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동판매기, 화장실까지 칭찬 소재로 등장
특정 언론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보도
천문학적 경제 손실과 코로나 환자 폭증 등 보도 안해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 8일 폐막한 도쿄올림픽은 우경화된 일본 언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일본내 일각에선 큰 호응이나 감동을 주지 못한 올림픽 개폐회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뤘다며 '일본 최고'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에 호응하는 일본 네티즌들이다. 네티즌들 역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호응하며 일본 최고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 댓글로 극우 언론 기사에 호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일본 언론들이 쏟아내고 있는 도쿄올림픽 성공 사례는 점점 도를 넘어 이제는 편의점과 자동판매기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칭찬 릴레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은 자국의 장점을 최대한 홍보하는 한편, 외국인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고 진행한 국가에 감사를 표하거나 그 국가의 문화나 경치 등에 관해 호평하는 모습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기간 중, 일본 언론들은 외국인 선수들과 언론인들의 SNS를 스토킹하다시피 해, 일본에 유리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인용했다. 게다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일본 최고’를 외치는 보도를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도쿄올림픽을 비판하거나 불편해 하는 SNS에 떠도는 의견들은 어떤 언론도 다루질 않고 있다.
20년전에도 있던건데...일 언론, 자판기까지 칭찬 소재로 활용
특히, 관련 기사 제목에 자주 언급된 호평의 대상으로는 ‘자원봉사자’, ‘오모테나시 (극진한 대접), ‘편의점’, ‘화장실’, ‘자동판매기’, ‘식당’ 등이 있었다.
먼저, ‘자원봉사자’와 관련한 일본 언론의 기사 제목을 몇 가지 소개하면, 우선, 7월 26일과 30일에는 ‘THE ANSWER’가 ‘“일본의 예술을 보여주는 선물”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만든 “작은 선물” 미국에서 각광’과 ‘“일본 자원봉사자는 최고”, 호주 여자 금메달리스트의 “Arigato”에 반향 “나이스야!”’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8월 3일과 6일에는 ‘ENCOUNT’가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멋진 배려‘에 찬사, 오모테나시 장면이 화제 ‘일본, 최고인가!’와 ‘이스라엘 야구선수, 올림픽 자원봉사자에 감명 “이 정도의 대우는 본 적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오모테나시’와 관련해서는 8월 3일, ‘JCAST뉴스’가 ‘“일본인이 얼마나 친절한지 알고 싶어?” 올림픽 미국 코치 감동, 심야 버스에서 받은 “오모테나시”란?’이라는 기사를, 같은 날 ‘THE ANSWER’는 ‘귀국 직전 “마지막 오모테나시”, 공항에서 본 일본인의 모습에 영국 감동 “이 조직은 일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어서 편의점의 경우, 지난달 24일과 이달 2일, ‘THE DIGEST’는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외국인 기자는 일본 편의점의 무엇에 놀랐나?’와 ‘“나를 구해줬다” 올림픽 취재 일본 방문 기자를 “포로”로 만드는 편의점을 미국 고급지도 특집! “전체를 아우르는 접착제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일본의 화장실을 호평하는 기사로는 지난달 27일 ‘ENCOUNT’가 보도한 ‘선수촌 방의 화장실 “일본 대단해”가 화제, 해외 선수가 흥분하는 모습을 공개 “오 마이 갓!(Oh my god!)”’과 8월 1일 ‘THE DIGEST’가 게재한 ‘“미국에서는 극히 드물다” 올림픽 취재 미국 기자가 “일본의” 화장실 설비를 절찬! “때로는 작은 새의 지저귐도 들린다”’라는 제목의 보도가 있었다.
다음으로 자동판매기에 관해서는 지난달 26일 ‘주니치 스포츠’가 ‘“동전 투입구 없음” 선수촌의 자동판매기에 놀란 일본 대표 선수 “불가사의한 감각!”’이라는 기사를, 같은 날, ‘ENCOUNT’는 ‘선수촌의 자동판매기가 “대박” 호주 대표팀 영상 공개 “슈퍼 일본”, “그야말로 낙원”이라는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일본의 선진 과학 기술을 호평하는 내용으로는 주로 선수촌에서 운용된 ‘자율주행 운행(자동운전)버스’가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9일 ‘스포츠 호치’가 ‘선수촌의 자율주행 버스를 해외 선수가 소개 “보행자를 발견하면 급정지해요” 팬도 놀라며 “대단한 기술이다”’라는 기사를, 같은 날 ‘ENCOUNT’는 ‘선수촌에서 화제인 자율주행 버스, “미래적”이라고 해외에서 반향, 미국 선수가 내부 영상을 공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참고로 관련 기사들에서 ‘반향’, ‘감사’, ‘훌륭하다’, ‘아름답다’ ‘감동’, ‘칭찬’, ‘감격’, ‘최고’, ‘놀라다’, ‘아름답다’, ‘절찬’, ‘대단하다’라는 감정 및 평가를 나타내는 표현이 적극적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올림픽 기간, 일본 언론들은 자국의 훌륭함을 어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넘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올림픽 이전에는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올림픽 개막식 이후로는 일본을 띄우는 기사로 매일 같이 보여 의아함을 더했다.
한편, 이런 보도들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신형 코로나와 올림픽 반대 여론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일본의 참모습이 이렇게 증명되고 있다며 대체로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일본 네티즌들의 분위기는 지난 9일 일본 TBS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길 잘했다’라는 의견이 61%였다는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불편했던 선수촌 시설 등 비판기사 자취 감춰
반면, 올림픽 기간 중, 신형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선수촌 선수들이 속출한 것과 불편한 선수촌 시설, 신형 코로나 확진 선수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 자원봉사자에게는 거의 시행하지 않은 PCR 검사 등, 다수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의 금메달 행진과 일본 언론의 자국 띄우기 보도 홍수로 흐지부지 넘어가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일본 국민의 눈이 올림픽에 쏠려 있는 가운데에서도 일본의 신형 코로나 확진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 의료 붕괴에 직면한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10일, 일본 언론 매체인 ‘JBpress’의 ‘올림픽 종료, 열광에서 정신 차리니 코로나로 인한 의료 붕괴 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에 일본의 금메달 획득 행진으로 잠시나마 일본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줬을지 모르나, 올림픽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과 심각해져만 가는 코로나 상황으로 일본의 비극은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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