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합수의 부동산리뷰]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폐기'이후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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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합수의 부동산리뷰]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폐기'이후 남은 과제는
  •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시계획학박사)
  • 승인 2021.07.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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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역행 부동산대책이라면 철회가 마땅
실거주자 역차별, 분양가 상한제 등 시장과 안맞아
밀어붙이기식 부동산대책, 부작용만 키울 수 있어
정부, 재건축 제도 정비 늦었지만 적극 나서야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시계획학박사).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시계획학박사).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시계획학박사)] 정부는 지난해 소위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방지책을 발표했다. 

다름 아닌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입주권을 받으려면 해당 아파트에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낡은 데다 생활여건이 좋지 않아 매수자가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책은 이런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매입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1년여 만에 입법도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한편으론 예고된 수순이었다. 발표 당시 2020년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한 단지는 예외였기 때문에 입법도 작년 말까지는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대책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 이미 실거주를 요하는 정책은 많다. 현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잠실동,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 상당수 재건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2년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조건에서도 거주기간을 요구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에도 실거주를 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등에서도 거주요건을 의무적으로 채택했다. 이렇게 중복규제로 굳이 재건축까지 실거주를 강제할 이유는 크지 않다. 

한편 예외사항 충족을 위해 재건축 단지는 2020년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나섰다. 그 결과 추진위 단계에 머물던 압구정 등 상당수의 단지가 조합설립까지 마쳤다. 정책 의도와 달리 재건축 사업속도를 높이는 성과(?)가 나타났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세입자의 이주였다. 노후 아파트라 그나마 저렴하게 거주하였으나, 집주인의 실입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세입자는 전세물건 감소로 인해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자금여력이 미흡한 경우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동안 발표된 부동산 대책 중 처음으로 철회되어 정부로서는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늦게라도 폐기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으로 내놓았던 재건축 2년 실거주의무 법안내용이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백지화 됐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으로 내놓았던 재건축 2년 실거주의무 법안내용이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백지화 됐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재건축제도 점검 기회 삼아야   

이번 정책 수정을 계기로 재건축 전반에 대한 제도를 되짚어 봐야 한다. 재개발과 더불어 도심 공급의 핵심이지만 온갖 규제로 사업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첫째는 안전진단 기준이다. 지난 2018년 3월5일부터 강화된 기준을 그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안전진단은 사업의 첫걸음인데, 일어서지도 못해 출발 자체가 어렵다. 안전진단이 통과되더라도 여러 과정이 많아 입주까지는 대략 10년은 걸린다. 

통과가 지체될수록 입주는 미뤄지고 공백기가 길어지는 부작용만 생긴다. 민간 공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비사업을 다 묶어 놓고 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둘째, 조합원 지위양도금지다. 전국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적용된다. 조합이 설립되면 지위 양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매금지나 다름없다. 예외는 상속, 경매, 해외이주 등이 있다.  2018년 초부터 예외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가능하다. 

문제는 1주택자라도 특별한 이주 계획이 아니라면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매물은 희소가치로 1건이 나오면 종전 매매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으로 내놓는다. 철저하게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제도를 폐지하여 매물을 더 늘리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특히 부산은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투기과열지구는 단 한 곳도 없어 해당되지 않는다. 이렇게 주택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로또 분양' 변질 막아야 

셋째 분양가상한제다. 강남 등 별도로 지정한 지역에만 적용된다. 분양가상한제의 목적은 저가로 분양하면 주변시세를 끌어내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지만, 정작 낮은 분양가는 바로 시세 수준으로 오르고 만다. 

일명 ‘로또분양’으로 프리미엄만 수분양자에게 안긴다. 일반 분양가는 분양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심사 등을 통해 진행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강화된 기준 적용으로 사업성을 우려해 후분양을 검토하거나, 분양가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 시기를 늦추고 있다.

상한제 회피 방법으로 임대분양을 택해도 딱히 막을 수단이 없다. 이렇게 사업이 지체되고 착공이 늦어져 입주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 기존 분양가심의를 좀 더 체계화한다면 굳이 분양가상한제의 필요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재건축지역 '실거주 1주택자' 역차별도 정비해야 

넷째,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다. 전국의 재건축 아파트에 모두 적용된다. 사실상 민간사업의 개발이익 환수는 이미 양도소득세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납부한 부담금을 양도소득세에서 필요경비로 공제해 준다. 

하지만 1주택자는 이미 보유와 거주에 따른 비과세 혜택이 있어 공제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렇게 1주택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조합원 지위양도금지의 예외조항과도 배치된다. 조합원은 주택에 장기 거주하다 보니 낡게 되고, 재건축을 하니 투기자로 전락하는 신세다. 

새 아파트를 사서 같은 양도차익이 생긴 경우와도 엄청난 역차별이다. 재건축부담금 납부도 양도세처럼 집을 팔 때 내는 것이 아니라, 준공 후 몇 개월 안에 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부담금을 낸 만큼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또한 같은 정비사업인 재개발에는 없어 형평성 시비도 있다. 결국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제도가 바뀔 때까지 사업을 늦추고 기다리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제도들 때문에 재건축 입주시기가 지연되고, 입주물량 공백기만 길어진다. 정책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즉 개발이익환수 등 그 자체가 중심이 되면 주객전도로 가격은 상승하고 공급이 늦어져 주택시장 안정은 멀어질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부동산정책의 가장 큰 목적은 주택시장 안정임을 되새겨, 조속한 재건축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합수 수석위원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마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B국민은행에서 19년째 부동산투자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이며, 건국대부동산대학원 등 CEO과정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부동산 10년후 미래가치에 주목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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