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대통령궁에 깃발 올려···"새 정부 구성·형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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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대통령궁에 깃발 올려···"새 정부 구성·형태 논의"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8.1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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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사진=AP/연합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사진=A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후 급속도로 아프간 내 세력을 넓힌 뒤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이다.

미국은 아프간 주재 자국공관 직원들의 탈출과 아프간인들의 국외 도피를 돕기 위해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기도 게양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앞서 미군 철수 시작 이후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다가 이날 카불까지 함락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곳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라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백기 투항한 탓에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한 탈레반은 대통령 도피로 '버려진' 대통령궁에도 손쉽게 진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말하고,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면서 15일 밤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아프간 1TV는 밤이 되자 수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아프간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이날 카불에서 80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교관들과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철수에 나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에 걸려있던 성조기도 내렸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 대사관 국기 하강은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카불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200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000명의 병력을 카불에 추가로 증파해 총 6000명의 병력을 가동해 공관 직원과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도울 계획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1000명의 추가 파병안을 긴급 승인했다고 미 국방부 관리가 밝혔다. 이에 따라 수일 내로 카불에는 총 6000명의 미군이 활동하며 미 대사관 직원들과 아프간 시민의 탈출을 돕고 위기 상황에 대처할 계획이라고 이 관리는 전했다.

탈레반은 대국민 담화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잇달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입한 뒤 AP통신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새 정부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말했으나, AP통신은 이 계획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BBC 방송과 생방송 인터뷰에서는 향후 수일간 아프간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원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탈레반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국장인 바라다르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의 승리는 비교될 수 없는 위업이지만 아프간 통치의 진정한 시험은 권력을 손에 넣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다르 국장은 탈레반의 승리는 신속했고 세계 그 어떤 상대도 대적할 수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입장 발표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현지 여성들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인권 암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영방송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날 카불에서 아프간 국영 TV를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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