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연출가 빠진 도쿄올림픽 개막, 제대로 치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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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연출가 빠진 도쿄올림픽 개막, 제대로 치뤄질까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7.23 13: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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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쇼 디렉터, 22일 전격적으로 해임
과거 인종차별 문제 불거져...
유태인 단체 비난 성명 발표
아소 부총리의 과거 발언까지 도마에 올라
조직위 사무총장, 이사진들의 요청 무시
조직위, 예정대로 올림픽 개회식 강행 선언
방위성 부장관이 직접 유대인 단체에 제보 논란
잇따른 올림픽 불상사로 자포자기한 일본 국민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쇼 디렉터를 담당한 코미디언 고바야시 겐타로씨가 지난 1998년,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희화화한 것으로 보이는 콩트 영상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2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서 고바야시씨는 많은 종이 인형이 있는 것을 설명하면서 “유대인 대량 학살 놀이”라고 조롱했다.

이 소식을 접한 미국 유대계 인권단체 ‘사이먼 위젠탈 센터’는 지난 21일,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나치 학살의 희생자를 조롱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라는 등, 반유대주의 발언이라며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사태로 번졌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쇼 디렉터 고바야시 겐타로 씨를 해임’이라는 자막과 함께 7월 22일 보도하고 있는 NHK의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22일 오전 고바야시 씨 해임을 전격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개막식 전날에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태다. 게다가 지난 19일에는 개막식 공연의 일부 음악을 담당했던 오야마다 케이고씨가 고등학교 시절, 장애가 있는 반 친구에게 악질적인 집단 괴롭힘을 했던 것이 밝혀져 스스로 사임을 표명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미친 충격은 대단했다.

이 소식은 이날 일본의 이슈 대부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일본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우선 이번 사태로 도쿄올림픽 위원회 하시모토 세이코 위원장이 같은 날 오전 기자 회견에서 사죄했고, 저녁에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언어도단.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태는 아소 다로 부총리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2013년 7월, 헌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아소 부총리가 “독일 바이마르 헌법도 어느새 나치 헌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떨까?”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으로 비판이 분출하자, 결국 사흘 만에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아소 부총리 과거 발언에 “이번 사태로 개막식 쇼 디렉터가 해임되는 마당에 ‘나치에게 배워라’라고 말한 정치인이야말로 최우선 해임 대상 아닌가?”라는 등의 비판이 넘쳤다고 보도했다.

한편 개막식 행사에서 고바야시씨가 직접 관여한 부분의 삭제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개막식에서 고바야시씨가 담당한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면,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했던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난 19일, 집단 괴롭힘 문제로 사임을 발표했던 오야마다 씨가 담당한 4분가량의 곡의 경우, 개막식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이에 관해 지난 22일 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회식 연출 내용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고바야시 씨가 구체적으로 혼자서 연출에 관여한 부분은 없다며, 개회식의 연출을 변경하지 않고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보, 조직위 '개회식은 예정대로 실시'라는 자막과 함께 7월 22일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일각에서는 개막식 하루 전에 행사 내용을 크게 변경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조직위원회가 그런 식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TV아사히의 밤 메인 뉴스인 ‘보도 스테이션’에서는 “조직위원회의 붕괴는 멈추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독일 국영 언론의 기사 및 외신 보도와 그야말로 저주받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밤, 스포츠 일간지인 ‘스포츠 호치’가 보도한 내용으로 파문이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 20여 명이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단하거나 간소화해 줄 것을 무토 토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에게 요청했던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직위의 이사진은 무토 총장에게 이 요청에 관해 기자 회견에서 밝히도록 요구했지만 기자 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개회식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조직위 성명이 나왔다. 이에 한 이사는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개회식) 전날에 “연출 담당”을 해임, 개회식은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차별적 발언, 사임’이라는 자막과 함께 올림픽 관계자의 잇따른 사임에 관해 지난 22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한편 이번 사태를 유대인 단체에 제보한 인물이 자민당 중의원 의원인 나카야마 야스히데 방위성 부장관이라는 사실을 지난 22일,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여성자신’이 보도해 논란이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경 트위터에서 한 이용자가 나카야마 부장관에게 고바야시씨가 홀로코스트를 희화한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자 오전 2시경에 나카야마 부장관이 “방금 사이먼 위젠탈 센터와 연락을 했다”라고 투고. 그리고 오전 3시가 지나서 해당 단체로부터 답을 받았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이에 올림픽 운영의 최전선인 조직위원회보다 먼저, 해외의 인권단체에 직접 제보한 나카야마 부장관의 행동에 인터넷에서는 “왜 방위 부장관이라는 국가의 요직에 있으면서, 정부를 건너뛰고 유대인 단체에 먼저 제보한 것인가?”, “여당의 부장관이 해외의 단체에 제보하는 건 무슨 뜻이지?” 등과 같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스포츠 일간지인 ‘도쿄스포츠’는 전 니가타현 지사인 요네야마 류이치 변호사가 트위터에 “이번 사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건 우선 일본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유대인 단체에 연락했다고 말할 일은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보다 유대인 단체를 우선시하는 부장관은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나카야마 부장관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막식 연출팀에서 잇따라 일어나는 불상사에 일본 네티즌들은 이제는 유명 감독의 작품을 급히 넣을 수밖에 없다거나, 상황이 막장까지 온 것 같다는 등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스가 총리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며, 총리 재임을 위해 올림픽 개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반면 도쿄올림픽 개최를 주도해왔지만,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개막식에 불참하기로 해 비겁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온갖 잡음과 불상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국민은 이렇게 점점 더 암울해져 가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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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2021-07-23 15:03:16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을듯

이현중 2021-07-23 14:38:05
참 할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