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류 자판기’ 속속 설치…'청소년 술 구매' 차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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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류 자판기’ 속속 설치…'청소년 술 구매' 차단할 수 있을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7.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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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이마트24 “무인 주류 판매기 도입 완료”
GS25 역시 다음달에 도입 예정…실증테스트 중
규제 샌드박스 승인 덕…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확대

일각에선 청소년 주류 접근이 용이해진다는 우려도
편의점 측 “오히려 대면 주류 판매가 사건사고 많아”
성수동 소재 이마트24 본점에서 고객이 AI기반 주류 무인 판매 머신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24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성인 여부를 확인해야 술 판매가 가능한 까닭에 대면 판매만으로 이뤄졌던 주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주류 자판기가 국내 정부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무인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확장 중인 하이브리드 편의점(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에서도 술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일각에서는 주류 자판기가 청소년 주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주류 자판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쌓여가는 와중에 날아온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입장에서 심야시간대에 영업하지 않거나 매출이 높지 않은 가맹점들을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하고 야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류 판매를 무인 자판기로 대신하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소재 본점에서 인공지능(AI)기반 ‘주류 무인 자동 판매 머신’(주류 무인 머신)을 선보였다. 

성인 인증과 자동 결제 방법은 간단하다. 기계에 있는 QR코드 리더기에 간편 인증 어플리캐이션 PASS를 활용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인식시키면 성인 인증이 이뤄진다. 이후 결제 수단을 택하고 개인정보 취급 동의 서명, 신용카드 삽입 등의 과정을 거친다. PASS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한번 등록하면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다.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잠긴 문이 열린다. 원하는 주류를 꺼내고 문을 닫으면 결제가 진행된다. 물건을 들었다가 제자리에 놓으면 결제하지 않는다. 주류 무인 자동 판매 머신은 매장 근무자가 있을 땐 일반 주류 냉장고처럼 운영할 수 있으며, 심야시간엔 문을 잠가 무인 판매기기로 기능을 전환할 수 있다.

주류 자판기는 일반 자판기, 스마트 냉장고 2가지 모델이 운영된다. 이마트24가 이번에 선보인 스마트 냉장고 모델의 경우, 성인인증 후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외부에서 별도의 상품 선택 과정 없이 냉장고 안의 물건을 꺼내기만 하면 AI 비전과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CU가 강원도 고성의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 설치한 주류 자판기. 사진제공=BGF리테일

그에 앞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인공지능 기반이 아닌 일반 주류 자판기를 강원도 고성의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달 말 중에는 스마트 냉장고 모델의 주류 자판기도 설치할 예정이다.

CU 역시 성인 인증은 PASS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이용한다. 소비자는 나이 등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 모바일에 저장된 QR코드나 바코드 스캔만으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다. 

주류 자판기에는 소주, 맥주는 물론 전통주, 와인 등 총 45종의 상품이 배치돼 있다. 고객이 성인 인증 후 상품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현금 불가, 간편결제 가능)하면 투입구를 통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향후 CU는 하이브리드 편의점 중 호텔, 리조트 입지 등에 선별적으로 주류 자판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학교, 사무실, 공장 등에서 290여개의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가장 먼저 주류 자판기 도입을 언급한 곳은 GS리테일의 GS25다. GS25는 지난 달 초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업체인 페이즈커뮤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무인 자판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GS25는 지난달 말부터 일부 야간 무인 매장에서 주류 자판기를 시험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성인 인증 절차 등에 보완이 필요해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GS25 측은 “현재 실증 테스트 중이며 다음 달에 주류 자판기를 도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인 주류 자판기가 청소년 주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QR코드로 인증할 수 있다면 청소년들이 부모나 선배의 핸드폰과 운전면허증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주류 자판기를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GS25가 주류 자판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지난 6월 7일에는 “무인 주류 자판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이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니는 곳이고 특히 청소년이 방과 후 거리낌 없이 다니는 곳인데 무인 주류 자판기를 설치·운영한다면 부모 주민등록증 등을 악용한 청소년의 주류 구매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편의점업계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PASS 앱에서 지문이나 핀(Pin) 번호로 면허증 진위 및 신청자 동일인 여부가 확인이 돼야 등록이 되기 때문에 신분증 도용 및 개인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며 “휴대폰 내 안전 영역에 정보가 저장돼 위변조 및 탈취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업계 관계자도 “오히려 대면으로 주류를 판매할 경우 사건·사고 발생할 확률이 더욱 높았다”며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대면보다 무인 자판기가 청소년 접근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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