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패러다임 주도권 경쟁, 네이버 VS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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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패러다임 주도권 경쟁, 네이버 VS 카카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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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IT업계에서 네이버는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20년 가까이 군림하고 있다. 게임 분야의 넥슨, 엔씨소프트, 검색 분야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업들이 네이버의 패권에 도전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네이버가 업계 주도권을 넘겨주진 않았다.

그런데 올해 카카오가 급속도로 혁신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네이버의 패권을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15일, 마침내 시가총액 순위에서 네이버를 밀어내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했다. 동학개미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삼성전자에서 카카오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 달 카카오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총 투자금액만 1조 1800억이 넘는다. 카카오의 잠재력은 시장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급진적 혁신' 카카오, '점진적 혁신' 네이버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액은 각각 5조 3041억과 4조 1538억을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의 핵심지표인 영업이익에서 네이버는 1조 2153억을 기록, 22.9%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반면 카카오는 4559억을 기록, 10.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업계에서 가장 빠른 혁신과 확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검색포털 경쟁에서 금융, 커머스, 웹툰 및 콘텐츠, 클라우드 및 메타버스 등 IT기업이 진출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현재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가 탄탄한 검색포털 플랫폼의 가치 아래 신규 사업을 신중히 검토하며 추진하는 반면 카카오는 연일 인수합병(M&A)을 통해 게임,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네이버가 점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데 비해 카카오가 속도 경쟁을 통해 빠르게 업계의 경계선을 허무는 이유는 두 기업의 핵심 플랫폼 특성에서 비롯된다.

네이버의 플랫폼은 PC에 기반을 둔 검색포털 사이트인 반면 카카오의 플랫폼은 모바일 기반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다. 융합 가능성이 높고 확장이 빠른 건 단언컨대 모바일이다.

게임 분야에서도 PC에 중점을 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모바일로 빠르게 사업기회를 전환해 역량을 집중한 넷마블에게 한 동안 패권을 빼앗겨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경험이 있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신중한 분석가이기에 속도와 융합이 빠른 모바일 분야에 뒤늦게 참여, 카카오에게 모바일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다음 인수 통해 네이버의 허를 찌른 카카오 

카카오가 빠른 속도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결정적 계기는 2014년 10월에 인수를 선언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이었다. 검색포털에서 네이버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초기 사내정치에서 이해진 라인에게 밀려 미국으로 간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이 의기투합해 검색포털 왕국을 만들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검색포털에서 또 다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김범수 의장은 포털이 아닌 영역에서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모빌리티 분야 등 개발력에 기반한 영역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PC 플랫폼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음이 보유한 개발인력이었다. 

합병을 통해 포털사이트 다음을 1위에 올려놓는 것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보유한 핵심 개발진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직접 진출, 사업영역을 한층 더 확장하는 것이 미래 패러다임 주도권 경쟁에 유리하다는 것이 김범수 의장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카카오의 다음 인수에 관해 면밀히 분석하지 못한 네이버의 패착도 카카오에겐 행운이었다. 

두 기업은 지난 달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서도 또 다시 부딪쳤다. K-POP을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이 19%에 육박하는 자신의 지분을 내놓겠다고 선언하자 위버스와 유니버스라는 뮤직 플랫폼을 보유한 두 기업은 인수 경쟁에서 재차 대립했다. 플랫폼 위에 콘텐츠를 입힌다면 인수 성공 기업은 성장의 가속도를 달릴 수 있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네이버의 전략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서 카카오가 유력하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어 카카오가 콘텐츠 분야에서도 네이버를 압도하고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업계의 수성을 고수한 네이버가 플랫폼의 노른자인 콘텐츠 분야에서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 이미 네이버는 콘텐츠 역량 관련 장기 전략에 돌입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국내 최고의 콘텐츠 기업인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 400억원을 투자, 자사의 웹툰과 웹소설 등 지적재산권 영상화에 이어 글로벌 전략에서도 CJ와 협력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BTS의 소속사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HYBE)와도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버-CJ ENM-하이브의 동맹 선언이다.

카카오가 드라마제작사 및 K-POP기획사, 멜론 등을 보유하며 콘텐츠에서 앞서는 면모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나 상황을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진 않다. 네이버는 이미 엔테터인먼트의 패권을 보유하고 있는 CJ ENM, BTS의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와 전선을 구축하고 있고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제페토라는 킬러 플랫폼을 보유, 역량을 구축했다. 

제페토는 전 세계 2억명이 이용하는 증강현실(AR) 아타바 서비스로 이용자의 90% 이상이 10~20대에 속한다. 이 점을 고려, 올해 모든 대선주자들도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에 의원실을 마련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플랫폼이다. 모바일에서 카카오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가상세계 플랫폼에서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미래 전략이다.

핀테크, 콘텐츠 분야에서 네이버는 현재 카카오 대비 근소한 열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콘텐츠 및 확장 가능성을 여전히 카카오보다 더 높다고 보는 이들은 메타버스(제페토) 플랫폼은 오직 네이버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패러다임 주도권 경쟁은 현재진행형을 넘어 미래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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