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코로나속 M&A 열풍…신세계·GS 등 '몸집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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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코로나속 M&A 열풍…신세계·GS 등 '몸집을 키워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7.2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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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스타벅스코리아’ 최대 주주 된다
올 들어서만 총 5조5000억 M&A 및 투자 진행

GS리테일도 ‘펫프렌즈’ 인수에 ‘요기요’도 눈독
CJ제일제당 ‘천랩’·bhc ‘아웃백’·카카오 ‘지그재그’

사업 영역과 무관해 보이는 M&A도 비일비재
“코로나19로 소비, 관심 영역 패러다임 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장면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던 중 투명케이스 뒷면에 '스타벅스현대카드'를 넣어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혀 시선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유통업계에 전례 없는 M&A(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유통 강자들은 물론, 식품업계·외식업계·패션플랫폼까지 인수전에 나서며 전과 다른 기업 색깔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자 기존 사업 영역과 무관해 보이는 M&A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플레이어는 단연 신세계그룹이다. 27일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약 4700억 원을 투입해 스타벅스인터내셔널(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지분율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50%에서 67.5%로 상승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신세계와 손잡은 싱가포르 국부 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은 8000억 원을 투입해 나머지 지분 32.5%를 인수했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와 관련한 국내 판매 권한을 독점하게 됐다. 기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사업은 물론 스타벅스 자체상품(PB) 및 기획상품(굿즈) 판매 등 여러 시너지 방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말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해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 이마트와 야구는 사업적으로 관련 있어 보이지도 않았으며, 야구단 운영은 고정비 등으로 적자를 피하기 힘든 구조라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인수 선언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현재 이마트는 편의점 이마트24와 연계한 SSG랜더스 맥주,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와 연계한 SSG랜더스 기념 할인행사, 노브랜드 버거와 연계한 야구장 전용팩 출시 등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이마트의 전방위적 마케팅에 야구팬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신선한다는 반응이다. 

이밖에도 신세계는 2월부터 네이버 지분 스왑, 화성 테마파크 부지 매입, 패션 온라인몰 W컨셉 인수,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M&A 및 투자를 단행했다. 총 5조5000억 원 규모다.

정용진 부회장이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리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GS리테일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 인수에 대해 협상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GS리테일 역시 M&A 시장에서 분주한 모습이다. GS리테일은 이달 GS홈쇼핑과 GS25 등을 합친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M&A 및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이상 기존의 사업으로는 심화되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1일 GS리테일은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했다. 펫프렌즈는 통합 전 GS홈쇼핑이 50억 원을 투자했던 기업으로, GS리테일은 이번에 325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펫프렌즈 지분 30%를 확보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따라, GS리테일은 펫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아 미래 먹거리로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합병 전 GS홈쇼핑과 GS리테일은 각각 도그메이트, 펫픽, 바램시스템, 핏펫, 여울, 옴므, 21그램 등 다양한 펫 관련 업체에 투자를 단행했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즉시 배송)를 강화하기 위한 지분 투자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퍼미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를 인수 협상 진행 중이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전 초반에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예비입찰과 본입찰 모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GS리테일 측에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하면서 인수 부담 금액이 줄자 기존 물류센터망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다시금 요기요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퀵커머스는 GS리테일이 가장 눈독 들이는 시장이다. 이미 통합 GS리테일 출범 당시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과 배송 인프라 통합을 통해 혁신적인 라스트마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히며, 퀵커머스를 기반으로 하는 종합 유통·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외에 카카오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했으며, 무신사는 패션플랫폼 스타일쉐어와 29CM의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또 CJ제일제당은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을 983억 원에 인수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종합외식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테이크 전문점 아웃백을 2000억 원대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열 손가락이 넘어갈 정도로 많이 일어나고 있는 M&A의 특징은 인수자가 자사 사업 포트폴리오와 무관해 보이는 피인수자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예전과 같은 사업 방식으로는 살 길이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기업들이 과거 해왔던 영역에서만 사업을 펼치지 않고, 합종연횡 등을 통해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계 역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소비축이나 관심 영역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M&A와 투자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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