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어디로]③ 테이퍼링 재촉하는 연준 위원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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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어디로]③ 테이퍼링 재촉하는 연준 위원들...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8.1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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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정상화 속 테이퍼링 우려 대두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잭슨홀 미팅서 구체적 언급 나올 듯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 연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 연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간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막기위해 실시했던 각종 경기부양책을 되돌리는, 이른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정상화를 위한 길이 여전히 멀다고 강조하는 등 구체적인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언급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매파적' 언급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미 경제 정상화 속 테이퍼링 우려 대두

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속한 경기부양책과, 적절한 통화정책의 힘이 컸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미 재무부와 연준의 발빠른 대응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는 되살아났고, 중소기업들은 어두운 전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연결됐으며, 미 경제가 채 회복되기도 이전에 금융시장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문제는 미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산매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완화적 정책을 이어갈 경우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눈에 띄는 점은 연준 내에서도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경제회복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서 좀 더 중립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의 경제 상황은 (완화적) 방식을 자제할 때가 됐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역시 지난 9일 연설에 나서며 가을 중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위원으로 분류되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한달 후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10월부터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월 FOMC 회의 전까지 물가 및 고용 기준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후 8개월에 걸쳐 매월 150억달러씩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캐플런 총재는 "더 빨리 진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시장이 적응할 충분한 여유를 주기 위해서는 8개월이 적당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정치인사들도 테이퍼링을 촉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도파 의원으로 꼽히는 조 맨친 상원의원은 지난 5일 파월 연준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제공했던 각종 지원들을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불황이 끝나고 강력한 경기회복이 잘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우리 경제에 기록적인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계속 주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완화정책과 의회의 추가 지출 입법이 최근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는 "연준의 지속적인 경기부양과 추가적인 재정부양책은 우리 경제를 과열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우려...고용시장은 여전히 불안

연준 위원들과 정치권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재 미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앞서 발표된 7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5.4% 올랐는데,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한 지난 6월 CPI 상승률과 동일한 수치다. 

미 연준은 장기적으로 평균 2% 이상의 물가 상승률과 최대 고용을 달성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인플레이션 지표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자, 연준 내에서도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반대로 테이퍼링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위원들도 여전히 있으며, 이들은 고용시장의 회복이 불균형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이 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 강연에서 연설을 통해 "고용 인력이 팬데믹 이전 대비 700만명 적은데, 당시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900만명이 적은 수준"이라며 "연준이 제시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테이퍼링에 서두를 경우 오히려 미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올해 12월이나 이보다 조금 전에 추가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10월이 되면 훨씬 나은 위치에서 고용 상황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유사한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최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까지는 갈 길이 좀 남아있다"면서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시점을 결정할 때 고용회복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S&P500 지수 추이.
S&P500 지수 추이.

테이퍼링,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테이퍼링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충격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은 엇갈린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긴축발작 사태 당시 S&P500 지수는 6% 급락한 바 있다. 이후 몇 주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그 해 연간 30%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연준의 테이퍼링에도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밸류에이션의 차이다. 

밀러타박의 수석 전략가인 매트 말리는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수익 대비 15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이었지만 지금은 22배에 달한다"며 "이같은 상황이라면 시장이 테이퍼링 이슈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상승세에 동참하는 종목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이는 시장 내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장에도 빨간 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마샬 케이'가 최근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마샬케이는 통화량을 명목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최근 시장의 상승세가 풍부한 유동성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는 시장에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그 램지 루쏠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010년 마샬 케이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당시 S&P500 지수는 16%의 조정을 겪었고, 2018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펼쳐졌다"며 "엄청난 유동성으로 인해 모든 주식이 부유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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