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칭화유니 파산은..."반도체굴기, 궤도수정일 뿐...멈추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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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칭화유니 파산은..."반도체굴기, 궤도수정일 뿐...멈추지 않을 것"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7.1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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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칭화유니’, 효과 증명한 ‘미국 제재’
中, '美 제재 우회·시장 친화적 전략' 택할 듯
中, 美 IP 우회해 성과 내면 '게임 체인저' 될 것
"수십년 축적한 지식 추월 사실상 힘들다는 지적"
2018년 4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우한에 있는 YMTC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4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우한에 있는 YMTC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 파산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해 조성된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는 방식을 포기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시간이 더 걸리고 성공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지만 미국 제재를 피해 생산장비·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을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유동성 위기에 쓰러진 ‘칭화유니’, 효과 증명한 ‘미국 제재’

김양팽 연구원은 “YMTC가 지난해 양산한다던 128단 낸드가 시장성이 있었으면 칭화유니가 파산까지 안 갔을 것”이라며 “미국 제재가 재대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영 반도체 그룹인 칭화유니그룹은 계열사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통신칩 전문업체 쯔광짠루이, 팹리스인 쯔광궈웨이 등을 포함해 28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그룹이다. 

YMTC가 미국 제재를 적용받아 낸드 양산에 필요한 제조 기술과 장비 등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풀이된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확장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셈이다. 

칭화유니의 총 채무는 2029억 위안(약 3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수익성 확보할 듯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칭화유니의 사례를 통해 투자에만 의존할 수 없고 올드 테크놀로지 기업 M&A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 기술 투자 비용을 줄이고 ‘올드 테크놀로지(미세공정 난이도가 낮은 저가 반도체)’로 수익성이 보장된 기업을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기술 투자 비용을 줄이고 ‘올드 테크놀로지’로 수익성이 보장된 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진=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앞서 중국은 반도체 굴기 선언과 함께 기술 확보하는 차원에서 미국, 유럽, 한국 등의 반도체 기업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로 미국은 물론 유럽과 한국 등 각국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올드테크놀로지 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다.

中, '모 아니면 도'식 성과 나올 것...AI 적용도 큰 효과 없을 듯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이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과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지적재산권(IP)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면 점진적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어느 순간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10나노미터(nm)이하 미세공정을 확보한 배경엔 미국 IP를 활용한 장비와 기술이 있다. 양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회사)가 사용하는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부터 ASML의 노광장비, 수백개가 넘는 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반도체 생산 장비 등 미국이 구축한 반도체 생태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경쟁사 보다 빠르게 초미세 공정에 진입했다. 

미국 제재로 중국은 이러한 자산을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활용할 수 없다. 자체 연구를 통해 반도체 산업 전반의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오래걸리고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성공을 할 경우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호 소장은 “중국에 과학과 공학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고 하지만 수십년간 축적한 지식을 따라가 넘어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노광 장비 분야만을 놓고 봐도 자본력도 있고 우주선을 쏠 정도로 공학과 과학분야에 앞선 미국도 ASML의 축적된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회원 중 0.1% 최고 등급인 석학회원(펠로, Fellow)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인 ‘벌크 핀펫(FinFET) 기술’을 개발한 주역이고 낸드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소장의 반도체 연구 개발 경험에 비춰 볼 때 아무리 자본력이 있어도 수십년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축적한 반도체 전문 지식을 뛰어넘는 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앞선 인공지능(AI) 역량을 반도체 설계·양산에 도입해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 소장은 “뛰어난 선생님이 교재도 잘 만든다”며 “AI 역량의 핵심은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인데 양산 경험이 적은 중국 기업이 이를 제대로 적용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지 않으면 4년 남은 상황에서 15% 수준에 머무는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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