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 논란, 핵심은 '동일업무 동일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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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안 논란, 핵심은 '동일업무 동일규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8.30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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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사태로 논란 가속화
윤관석 의원 안과 배진교 의원 안 대립
"전자금융업자 거래 상대방도 금융소비자로 간주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해 촉발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논의에 대해 금융권 노조와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장 안(정부 입법안)은 전자금융업자의 거래 상대방을 금융소비자로 간주하지 않아 향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머지포인트는 20%에 달하는 할인률로 단기간 1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모집한 선불충전서비스 업체다. 이러한 머지포인트가 최근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대규모 환불 요청이 지연됐고, 금융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이에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개최된 금융위원장 인사 청문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을 밝혔고,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도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답을 냈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윤관석 의원장과 배진교 의원이 각자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러 건의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금융위원회가 여러 의원안과 기존 개정안, 그동안 나온 수정의견 등을 검토해 제대로 된 종합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업계, 윤관석 의원 개정안 반대…"동일업무 동일규제 지켜야"

업계는 정부 입법안인 윤관석 의원 개정안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전자금융업자의 거래 상대방은 선불충전이용자가 아니라 금융소비자이며,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머지포인트 같은 회사는 금융회사로 봐야 하는데 금융위는 전자금융업자가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래서 금융회사라면 응당 적용을 받아야 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실명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은 머지포인트 같은 회사를 금융회사로 간주해 이들 회사와 거래하는 사람은 금융소비자로 인정하고, 이에 따라서 소비자를 적절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머지포인트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을 잘 정립하는 것"이라며 "머지포인트가 하는 것은 선불금융업이기 때문에 다른 선불업자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머지포인트는 금융회사니까 그 반대방향에 있는 머지포인트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금융소비자로 보호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 특혜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특혜를 주기 때문이다.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의하면 전자금융사업자는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없는 것이 현재의 전금법 개정안이다.

앞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전은협)은 27일 성명을 내고 "머지포인트 사태에 책임을 통감해도 모자랄 정부·여당이 이를 빅테크 기업들의 민원 해소를 위해 악용하려 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은협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얻게 돼 은행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은행법, 금융사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의 적용은 면제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그동안 꼭꼭 걸어 잠궜던 각종 규제를 빅테크 대기업을 위해 풀어준다면 종국에 그 화는 국민들이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지노협) 역시 27일 성명서를 내고 "현 정권이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크고 작은 금융사고를 목도하고도 규제개혁 중독증에 사로잡혀  더 많은 장벽을 없애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데 현실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머지포인트 발생 이후에 오히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강행하려는 상황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자금융 이용자 보호 강화한 새 법안 국회 계류 중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러한 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전금법 개정안을 지난달 14일 발의했다. 

배 의원의 개정안은 전자금융업에 대한 규율체계와 진입규제를 합리화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화폐발행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전자고지결제업, 직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 결제대금예치업, 전자자금이체업 등 전자지급수단별로 7개로 세분화돼있다.

배 의원은 이를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의 3개 업종으로 간소화하고 ▲지급지시전달업을 도입해서 전자금융업을 4개로 재분류했다.

또한 이용자로부터 금전을 받은 대금결제업자를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로 정의하고 이들을 금융회사로, 이들과 거래하는 이용자는 금융소비자로 간주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지키도록 했다. 

아울러 전자금융업자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한 이용자는 언제든지 적절한 절차를 밟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 이용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의원의 법안은 핵심적인 독소 요소들을 사전에 제어하는 법안"이라며 "윤 의원의 법안이 빅테크에 은행 유사업무를 맡겨 공공성에 기반한 금융산업이 잘못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면 배 의원의 법안은 위험요소를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안 통과 시기 불명…"9월 정기회의 중 심사"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중에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리라고 본다. 머지포인트 논란으로 속도가 붙었다는 평이다. 다만 그 전에 심사를 거쳐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의원장 안은 위원장 개인에 앞서 정부 입법안으로 사실상 현 정부의 법안"이라며 "정부입법으로 하는 것은 정부가 그 방향으로 법안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머지포인트 사태가 전금법의 부재 때문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머지포인트는 미등록 업체인데 이런 경우 어떤 법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의원이든 미등록 업체를 제어하는 법까지는 만들 수 없다"며 "전금법이 없어서 머지포인트 사태가 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과 배 의원의 개정안은 입법 과정에서 병합심사될 전망이다. 동일한 취지의 개정 법률안들이 있을 경우 입법부는 이를 조문별로 놓고 하나하나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원들 입장이 나오면서 조문이 조금씩 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안이 나오면 두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대신 하나의 대안이 만들어지게 된다. 본회의에 의결되는 것은 그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나온 법안들은 심사 과정에서 폐기된다. 최종적으로 위원회에서 대안이 나오고 나면 그 대안이 의결된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금법 심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의 심사로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달 정기회의 때는 심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되 제대로 개정해서 문제가 터지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그럼에도 사고가 터졌을 때 관련된 사람들이 금융소비자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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