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효과는?…전망 엇갈리는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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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플랫폼 효과는?…전망 엇갈리는 시중은행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7.2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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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출범…12월부터는 카드사도 참여
과다한 금리경쟁·빅테크 종속·제조사 전락 우려 있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환대출 영향력 크지 않을 수도"
사진=각 사 제공
사진=각 사 제공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금융당국이 오는 10월 첫 선보일 대환대출 플랫폼을 놓고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플랫폼 참여 시 빅테크나 핀테크에 종속될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와 논의를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대출 플랫폼은 오는 10월 1금융권의 개인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오픈되고, 이후 12월이 되면 순차적으로 카드사 등의 참여를 받을 예정이다. 

대환대출 서비스는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모바일 앱을 통해 비교해 금리가 낮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소비자가 거래 은행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아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은행에 대환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에 금융소비자가 금리를 직접 비교하고 대출을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오는 10월 중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대환대출 플랫폼 입점 시 은행 수익성 약화·빅테크 종속 우려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면 금융소비자는 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갈아타기가 활성화되면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핀테크나 빅테크 플랫폼 위주로 대환대출 플랫폼이 구성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접점 역시 기존 시중은행에서 핀테크나 빅테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곧 빅테크가 금융산업 주도권을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빅테크와 핀테크 쪽으로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은행은 금융상품만 만드는 제판분리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이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제판분리는 상품 이익률을 축소해 수익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저가 기준으로 리스트업을 하게 되면 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만 1페이지에 노출되고 이를 위해 은행은 수익성 싸움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금융권의 경우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겠지만 사이즈가 되는 시중은행들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용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며 "1금융권은 빅테크에 들어가서 좋은 점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장기적 관점으로 대응…대환대출 영향 크지 않을 수도"

한편 은행권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된다고 해도 기존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애초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대환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재무부문 전무(CFO)는 21일 우리금융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대환대출 수요가 특정 시중은행으로 몰리면 (그 은행은)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다"며 "공급은 제한된 반면 수요는 존재해 현실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5년 계좌이동제 시행 때도 당초 예상과 달리 은행권에 파장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중은행으로서는 (대환대출 플랫폼 시행이) 우량고객을 유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CFO는 "대환대출 플랫폼의 기능은 참여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마켓플레이스적 측면과 이미 있는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적 측면이 있다"며 "결국은 기능적 측면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출 금리 결정은 기본금리에 여러가지 거래 관행에 따른 우대금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금리 비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기능적 측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정문철 KB국민은행 CFO 역시 "단기적인 이해득실보다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접점을 확보해야만 판매 역량이 유지될 거라고 보고 있다"며 "긴 호흡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환대출 플랫폼 대응도 중요하지만 대출비즈니스 자체 경쟁력도 제고해야 한다"며 "비대면대출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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