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예상보다 길고 강력해진 IT기업 규제... 中 정부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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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예상보다 길고 강력해진 IT기업 규제... 中 정부 속내는?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8.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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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웨이탄과 강력한 규제 속에 바짝 엎드린 중국 IT 기업들
알리바바로 시작된 IT 업계 압박 강도, 좀처럼 낮아질 기미 보이지 않아
중국 정부 IT 규제, 빅데이타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여겨져
정부와 IT 기업의 밀월을 통한 빅테크 기업 초성장 시대 막 내릴 수도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 당국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 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연신 ‘웨이탄(微谈:자유대화)'을 당하고 있다. 

웨이탄은 중국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를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필요 사항을 요구하는 자리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7월 30일 알리바바, 탄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소집해 최근 시작된 '인터넷 산업 집중 단속'과 관련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지난 4월 말에는 중국 금융당국이 텐센트, 징둥, 바이트댄스, 디디금융 등 금융 관련 사업을 하는 IT 기업 13곳 대표 또는 실질 담당자를 불러 면담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IT 기업의 규제 강화가 지속되면서 IT 빅테크 기업들이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상장한 후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위협 혐의까지 받으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상장한 후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위협 혐의까지 받으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IT 업계 압박 강도가 좀처럼 낮아질 기미 보이지 않아

중국 정부는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직후부터 반독점, 금융 안정, 소비자 정보 보호 등 여러 명분을 앞세워 인터넷 기업을 향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왔다.

지난 5월 1일에는 '모바일 앱 개인정보 범위 규정'을 시행하고 IT 기업의 개인 정보 수집 및 활용에 제동을 걸었다.

당국의 '자제 권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을 상대로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벌이는 등 규제 외연을 국가 안보 분야까지 확대했다.

또한 지난 7월 26에는 향후 6개월에 걸쳐 '인터넷 산업 전담 단속'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단속이 데이터 안보 위협, 시장 질서 교란, 이용자 권익 침해 등에 맞춰질 것이라는 밝혔다. 

알리바바로 촉발된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은 자국 IT 기업의 보호와 육성 때문에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와 달리 1년 여간 웨탄과 고강도 압박이 계속되면서 IT 기업들과 중국 정부와의 밀월 관계는 끝났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IT 규제, 빅데이타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여겨져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퇴행적이라고 말한 알리바바에 대한 제재가 진행될 때만해도 단순히 알리바바에 대한 제재가 정부 비판 때문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장기적으로 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면서 중국 정부가 무엇인가 큰 그림을 그리면서 IT 기업들의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퇴행적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러가지 제재를 받았다.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퇴행적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러가지 제재를 받았다.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이런 분석 중에는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로 중국 정부가 중국 빅테크를 손에 넣음으로써 빅브라더 기능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당국이 자칫 민간 플랫폼 기업들이 방대한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자칫 중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IT업계에 정통한 홍콩 기반 GEO증권의 프랜시스 룬 대표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수억 명의 사람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 중국 정부는 사실상 그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나아가 이 같은 상황은 중국 공산당의 직접적인 통치를 위협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들의 여론 주도력은 분명 중국 정부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을 이용해서 여론을 형성해왔는데, 자칫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여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국의 '자제 권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을 보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권고를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중국 정부의 현실 자각이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와 IT 기업의 밀월을 통한 빅테크 기업 초성장 시대 막 내릴 수도

중국 정부는 대형 외국계 IT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자국 빅테크 기업을 육성하려고 IT 기업들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중국은 2025년 세계 빅데이터의 1/3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IT 기업은 중국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IT 기업의 성장은 지역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 센터를 구이저우에 세우면서 구이저우는 단박에 빅데이터를 상징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 센터를 구이저우에 세우면서 구이저우는 단박에 빅데이터를 상징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구이저우 빅데이터포럼에서 개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 센터를 구이저우에 세우면서 구이저우는 단박에 빅데이터를 상징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구이저우 빅데이터포럼에서 개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구이저우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형 물류회사도 생겨났는데, 트럭 물류회사 만방 그룹의 플랫폼에는 천만 명 넘는 트럭운전사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머스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도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물류가 낙후되어 소외되던 지역들의 성장세도 빨라졌다.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지역 농촌 지자체와의 협력 프로젝트로 농촌의 소득 수준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

IT 기업들이 중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의 성장에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기에 중국 정부도 그동안 IT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관계의 악화 속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IT 기업과의 밀월관계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IT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정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가 IT 기업과의 밀월 관계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IT 기업과 협력하는 한국 업체들의 철저한 대비 필요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 기업이 대신하려는 것은 철저하게 막고 있다. IT 기업의 금융사업 진출을 막은 것도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정부는 텐센트에 반독과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빅테크 업체들의 독과점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워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시작한 중국 당국은 중국 정부와의 밀월 관계로 만들어진 독과점 구조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텐센트를 비롯한 시장 지배적 우위를 가진 IT 기업들은 반독과점 과징금 등 독과점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IT 전문가들은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자유를 누리던 초성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 IT 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중국에서 규제로 인한 IT 기업의 리스크가 커진 것이 현실인만큼 중국 IT 기업들과 협업하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내용을 철저히 분석해 불이익이 없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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