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불륜 승화한 김민희, 베를린 여우주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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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불륜 승화한 김민희, 베를린 여우주연상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2.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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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불륜설에 대한 항변?

「한 여배우가 유부남인 영화감독과 관계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홍상수 감독, 김민희 주연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독일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1부와 강릉을 배경으로 한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유부남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면서도 그를 기다리는 여배우의 이야기로, 2부에서는 그녀가 한국 강릉으로 돌아와 영화 동료들과 만나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1부는 관조적으로 그렸고, 2부에서는 실제 홍상수-김민희 러브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여러 말들이 쏟아진다.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 왜 난리를 치는 거야."

주인공 영희(김민희 분)은 강릉으로 돌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유부남 영화감독(문성근 분)과 불륜에 빠졌던 영희는 강릉으로 돌아와 연일 소주를 마시며 자신에 대한 비난과 싸운다. "남자들은 다 병신같아"라거나 "원하는 것이 다 똑같아. 남자들은"이라며, 영희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회를 저주한다. "사랑받을 자격 없다"라고 술주정하듯 지껄이고 "다들 추한 짓들을 해서"라고 동석한 지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김민희 /영화사이트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로 떠들썩하던 여배우였다. 그러던 여배우가 역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본상을 받게 되자, 국내에서는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중의 감정은 하룻사이에 정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 본처를 배반한 남자로 ‘불륜설’이라는 헤드라인을 끼고 살았던 그들이 오늘에는 국제 스타와 그를 배출한 감독이라는 호평으로 바뀌었다.

하루만에 국내 평가가 바뀐 것은 단지 국제적인 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국내의 가치 기준으로 악평을 던지다가 세계 무대에서 상을 받거나 우승을 하면 평가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물안 개구리로 보던 세상이 우물밖에 나왔을 때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적 사고의 격변을 본다.

배우 김민희와 감독 홍상수는 지난해 5월 언론에 의해 ‘불륜’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들의 사적 문제다. 그들은 잠적했고, 미디어와는 일절 접촉을 끊었다. 언젠가부터 미디어들은 연예인에게 공인이라고 규정하며 그들의 사적 영역에 대한 보호는 아예 하지 않았다. 이번에 베를린 영화제에 나갈때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디어의 관심은 작품성, 예술성보다는 그들의 관계였다. 미디어로부터 잠적했던 감독과 배우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도배질했다. 홍상수 삼독이 김민희를 “가까운 관계(close relationship)"이라고 표현했다느니, 그들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니, 홍 감독이 사진을 찍으며 김민희의 허리를 다정히 감싸 않았다느니, 하는 것들이 관심사였고, 이런 뉴스들은 복제에 복제를 거듭하며 네이버 실시간검색 상위를 차지했다.

▲ 김민희 배우, 홍상수감독 /영화소개 사이트

하지만 베를린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불륜보다는 예술성, 작품성에 감동했다. 외신들은 국내 미디어와 달랐다. 외신들은 출품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내용이 불륜설에 휩싸인 홍 감독과 김민희의 사생활과 닮았다는데 주목하면서도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여주인공 김민희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홍 감독이 최신작에서 그가 선호하는 주제인 사랑과 고독, 소주를 다시 꺼냈다"면서 “김민희의 놀라운 연기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는 "유부남 감독과 불륜 관계인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한국에서 불륜 의혹을 받는 홍 감독의 사생활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면서 "그러나 홍 감독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을 모르는 국제 관객들은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홍상수 감독이 그의 장기인 남녀의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묻는 주제로 돌아왔다"며 "주연배우 김민희는 관객을 깨어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현지 바이어와 배급사 등 영화 관계자 22명이 사전 시사회를 거치며 매긴 평점에서 이 영화는 출품작 가운데 가장 높은 8.18(10점 만점)점을 받았다.

 

한국의 여배우가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10년 만이다. 30년전인 1987년에는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 김민희는 이번 수상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수상소감으로 홍상수 감독을 먼저 언급했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습니다."

김민희는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며 울먹이면서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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