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보기 한 번에 최소 10만원”…치솟는 물가, 서민 주머니 어쩌나
상태바
[르포]“장보기 한 번에 최소 10만원”…치솟는 물가, 서민 주머니 어쩌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02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금치 한 달 새 140.4%↑…4만원 넘는 수박도
‘신라면’·‘진라면’ 등 라면 값도 줄줄이 인상 시작
원유 인상에 하반기 빵·과자·커피 가격도 들썩
“하반기엔 타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상 발표할 듯”
폭염으로 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는 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손님이 콩나물·두부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리현 기자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저까지 해서 4인 가구인데, 장 한 번 보려고 하면 10만 원은 기본이고 20만 원이 넘는 경우도 허다해요. 지금만 해도 계란, 마늘, 콩나물만 담았는데 벌써 2만원이 넘었잖아요. 아직 사야할 게 산더미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장 본다고 해도 한 달에 거의 뭐 100만 원 가까이 쓰는 것 같아요.”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주부 김모(50대)씨는 일주일치 장보기를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에 나왔으나 치솟은 먹거리 가격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모씨는 “올해 들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와 닿기는 또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계란(25구·9900원), 마늘(500g·7990원), 콩나물(380g·2790원)만 담았을 뿐인데 총합 2만680원이었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채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물론 라면·햄 등 가공식품까지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오름세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무더위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 정부는 물가안정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아직 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12.6% 오르며 10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지난 4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를 기록하면서 처음 2%대로 올라섰고, 5월에는 2.5%로 9년1개월 만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역시 2.4%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야채와 과일값이 많이 올랐다. 시금치(1kg) 평균 소매가는 1개월 전 8094원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1만9459원으로 한 달 새 140.4%나 뛰었다. 같은 기간 1082원에서 상추(100g 기준) 1572원으로 45.3% 올랐다. 수박은 평균 2만3909원으로 한 달 전 1만8317원보다 30.5% 올랐다. 일부 소매업체에서는 4만 원이 넘는 수박이 등장하기도 했다. 쌀(20㎏)도 6만1711원으로 평년보다 32.3% 뛰었다.

1분기에 주요 식품업체들이 콩나물 가격을 인상한 여파로 2일 기준 380g 콩나물 한 봉이 2790원이다. 사진=김리현 기자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폭염 영향이 크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국제유가도 상승하면서 물류비용이 증가했다. 6월 수입물가지수는 115.43(2015년=100)으로 2014년 9월(115.7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0% 뛰며 4개월 연속 오름세다.

라면 판매대 앞에서 신라면을 대량으로 담고 있는 소비자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결혼했다는 주부 최모(34)씨는 “부부가 라면을 좋아해서 항상 떨어지지 않도록 집에 쌓아두는 편인데, 최근 농심 가격 인상 기사를 보고 미리 구매하려고 한다”며 “라면 같은 경우는 가격이 많이 오른 편은 아니라 큰 부담은 아니지만 다른 식자재들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라면 업계 점유율 1위인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고 지난 달 29일 밝혔다. 오뚜기에 이어 농심까지 라면 가격을 전격 인상하면서 삼양식품·팔도 등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2016년 12월 이수 4년8개월 만이며, 오뚜기의 가격 인상은 2008년 4월 이후 13년4개월만이다.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고 지난 달 29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라면을 제외한 과자, 햄 등 육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올랐다. 해태제과는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대표적인 과자 5종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일부터 스팸 같은 햄‧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전통크림빵, 신선꿀호떡 등 양산빵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더구나 이달부터 원유(原乳·우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사실상 우윳값의 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원유값이 오르면 우유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고,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낙농가가 유업체에 공급하는 원유가격이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올랐다. 2018년(4원 인상) 대비 5배가 넘는 인상 폭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수‧채소류의 수급 관리를 추진하고 농작물 관리요령 안내, 피해 예방 현장 컨설팅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폭염이 겹치면서 집밥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예년보다 한 주 더 빠른 추석까지 껴있어 물가 안정이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고, 기상 이변으로 주요 생산국 작황도 부진해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아직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도 하반기에는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