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치열해질 '구독 서비스' 시장, 네이버·카카오·SKT...공룡들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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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치열해질 '구독 서비스' 시장, 네이버·카카오·SKT...공룡들의 싸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8.0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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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본업외 서비스 구독으로 묶어
쇼핑·콘텐츠 경쟁에 ‘페이’까지 ...승자는 시총3위?
SKT, 구독서비스 존속·신설 회사 연결고리
구독 이용자 이탈... 협력업체 이탈로 이어질 우려
플랫폼 기업 간 구독경제 서비스 경쟁이 콘텐츠를 넘어 이커머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진=픽사베이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플랫폼 기업 간 구독경제 서비스 경쟁이 콘텐츠를 넘어 이커머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쿠팡과 SKT 등 1000만명을 훌쩍 넘는 회원을 확보한 플랫폼 간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2019년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구독화로 가고 있다”며 “소비를 잘게 취향별로 쪼갤 수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1타 3피, ‘뺏느냐 빼앗기느냐’ 거대 플랫폼간 경쟁

관련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상반기 본업 외 이커머스와 콘텐츠 등에서 실적이 크게 성장하면서 하반기에는 이를 묶은 구독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성장세가 둔화되기 전에 가입자 이탈을 막고 정기 결제를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사용자를 잡아두는 ‘록인(Lock-in)’효과까지 발생해 경쟁 서비스 성장을 억제할 수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5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SK텔레콤은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구독 시장 규모를 49조원으로 추산하고 2025년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털 가입자 4200만명을 확보한 네이버, 국내외 누적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카카오가 구독 경제 서비스를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2400만 가입자를 확보한 통신업계 1위 사업자 SKT도 구독서비스 ‘우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우주는 T멤버십과 연동해 SKT 가입자를 대상으로 오는 9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통신비를 지불하는 휴대폰이 대표적인 구독서비스”라며 “가구원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가정마다 월 수십만원의 통신비를 지불하는 게 익숙한 상황에서 통신사가 구독서비스를 강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구독서비스는 단순히 통신 3사간 경쟁을 넘어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 SKT에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올 11월 SKT는 가칭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다.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는 유무선 통신과 구독·AI·데이터센터·메타버스 등의 사업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SKT 자회사는 신설 ICT투자전문회사에 편입된다. 

우주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무료배송 서비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 음악스트리밍스비스 플로 등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추가 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신설회사 산하 서비스를 존속회사 소속인 통신 서비스 이용자와 연계하기 위해선 구독서비스의 흥행이 필요하다. 

쇼핑·콘텐츠 경쟁에 ‘페이’까지 덤으로...승자는 시총3위?

네이버와 카카오는 본업외에 쇼핑과 콘텐츠 부문이 성장하면서 구독서비스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쇼핑시장에서는 쿠팡 등 이커머스 강자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콘텐츠 부문에서는 넷플릭스, 웨이브 등 거대 OTT 업체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대결해야 한다.

구독경제의 시작은 콘텐츠 사업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콘텐츠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네이버는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창작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CBT 내 채널에 올리고, 월 2900~1만9900원의 구독료를 낸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지불한 구독료의 10%는 네이버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뉴스, 블로그, 네이버 TV 등 네이버가 기존 콘텐츠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은 광고였다. 현재 CBT 중인 콘텐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광고 대식 유료 구독으로 수익 모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수익의 90%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더 질 좋은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고 이는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구독료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 페이 서비스의 총 거래 대금 역시 높아진다. 

카카오는 이달초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뷰'(View)를 출시했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편집자인 '뷰 에디터'(View Editor)가 이용자와 보드 노출 수에 따라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 받는다. 

뷰 에디터(편집자)는 뉴스, 영상, 텍스트,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링크를 모아 '보드' 형태로 발행하고, 보드 하나에 최대 10개의 콘텐츠 링크를 담을 수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작가, 유튜버 등 누구나 뷰 에디터로 참여할 수 있다. 카카오는 향후 이용자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 수익 모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부문 경쟁은 쇼핑으로 이어졌다. 네이버는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다양한 구매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정기구독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웹툰, 영화, OTT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이마트·신세계와 협력해 무료 배송, 네이버페이 적립 등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최근 구독 플랫폼 '구독 ON'을 출시했다. 구독 ON에는 제철 과일, 샐러드, 반찬, 과자 등 각종 식품과 가전, 생필품, 서적, 펫푸드 등 실물 상품을 정기 배송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소와 세탁 등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포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사업 방향과 영역이 달랐던 기업”이라며 “최근엔 양사가 시총3위를 다투고 구독 경제를 강화하면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직접적인 경쟁 펼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구독 피로, 먼저 오는쪽이 진다

일각에서는 구독서비스가 늘면서 이용자가 오히려 ‘구독피로’를 느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효용감을 주지 못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구독서비스 이용료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구독 서비스는 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클릭 한 번으로 쉽게 해지할 수도 있다. OTT업계에선 최근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이유 중 하나로 이와 같은 구독 피로를 원인으로 꼽는다. 넷플릭스가 자체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구독료를 아깝게 느낀 소비자들이 이탈한다는 것이다. 

구독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면 대체 서비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구독자 규모에 따라 구독 플랫폼에 들어오려는 협력 업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출시 6개월간 소비자가 구독 피로를 느끼지 않아야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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