이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이자 인앱 결제를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건 세계 최초다.

이로써 애플리케이션 마켓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다양한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수수료 부담도 줄게됐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자,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처음부터 다른 결제 시스템의 진입을 막았던 애플 역시 수수료를 종전 30%에서 15%로 인하하는 등 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법원은 이른바 '구글 갑질'을 차단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
국회는 지난달 31일  이른바 '구글 갑질'을 차단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 세계언론 앞다퉈 보도 

우리 국회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하자 외신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WSJ)는 지난달 31일 "구글과 애플 등 거대 기술기업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최초의 법안"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 통과로 구글과 애플의 수익성 높은 디지털 매출 수수료가 여러 국가에서 소송과 규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을 거부하다, 애플과 구글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막은 세계적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의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스위니는 이날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는 월스트리트의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면서 "한국이 세계 첫 오픈 플랫폼"이라며 "한국이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을 권리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퍼스널 컴퓨팅 역사 45년에서 중요한 단계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쿠퍼티노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최전선은 서울"이라고 강조했다.

쿠퍼티노는 애플 본사 등이 있는 실리콘밸리를 말한다. 특히 그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에서 말한 바 같이 오늘날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신적 공유를 함께 하는 그들을 지지하면서 그들과 같은 세계 시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록 우리 국회의 입법으로 발목이 잡히긴 했지만 구글과 애플이 그동안 수수료 30%부과에 결제수단을 자사로 단일화 시키며 자신만만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디지털 식민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국내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도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 앞에선 그저 '소작농'에 불과하다. 앱 심사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구글 등 디지털 시장에서 시장독점적 지배 사업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식민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 등 디지털 시장에서 시장독점적 지배 사업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식민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 국내시장서 구글 전철 밟는다면...

그렇다고 네이버나 카카오가 마냥 '소작농'이라는 '을(乙)'에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행사하며 뉴스 유통을 장악한 네이버는 최근 쇼핑과 금융, 웹툰·웹소설·음악과 같은 콘텐츠 분야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게임, 쇼핑 등 다방면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이들 기업의 독과점 논란은 국내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네이버는 자동차 보험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려다, 높은 수수료율로 소비자들로부터 반발을 사며 사업을 접었다. 카카오 또한 택시와 대리기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앱 결제 방침을 천명한 구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통한 유로 애플리케이션 결제 정책을 고수하며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앱 결제 방침을 천명한 구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통한 유로 애플리케이션 결제 정책을 고수하며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점기업의 지배력이 커질 수록 그 피해는 소규모 개발자와 창작자나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말단 사업자, 나아가 소비자에게 귀결된다.

글로벌 기업의 종속을 우려하면서도 한편에선 '상생과 분배'라는 허울을 앞세워 또 다른 종속이라는 모순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단적으로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콘텐츠 창작자나 정기 구독 서비스, 대행 서비스 등 사업자가 구글이나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인터넷 기업의 플랫폼에 편입되면 당장은 유저도 모으고 광고업자에게 배너광고도 팔 수 있어 상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 독점기업들이 일으키는 바람 앞에선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안' 통과의 의미는 국내 디지털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겐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어 구글에게 철퇴를 가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겐 이로운 법안 통과였다.

하지만 국회의 이번 법안 통과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 소비자와 금융·유통 사업자들을 상대로 유리한 위치에 영원히 있을 수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디지털 앱결제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한 이번 국회의 입법안 통과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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