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日총리, 선거 연패로 "스스로 물러나야" 내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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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日총리, 선거 연패로 "스스로 물러나야" 내부 목소리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8.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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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다음달 만료하는 가운데 자민당이 연거푸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스가의 정치적 구심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사진=교도/연합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다음달 만료하는 가운데 자민당이 연거푸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스가의 정치적 구심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사진=교도/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스가의 임기 연장 구상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23일 일본 요코하마(橫浜)시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전날 실시된 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추천한 무소속 야마나카 다케하루(山中竹春) 후보가 유효표의 33.6%인 50만6392표를 얻어 당선됐다.

스가 총리가 전면 지원한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전 국가공안위원장은 21.6%인 32만5947표를 얻는 데 그쳐 낙선했다.

이로써 작년 9월 16일 스가 총리 취임 후 여야가 대결한 8차례의 선거에서 자민당은 사실상 전패를 기록했다.

자민당은 야마가타(山形)현(1월 24일), 지바(千葉)현(3월 21일), 시즈오카(靜岡)현(6월 20일) 등 3개 지사 선거에 후보를 추천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4월 25일 참의원 나가노(長野)선거구 보궐 선거와 참의원 히로시마(廣島) 선거구 재선거에는 후보를 공천했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같은 날 실시된 홋카이도(北海道)2구 중의원 보궐선거에는 후보 내지도 않아 '부전패'로 기록됐다.

지난달 4일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다수당 지위를 회복하기는 했으나 전체 127석 중 33석을 얻는 데 그쳐 역대 선거 중 두 번째로 의석수가 적었다.

당시 선거는 경쟁 정당인 '도민(都民)퍼스트(First)회(會)'의 실질적 지도자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입원을 이유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것이었다.

정치권은 자민당이 패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의원 임기 만료일(10월 21일)을 약 2개월 남겨두고 실시된 이번 시장 선거에서 전폭 지원한 후보가 낙선함에 따라 스가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하고 있고 스가 내각 지지율은 발족 후 최저 수준인 30% 안팎으로 떨어진 가운데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달 말까지인데 그를 당의 간판으로 삼아 총선에 임하는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오코노기는 스가 총리의 전면 지원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에게 향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총리의 개입은 역효과였다"라고 풀이했다.

자민당은 충격에 빠졌다.

선거 결과에 관해 당 간부들은 일제히 침묵했고 "당이 추천하거나 지원한 후보가 아니다"라며 거리두기를 하기에 급급했다.

지역구 기반이 취약한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3일 보도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아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별 어려움 없이 당선된 초·재선 의원들은 올해 가을 총선에서 '금배지'를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이들은 스가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 소속이라는 것이 총선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을 우려하는 셈이다.

무투표로 당 총재 재선을 달성하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총리 임기를 연장한다는 스가 정권의 구상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각료를 지낸 자민당의 한 정치인은 "무투표이면 자민당의 이미지가 악화한다. 복수의 후보가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전임자인 아베가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일찌감치 스가 대세론이 형성됐던 1년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여러 주자가 총재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추천인 20명 확보 여부가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무조사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출사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작년 총재 선거 때 스가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도 출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기시다는 외무상·방위상·오키나와 담당상(특명대신) 등 각료 경험이 풍부하고 당 3역 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까지 지낸 9선의 베테랑 중의원 의원이다.

국회의원 40여 명이 속한 파벌 회장인 기시다는 추천인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총재 선거에 나서면 스가와의 2파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스가는 총재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 10월 전반기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당내에서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 때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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