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 분사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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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 분사하지 않는 이유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7.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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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 만드는 삼성에 AP 맡긴 퀄컴
애플, 아이폰 초기 AP 삼성과 협력해 생산
고객과 경쟁해도 꾸준히 성장세 지속
삼성이 고객 기술 빼내면 파운드리 업계 퇴출
TSMC 추격하려면 메모리와 한지붕에 있어야 
반도체 업계에서 또 다시 제기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 또 다시 제기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를 목표로 한 상황에서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을 시설·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분사를 선택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고객은 삼성을 믿는다”...삼성 파운드리 ‘풀케파(최대 생산능력)’

지난해 말 이후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최대 생산능력을 가동해 생산라인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연구원은 “반도체를 만들어 줄 곳이 없는데 팹리스 입장에서는 이런 저런 조건을 떠질 처지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이전에도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길 때 팹리스 사이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서 10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5G 모뎀칩, 그래픽카드(GPU), 고성능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첨단 공정을 적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설계한 팹리스 입장에서는 파운드리를 찾지 못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업황을 고려할 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객사 확보가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다. 

경쟁 제품 만드는 삼성에 AP 맡긴 퀄컴

물론 삼성 파운드리를 찾는 고객사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AP를 설계하는 상황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특히 AP를 수주할 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삼성은 지난해 퀄컴으로 부터 1조원 규모의 5G AP ‘스냅드래곤888’ 전량의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진제공=퀄컴

그럼에도 삼성은 지난해 퀄컴으로 부터 1조원 규모의 5G AP ‘스냅드래곤888’ 전량의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888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2100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IT·모바일 사업부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1시리즈에 엑시노스2100과 스냅드래곤888을 병행 탑재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Z폴드3의 AP도 스냅드래곤888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AP고객사가 물량을 맡길 때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에는 반도체를 가져다 주면 설계도를 그려주는 전문 업체가 따로 있는데 삼성이 위험을 무릅 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30나노 대 공정을 기반으로한 반도체의 경우 일부 일부 디캡(Decap)업체들이 역설계를 통해 회로도를 제공한다. 다만 초미세 공정을 기반으로한 5G 용 AP는 집적도의 수준이 30나노 반도체와 다르다. 

애플에 따르면 5나노 공정에서 만드는 아이폰용 AP 'A14 바이오닉'은 118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장착한 헥사(6)코어 CPU로 구성됐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가로세로 1.5 센치미터(CM)안에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 AP의 경우 역설계로 회로도를 알아내기 어렵다”며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도 함께 하다보니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고 말했다.

초미세 공정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역설계가 어렵다 보니 회로도 유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고객 기술 빼내면 업계 퇴출...지금까지 보안사고 없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기술 유출이 한 건이라도 발생할 경우 삼성이 파운드리 업계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단 한 건이라도 기술이 유출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고 파운드리 업계에서 삼성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해 운영하고 있고 내부에 삼성 시스템LSI 물량을 담당하는 부서와 외부 고객사 담당 부서를 완전히 분리해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기술 유출로 유사 제품이 나올 경우 사실상 업계 퇴출로 이어지는 상황이고, 삼성 역시 그럴일이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팹리스 입장에서는 설계도를 맡길 때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계열사가 있다는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아니더라도 시장 경쟁자의 매출을 올려주길 원치 않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역량이 커지면 결국 삼성전자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시장에서 경쟁 중인 고객사는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의 기술력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은 2007년 발표한 1세대 아이폰부터 2011년 나온 아이폰4S의 AP인 A5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협력한 바 있다. 애플은 현재까지도 아이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을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한다. 

TSMC 잡으려면 메모리와 한지붕에 있어야 

정보 유출 가능성이 낮고 기술력이 앞서 최대 경쟁사마저 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분사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TSMC의 사업 모델 때문이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55%)를 지키며 2위 삼성(17%)과 압도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직접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황에서 TSMC와 점유율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려면 TSMC의 강점을 답습해야 한다는 게 그간 여러 차례 ‘파운드리 분사설’이 제기된 주된 이유다. 

문제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면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진 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20% 수준인 15조원 규모다. 일년 매출을 모두 투자해도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약 20조원)을 추가 구축하고 운영할 수 없는 셈이다. 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영업이익은 2~3조원 수준으로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로 번 돈을 파운드리에 투자하지 않으면 점유율 확대는 불가능하다.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에 5나노 공정을 갖춘 반도체 공장 6개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TSMC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만 300억달러(약 34조 2600억원)에 달한다. 

김양팽 연구위원은 “결국 파운드리 경쟁력은 생태계의 문제”라며 “TSMC는 대만과 중국의 팹리스와 후공정 업체들과 협력해 지난 30년간 업력을 축적해왔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분사 여부보다는 전후방 생태계 구축이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더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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